'괴물 ICBM' 北위협 커지는데…軍 천궁·패트리엇은 발사실패

김상진, 황수빈 2022. 11. 3.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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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3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발을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과 섞어 쐈다. 전날 휴전 이후 처음으로 북방한계선(NLL) 이남 해상에 미사일을 발사했던 북한은 하루 만에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을 꺼냈다. 군 당국은 ‘화성-17형’(사거리 1만3000㎞ 이상)으로 추정했다.

북한이 3일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발을 발사했다. 군 당국은 이번 발사가 실패한 것으로 판단했다. 사진은 북한이 지난 3월 25일 전날 발사한 미사일이 '화성-17형'이라며 공개한 발사 장면. 뉴스1

한ㆍ미의 전략자산인 F-35 스텔스 전투기 등 군용기 240여대가 동원된 대규모 연합공중훈련(비질런트 스톰ㆍVigilant Storm)이 계속되는 가운데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전술핵 실전 능력을 계속 과시하면서 한ㆍ미ㆍ일 모두를 압박하고 있다”며 “한ㆍ미의 강력한 자산이 동원된 연합공중훈련 상황인 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긴장을 높이는 것은 타격 ‘능력’과 쏠 수 있다는 ‘의지’를 함께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3일 오전 7시 40분쯤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ICBM 1발을 발사했다. 이어 오전 8시 39분쯤부터 평안남도 개천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SRBM 2발을 잇달아 쐈다.

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북한이 쏜 ICBM은 약 1920㎞ 고도로 약 760㎞를 비행한 것으로 한ㆍ미 군 당국에 포착됐다. 속도는 마하 15(음속의 15배) 정도였다. 미사일은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바깥에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이 쏜 SRBM 2발은 약 70㎞ 고도로 약 330㎞를 날아갔다고 합참은 밝혔다. 군 소식통은 “이들 미사일이 다소 떨어진 장소에서 발사됐으나, 두 미사일 모두 북한이 평소 미사일 표적으로 쓰는 동해상 무인도 ‘알섬’(함경북도 길주군)을 향해 발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추진체 분리 후 비정상 비행"


다만 군 당국은 탐지 정보를 토대로 북한이 쏜 화성-17형 발사는 실패한 것으로 평가했다. 군 소식통은 “미사일 발사 이후 추진체 2단 분리까지 마쳤으나, 이후 정상적으로 비행하지 않았다”며 “속도 역시 통상적인 수준(마하 20 정도)에 미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방위성은 이날 당초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했다’고 잘못 발표한 것과 관련해 “동해 상공에서 레이더상 (미사일이) 소실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해명했다. 북한이 쏜 ICBM이 정상적인 탄도 궤도를 이루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북한이 동해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발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발사하자 일본 도쿄 시내에서 이를 다룬 신문사들의 호외가 배포되고 있다. AP=연합뉴스

화성-17형은 지난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된 이후 서방 전문가들 사이에서 ‘괴물 미사일(monster missile)’로 불렸다. 이동식 발사대(TEL)에서 쏠 수 있는 ICBM 중 세계에서 가장 크기 때문이다.

북한은 대선 직후인 지난 3월 16일 화성-17형을 발사했으나 고도 20㎞ 미만의 초기 단계에서 폭발했다. 이후 북한은 3월 24일에 또다시 ICBM을 쏜 뒤, 이튿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명령에 따라 신형 ICBM ‘화성 17형’을 시험 발사했다”며 사진과 영상까지 공개했다.

그러나 당시 군 당국은 이같은 북한의 선전이 허위라면서 “북한이 실제 쏜 미사일은 ‘화성-15형’ 개량형”으로 평가했다. 이와 관련, 한 정부 관계자는 “비현실적으로 보일 만큼 거대한 화성-17형 개발이 순탄치 않을 수 있다”고 짚었다.


'비질런트 스톰' 훈련 연장


일각에선 “이번 발사를 실패로 단정 지을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사일 전문가인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미사일 발사 이후 단 분리만 제대로 이뤄졌다면 꼭 실패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고체연료를 쓰는 콤팩트한 신형 ICBM을 개발하기 위해 이번 시험 발사에 나섰을 수도 있다"며 "북한이 공개 발표를 해야 보다 정확한 분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고체연료 미사일은 액체연료 미사일보다 발사 준비 시간이 짧아 한·미 군 당국의 사전 징후 포착이 더 어렵다.

한·미 공군은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대규모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을 연장한다고 3일 밝혔다. 사진은 지난 2일 오후 경기도 오산시 주한미공군 오산기지에 미군의 전자전기 EA-18 그라울러가 비행하는 모습. 연합뉴스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북한이 이번 시험 발사에서 미사일의 완성도가 아닌 다른 목표를 갖고 의도한 대로 발사했을 수도 있다”며 “보다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날 군은 북한이 쏜 미사일이 NLL 남쪽에 떨어지자, 공군 전투기들을 출격시켜 슬램(SLAM)-ER 등 정밀 타격이 가능한 공대지 미사일 3발을 NLL 북쪽 공해 상에 발사했다.

일종의 ‘비례 대응’이었다. 하지만 이후 북한은 이같은 조치에 아랑곳하지 않고 동ㆍ서해로 여러 발의 미사일과 100여발의 포탄을 쏘는 행태를 계속했다.

이에 군 당국은 당초 4일까지 예정됐던 이번 연합공중훈련을 연장하는 카드를 내놨다. 한ㆍ미 공군은 이날 “북한 도발로 고조된 현 안보 위기 상황에서 한ㆍ미 동맹의 굳건한 연합방위태세를 현시할 필요가 있다”며 훈련 연장 계획을 밝혔다. 이번 훈련 연장은 한미외교안보협의회(SCM) 참석차 방미 중인 이종섭 장관이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및 마크 밀리 합참의장과의 SCM 만찬 자리에서 훈련연장을 제안해 전격적으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북한의 도발 추이를 살피는 상황이어서 언제까지 훈련을 연장할 것인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패트리엇 못쏘고 천궁은 폭발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위협 속에 군의 방어 능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공군은 2일 열린 ‘유도탄 사격대회’(충남 보령 대천사격장)에서 패트리엇(PAC-2) 요격 미사일 1발을 장비 오류로 발사하지 못했고, 국산 중거리 유도무기인 천궁은 비행 중 폭발했다고 3일 밝혔다.

공군은 전날까지 이같은 사실을 공개하지 않다가, 이날 관련 보도가 나오자 뒤늦게 해명에 나섰다. 공군 관계자는 “PAC-2는 두 발을 쏘기로 계획돼 있었는데, 두 번째 탄을 발사하기 직전 레이더 오류가 발생해 사격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천궁 발사 실패와 관련해선 “발사 이후 10여초간 연소가 됐고, 해상으로 약 25㎞ 정도 비행을 하다가 레이더 교신이 불안정해져 공중에서 자폭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천궁 발사 실패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세부 원인에 대해서 조사 중”이라고 했다.

3일 공군은 전날 '유도탄 사격대회'에서 패트리엇(PAC-2) 요격 미사일 1발을 장비 오류로 발사하지 못했고, 국산 중거리 유도 무기인 천궁이 비행 중 폭발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호국훈련의 일환으로 '전구탄도탄 대응훈련'을 실시할 당시 패트리엇 포대 모습. 사진 공군

지난달 4일 현무-2C 지대지 탄도미사일의 낙탄 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여 만에 또다시 미사일 발사 실패 사례가 나온 셈이다. 이와 관련 군 안팎에선 “공교롭게도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그간 방치했던 무기 개발과 운용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국산 무기 개발 검증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시험 장소의 제약으로 개발 기관(국방과학연구소)이 시험평가까지 같이하는 현 체제로는 객관적인 검증이 안 되는 만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해 검증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각종 미사일의 실사격 횟수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사일 개발뿐 아니라 운용 과정에서 실사격을 자주 해야 한다”며 “그래야 빨리 문제점을 파악하고 성능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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