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 사업 넘어 건설명가 도약 ‘부푼 꿈’…쌍용건설 품은 김웅기 글로벌세아그룹 회장
김웅기 회장(71)이 이끄는 글로벌세아그룹이 쌍용건설 인수 계약을 맺으면서 건설업계 관심이 뜨겁다. 쌍용건설은 2015년 두바이투자청에 팔린 지 7년 만에 국내 기업 품으로 돌아오면서 글로벌세아그룹과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지 이목이 쏠린다.
▶쌍용건설 7년 만에 세아 품으로
▷건설업 시너지 효과 기대
글로벌세아그룹은 지난 10월 14일 쌍용건설 최대주주인 두바이투자청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심사 완료 후 거래가 종결되면 글로벌세아그룹은 단숨에 쌍용건설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앞서 글로벌세아그룹은 지난 3월 두바이투자청에 쌍용건설 인수를 위한 입찰참여의향서(LOI)를 제출하고 미래에셋을 매수주관사로 선정해 법무법인 광장, EY한영회계법인과 함께 실사를 진행해왔다.
매각 대상은 두바이투자청의 쌍용건설 경영권 지분과 쌍용건설이 발행하는 신주다. 양측은 협상 과정에서 글로벌세아가 쌍용건설 지분 90%, 두바이투자청이 10%를 보유하는 것에 합의했다. 두바이투자청이 지분 10%를 남겨두는 것은 쌍용건설은 물론 글로벌세아그룹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파트너십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숙원 과제인 쌍용건설 인수에 성공하면서 김웅기 회장의 경영 구상이 향후 어떻게 펼쳐질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충북 보은에서 태어난 김 회장은 경찰공무원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전남 지역 곳곳에서 거주해왔다. 고교 재학 시절 의류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어머니 옆에서 배운 재봉틀로 직접 옷을 고쳐 입거나 새로 만들어보기도 했다. 어릴 적 경험으로 대학 전공도 섬유공학을 택했다.
전남대 섬유공학과를 졸업한 김 회장은 대학 졸업 이후 본격적인 사업의 꿈을 키웠다. 부모님 집을 담보로 은행 대출을 받아 당시 인기를 끌던 건축업을 시작했다. 오래된 시골집을 보수해 되파는 방식으로 사세를 키워갔다. 그러던 중 평소 꿈꾸던 의류 사업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1980년 의류 수출 업체 충방에 입사해 실무 경험을 쌓았다. 1986년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18평짜리 단출한 사무실에 직원 3명을 둔 의류 제조회사 세아상역을 창업했다.
당시만 해도 의류 시장에서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이 주류를 이뤘지만 그는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을 도입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OEM은 고객사가 요구한 디자인대로 주문을 받아 의류를 제작하는 방식인 데 비해, ODM은 디자인과 개발, 생산까지 함께 도맡는다. 자체 개발한 디자인을 고객사에 역제안하는 만큼 디자인한 의류의 지식재산권, 독점생산권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ODM으로 자신감을 얻은 그는 국내 생산에 머무르지 않고 1995년 사이판을 시작으로 해외 생산 기지 구축에 속도를 냈다.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 세계 곳곳에 생산 기지를 확보해 원사, 원단, 봉제 등의 수직계열화를 차례차례 진행했다. 주요 생산 품목인 니트, 재킷 등을 월마트, 콜스, 갭, 칼하트 등 미국, 유럽의 대형 유통체인에 판매해왔다.
2006년에는 의류 브랜드 ‘조이너스’ ‘트루젠’ ‘테이트’ 브랜드를 보유한 인디에프를 인수해 의류 제조에서 유통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그렇게 어느새 세아상역은 연 7억벌 의류 생산능력을 보유한 세계 최대 의류 제조 기업으로 우뚝 섰는가 하면 미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이라크, 중남미 등 10여개국에 현지 법인을 둔 글로벌 기업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글로벌 의류 기업 타이틀에 만족하지 않았다. 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활발하게 인수합병(M&A)을 진행했다.
2018년에는 STX중공업의 플랜트 사업부문(현 세아STX엔테크)을 인수해 플랜트, 건설업에 본격 진출했다. 2020년에는 국내 1위 골판지 상자 제조사 태림페이퍼와 태림포장을 품에 안았다. 의류 생산·유통, 건설·플랜트뿐 아니라 골판지·포장까지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올 초에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하는 발맥스 기술도 품에 안았다. 총 10개 계열사를 둔 글로벌세아그룹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3조5797억원, 영업이익은 2411억원 수준이다.
쌍용건설 인수 역시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의 일환이다.
쌍용건설은 쌍용그룹 부도 이후 수차례 주인이 바뀌며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중동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해외 랜드마크 공사 수주를 잇따라 따내며 탄탄한 해외 사업 경험을 쌓아왔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두바이 에미리트타워스호텔, 두바이 로열 아틀란티스 호텔&레지던스 등 주요 랜드마크 공사를 줄줄이 성공시켰다. 전 세계 21개국에서 총 167개 프로젝트, 130억달러를 수주한 해외 고급 건축 전문 업체로 손꼽힌다.
글로벌세아그룹 입장에서는 세아STX엔테크의 주력 사업이 해외 플랜트라 해외 사업 경험이 풍부한 쌍용건설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최근 인수한 발맥스기술 역시 친환경에너지 사업을 해온 만큼 에쓰오일 온산 프로젝트 EPC(설계·조달·시공) 경험을 보유한 쌍용건설과 협업해 성과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세아상역이 진출한 중남미 국가에서 철도, 도로, 발전 등 SOC(사회간접자본) 인프라, 도시개발사업 수주도 기대해볼 만하다.
쌍용건설은 국내 리모델링 시장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내왔다. 2000년 7월 건설업계 최초로 리모델링 전담팀을 출범시킨 이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과 강남구 도곡동, 영등포구 당산동 등 16개 단지, 1만5000여가구 리모델링 사업을 수주했다. 국내 최초로 2개 층 수직증축에 성공한 것을 필두로 단지 전체 1개 층 필로티 시공, 2개 층 지하주차장 신설 등 리모델링 기술력도 높여왔다.
기존 주력 사업인 의류에 이어 대규모 수주 물량이 많은 건설, 에너지 부문이 성장하면 글로벌세아그룹 매출도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세아 측은 “2025년까지 섬유, 패션, 건설 등을 주축으로 매출 10조원, 영업이익 1조원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쌍용건설 재무구조 악화 변수
▷지난해 1100억원 적자
물론 쌍용건설 인수 효과가 곧장 나타날지는 의문이다. 글로벌 건설 경기 악화로 쌍용건설 재무구조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국내 시공능력평가 30위인 쌍용건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건설경기 악화로 2012년 말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2013년 워크아웃을 거쳐 2014년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우여곡절 끝에 두바이투자청 품에 안긴 2016년 이후 흑자를 이어갔지만 지난해 1108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매출액도 1조4017억원으로 전년 대비 3% 줄었다. 두바이에서만 약 23억달러(약 2조7000억원) 규모 공사를 진행하는 등 꾸준히 성과를 내왔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대규모 인력 투입이 필요한 해외 건축 현장 공사가 지연됐기 때문이다.
“쌍용건설 주력 사업인 해외 건축 시장이 침체됐지만 글로벌 네트워크가 탄탄한 글로벌세아그룹 품에 안긴 만큼 해외 시장에서 뚜렷한 수주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기대가 크다.”
건설업계 관계자 귀띔이다.
[김경민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1호 (2022.10.26~2022.11.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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