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한 이태원서 홀로 불켰다…뚜레쥬르가 문 연 '속깊은 사연'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정부가 오는 5일까지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하면서 사고 현장 인근 가게들도 추모 분위기에 동참하며 일시 영업 중단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사고현장 근처에서 유일하게 문을 닫지 않고 불을 밝히고 있는 가게가 있다.
지난 2일 JTBC에 따르면, 이태원역 인근에 있는 뚜레쥬르는 주변 다른 상점들이 모두 휴업 중인 상황에서도 문을 열었다. 이 가게는 사고현장 바로 옆인 이태원역 1번 출구로부터 도보로 약 5분 떨어져 있고, 맞은편엔 이태원 119안전센터가 있다.
특이한 사실은 이곳 역시 영업은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한 외국인 손님이 가게로 들어서자 점주 오은희 씨는 “Sorry, we closed(죄송하지만 영업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단지 문을 열어두고 늦은 저녁에도 불을 환히 밝혀두고 있다.
오씨는 “애도하는 마음에서 문을 닫는 건 맞는데, 소방서나 경찰분들이 어디 들어가서 잠깐 쉴 공간이 하나도 없지 않나. 그래서 여기 와서 인터넷도 쓰시고 잠깐 커피라도 한잔 드시고 가시라고…(문을 열어뒀다)”고 말했다.
오씨는 사고 당시에 영업하고 있었다. 그때 참사 현장에서 들려오는 비명 소리 등을 선명하게 들었다. 그래서 현장에서 인명 구조를 위해 애쓴 소방관, 경찰관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는 취지에서 이런 결정을 했다고 오씨는 설명했다.
오씨는 “많은 사람을 구하려고 애쓰신 모습을 제가 직접 봤기 때문에 모르는 체할 수가 없었다”며 “이태원에서 장사하는 입장에서 뭔가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영업 손실, 가게의 피해 이런 건 생각해본 적이 없다. 영업하는 자체가 도리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제 자리에서 소소하게 애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보니 이렇게 하게 됐다”고 했다.
인근 소방관, 경찰관들은 가게에 들러 오씨에게 “고맙다”며 인사를 하고 갔다고 한다. 오씨는 “그렇게 크게 해드린 것도 없는데 인사하러 오셔서 오히려 창피했다”며 “공무를 하시는 분들께서 저희 매장에서 조금이라도 위로를 받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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