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선물 거래’ ‘펀딩비’…‘선물 만기일’ 알면 가격 흐름 보인다 [코린이를 위한 암호화폐 설명서]
지지부진하던 비트코인 가격이 오랜만에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10월 27일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약 2만800달러. 비트코인이 2만1000달러대에 근접한 것은 9월 초 이후 약 50일 만이다. 최근 일주일 상승률이 10%를 훌쩍 웃돈다. 일주일 전 10월 20일 비트코인 종가는 1만9000달러였다.
별다른 호재가 없던 비트코인 가격이 갑작스레 오른 배경으로 ‘선물 투자’가 꼽힌다. 선물 투자가 급증하면서 코인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암호화폐(코인) 시장도 주식 같은 다른 자산 시장과 마찬가지로 선물 거래가 존재한다. 최근에는 선물 시장 거래가 도리어 현물 시장에 영향을 주게 되는 ‘웩더독(Wag the dog) 현상’까지 나타나는 실정이다. 선물 시장 흐름을 유심히 살펴보면 현물 투자자도 의사 결정에 도움을 얻을 수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or 시카고상품거래소
선물 거래는 현물 거래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현물 거래는 상품이나 금전을 그 자리에서 맞교환하는 것을 말한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실시간으로 코인을 매매하는 것이 현물 거래다. 반면 선물 거래는 현재 가격으로 미래에 상품을 사는 것을 말한다. 계약금만 걸어놓고 잔금을 치르는 날 상품을 교환하는 방식이다. 미래 가격이 상승할 경우 매수 주문을 넣은 사람은 이익을, 매도 주문을 낸 사람은 손해를 보는 구조다.
투자자가 코인 선물 거래를 할 수 있는 채널은 크게 2개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운영하는 선물 거래소에서, 둘째 시카고상업거래소(CME) 같은 제도권 파생상품 거래소를 통해서다. 현재 실명계좌와 연동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는 선물 거래가 가능한 곳이 없다. 바이낸스, 바이비트, 후오비, FTX 같은 글로벌 거래소에서 선물 거래가 가능하다.
가상자산 거래소와 CME에서 운영하는 선물 거래에는 차이가 있다. 제도권 거래소 선물 거래는 만기일이 정해져 있다. 휴장·폐장도 있다. 주식 시장처럼 주말에는 거래가 안 된다. 반대로 대부분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는 365일 24시간 선물 거래가 이뤄진다. 따로 정해진 만기일이 없어 언제든 매수·매도 주문을 청산할 수 있다.
거래 단위도 다르다. CME 선물 거래는 최소 단위가 5비트코인이다. 현재 시세 기준으로 하면 1억5000만원에 달하는 액수다. 거액의 증거금이 필요한 만큼 개인보다는 기관 투자자가 주로 이용한다. 반대로 가상자산 거래소 선물 거래는 대부분 최소 단위 개념이 없다. 레버리지 배수에도 차이가 있다. 주문 금액의 최소 30%가 넘는 증거금을 요구하는 CME와 달리 가상자산 거래소 레버리지 배수는 천차만별이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의 경우 최대 125배 레버리지 투자까지 가능하다. 즉 증거금으로 100만원을 내면 마치 1억2500만원인 것처럼 돈을 굴릴 수 있다는 얘기다. 100만원을 투자해 비트코인 가격이 10% 오르고 나서 청산하면 수익금은 10만원이 아니라 1250만원이 된다. 반대로 강제 청산이 되기도 쉽다. 가격이 0.8%만 떨어져도 원금인 100만원을 눈 깜짝할 새 모두 잃는다. 초고위험 투자인 셈이다.
▶롱·숏 비율 나타내는 ‘펀딩비’
▷펀딩비 마이너스일 땐 시장 위축
최근 선물 거래가 급증하면서 시장 전체 가격을 견인하는 모습이다. 비트코인 ‘미결제 약정’이 크게 증가한 데서 확인할 수 있다. 미결제 약정이란 가상자산(코인) 선물 거래소에서 전체 투자자가 매수(롱) 또는 매도(숏) 포지션에 진입한 이후, 아직 청산하지 않고 보유 중인 모든 계약 수를 의미한다. 미결제 약정 수치가 높을수록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고 기존 가격 추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가 된다. 온체인 데이터 전문 기업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기 직전인 9월 25일 약 80억5000만개에서 10월 27일 기준 106억6000만개까지 크게 늘었다.
‘레버리지 투자’도 급증했다. ‘예상 레버리지 비율’이 역대 최고점을 기록할 정도다. 예상 레버리지 비율이란 코인 선물 거래소의 미결제 약정을 해당 거래소 코인 보유량으로 나눈 값이다. 해당 값이 높을수록 투자자들이 선물 거래에서 높은 위험을 감수하며 레버리지를 사용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지난 10월 26일 기준 예상 레버리지 비율은 약 46.6%. 한 달 전인 9월 26일(33.9%)과 비교하면 약 13%포인트 급등한 수치로, 코인 선물 거래가 시작된 이래 역대 최고다.
미결제 약정과 레버리지 비율만 살펴봐서는 안 된다. 이와 함께 꼭 살펴봐야 할 또 다른 지표가 ‘펀딩비’다. ‘펀딩비’는 선물 거래소에서 매수 또는 매도 비율이 어느 한쪽으로 쏠리는 정도를 나타낸다.
투자자 심리를 보여주는 지표로 펀딩비가 0 이상일 때는 매수 심리가, 0 이하일 때는 매도 심리가 강한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즉 앞으로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하는 선물 투자자가 많으면 펀딩비가 0 이상, 반대로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 추측하는 이가 많으면 0 밑으로 떨어진다. 미결제 약정이나 레버리지 비율이 아무리 높아도 펀딩비가 음수일 경우에는 시장에 부정적이다. 매수보다 매도 주문을 넣은 투자자가 많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최근 흐름은 긍정적이다. 열흘 이상 펀딩비가 양의 값을 기록 중이다. 10월 26일에는 6%를 기록하며 10월 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펀딩비가 열흘 이상 플러스로 나타난 것은 지난 7월 초 이후 약 100일 만이다. 그만큼 투자자 심리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뜻이다. 지난 6월 최저점(-13%)이나 8월(-11%)과 비교하면 알기 쉽다.
▶시카고상품거래소도 ‘주목’
▷만기일, CME갭 발생 여부 살펴야
제도권 파생상품 거래소인 CME에서는 ‘선물 만기일’에 주목해야 한다. CME 비트코인 선물 만기일은 매달 금요일. 선물 계약 만기일이 다가오면 투자자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주어진다. 계약을 청산해 비트코인을 받거나 아니면 만기일을 연장해야 한다.
만기일에 가까워졌는데 현물 시장과 선물 시장 사이 가격 차이가 크다면 비트코인 가격에 큰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 현물 시장 가격이 2만달러, 선물 시장 가격이 1만8000달러에 형성돼 있다고 해보자. 매도 주문을 넣은 사람은 만기 때 큰 손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럴 땐 매도 주문자가 더 큰 손해를 막기 위해 비트코인을 더 사들이면서 일시적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뛰어오를 수 있다. 이른바 ‘숏스퀴즈’ 현상이다. 물론 반대 상황에도 코인 가격이 변동할 수 있는 만큼 만기일 때 현물·선물 시장 가격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상황은 바로 ‘CME갭’이 발생하는지다. CME갭이란 비트코인 CME 선물 차트에서 차트가 비어 있는 부분을 말한다. 선물 거래는 현물 거래와 달리 만기일이 존재하고 휴장·폐장도 있다. 365일 24시간 거래되는 현물 거래와 달리 폐장 이후에는 선물 차트가 더 이상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그사이 선물 차트에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금요일 종가가 5만원인데 주말에 엄청난 호재가 발생해 주가 상승이 예측된다고 가정해보자. 주식과 달리 현물 시장에서는 거래가 지속되기 때문에 가격이 5만5000원까지 뛰었다. 이럴 경우 선물 투자자는 월요일에 5만원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주식을 팔려고 할 테고 선물 시장 가격은 주말 전 종가인 5만원보다 더 높은 5만5000원부터 시작할 수도 있다. 5000원 정도 갭이 발생하는 것이다.
CME갭이 발생하면 선물 가격은 물론 현물 가격까지 요동칠 수 있다. ‘갭이 곧 채워질 것’이라는 심리가 작용하면서 선물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 여기에 영향을 받을 경우 현물 비트코인 가격도 덩달아 내려갈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나건웅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1호 (2022.10.26~2022.11.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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