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신고 모른 행안부, 참사 1시간뒤 안 장관…재난시스템 구멍
이태원 참사 신고를 가장 먼저 접수한 112는 재난 대처 기관인 행안부에 알리지 않았다. 재난 관리 주무 장관은 참사 관련 1차 메시지를 받지 않았다. 사상자 329명을 낸 이태원 사고 배경엔 허술한 재난 정보 취합·전파 시스템이 있었다.
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 등에 따르면 시민들이 이태원 사고 가능성이 있다고 112에 처음 신고한 것은 지난달 29일 오후 6시 34분이었다. 하지만 행정안전부(행안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상황실)은 이날 오후 10시 48분에 이런 사실을 처음 알았다. 오후 10시 15분 119 신고가 처음 접수된 지 33분 뒤였다.
현재 해상 발생 사고는 112·119에 신고하면 지방해양경찰청 상황실과 사고 해역 인접 해양경찰서, 해양경찰청 상황실을 거쳐 행안부 상황실에 접수된다. 이와 함께 육상 사고는 112를 제외하고 119 신고만 시·도 소방본부 상황실과 소방서·소방본부·소방청을 거쳐 행안부 상황실로 보고된다. 많은 국민이 주요 재난 사건을 112에 신고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재난 정보 취합 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셈이다.
이와 관련, 김성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경찰청이 재난안전관리법상 행안부에 보고하는 기관이 아니라서 112 신고를 저희가 받는 체계가 구축돼있지 않다”며 “미비한 부분은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라 경찰청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112→행안부 전파 체계 부재
행안부 상황실은 소방 대응 1단계 정보를 접수하면 크로샷 시스템을 이용해 1단계 메시지를 전파한다. 행안부 재난 대응 관련 부서 국·과장이 1단계 전파 대상이다. ‘메시지를 변환(cross)해 대량 전송(Shot)한다’는 의미의 크로샷은 휴대폰·이메일·음성·팩스 등 다양한 형태로 메시지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이와 함께 재난 상황이 중형 단계로 심각해지면 관할 소방서장은 ‘소방 대응 2단계’를 발령한다. 사고 발생지점 인근 2~5개 소방서 소방력을 총동원하는 단계다. 행안부 장관과 차관은 크로샷 2단계 전파 대상이다. 행안부 상황실은 크로샷 2단계를 이날 오후 11시 19분 발송했다. 이 장관은 이때 사고 사실을 알았다.
행안부, 장관 전파 31분…대통령실 8분
구체적으로 소방청은 같은 날 오후 10시 48분 행안부에 먼저 사고 내용을 보고한 뒤, 오후 10시 53분 대통령실에 통보했다. 이후 행안부가 이 장관에게 크로샷 2단계를 발송하는 데 31분이 걸렸지만, 대통령실은 8분 만에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런 가운데 이상민 장관은 지난달 30일 브리핑에서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또 "경찰을 미리 배치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라고도 했다. 하지만 지난 1일 경찰청 브리핑에서 참사 직전 112 신고 내용이 공개되면서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압사’라는 단어를 포함한 112 신고가 사고 당일 오후 6시 34분부터 11차례 접수됐기 때문이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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