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CFO라면…네 가지 경제기상도 대비하라
[Deloitte 금융 인사이트] 인플레가 몰고 올 미래 시나리오
인플레이션을 해소하기 위한 미국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경기 침체의 어두운 그림자로 다가온다. ‘Winter is coming’은 더 이상 드라마의 영역이 아닌, 현실 영역이 돼버렸다.
현재가 늘 미래의 거울은 아니다. 내년에는 공급망 문제가 완화될 수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될 수도 있다. 소비 수요가 감소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떨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시나리오는 현재 상황에서 예상한 바와 거리가 있을 수 있으나, 기업은 이런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해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딜로이트는 ‘미래 시나리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과도하게 걱정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반대로 충분히 걱정하지 않습니까(Future scenarios: Are CFOs too worried about inflation-or not worried enough?)’라는 보고서를 통해 네 가지 인플레이션 시나리오와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이 시나리오는 기업이 사업 전략, 인적 자원, 공급망 등의 영역에서 회복 탄력성을 키워 미래에 대비할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이들 네 가지 시나리오는 전망이나 예측은 아니다. 다만 이런 가정 아래 기업들이 준비해야 할 전략과 주시해야 할 사안을 정리한 것이다.
▶시나리오 1 | Blue Skies(푸른 하늘)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고, 공급망 차질이 해소되고 서비스와 재화 간 수요의 균형이 회복되는 상황이다. 이 경우 물가 상승률이 정상화될 가능성이 높다. 근로자들은 업무에 복귀해 노동 공급이 안정화된다. 연준은 점진적이고 보수적인 수준으로 금리를 인상한다. 현재 보여지는 상황과는 많이 다르지만, 이런 상황이 올 수도 있지 않은가?
기업은 장기 회사채 발행 등으로 자금을 마련해 기초 역량과 성장 주도의 M&A에 투자함으로써 팬데믹 이후 찾아올 성장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 또한 공급망을 다각화해 회복력을 강화하고, 성장과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최적화를 도모해야 한다.
▶시나리오 2 | Sun Showers(맑은 날에 오는 비)
공급망 차질이 계속되고 노동력 공급이 경색돼 인플레이션이 일정 수준으로 유지되는 상황이다. 기업과 소비자는 완만한 물가 상승에 적응해 경제 성장이 이어진다. 소비 지출과 경제 활동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연준은 약화된 고용 시장을 고려해 완만한 금리 인상 궤도를 밟는다. 현실적으로 이런 과정으로 간다면 그나마 위안이 될 수 있다.
기업은 투입비용을 줄이면서 성과를 개선해 불안한 사업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는 투자 전략을 짜야 한다. 또한 저금리 환경을 적극 활용해 재무건전성을 유지해야 한다. 조직의 핵심 경쟁력에 초점을 맞추고, 향후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현재 취약점도 살펴보자. 성장과 통합을 위한 최적화 작업이 핵심이다.
▶시나리오 3 | Stormy Weather(폭풍우)
근로자의 기대인플레이션이 상승해 임금-물가 악순환이 발생하며 인플레이션율이 높게 치솟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이 경우 소비 지출과 기업 투자 모두 위축된다. 공급망 문제는 한층 어려워지고, 연준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급격한 긴축 행보를 밟아 경기 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한 안이다. 바야흐로 경기 침체의 먹구름이 몰려오는 것이다.
기업은 규모의 경제와 자동화 등의 비용 절감 전략으로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또한 사업 모델을 다각화하는 등 위험 요인을 제거하는 데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 금융 헤지 수단을 활용해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을 완화하고, 현금 회전 효율성을 최적화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이 시나리오는 현재 상황에 가장 부합한다. 회복 탄력성 측면에서 기업이 추가로 고려해야 하는 사항을 제시해본다.
1) 기업 전략적 측면에서는 높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경영진이 조직을 관리할 수 있도록 대비시키고 (현금 회전율, 가격 탄력성 등) 사업 성과를 측정할 새로운 핵심성과지표(KPI)를 도입해야 한다. 미수금을 줄이고, 재고 회전율을 높이고, 지급 채무를 늘리는 것이 좋다.
2) 인적 자원 측면에서는 비용 절감이 가능한 유연한 고용 모델을 활용해야 한다(예: 서비스형 노동(labor-as-a-service), 역외 인력, 대체 수단으로써의 자동화).
3) 공급망 측면에서는 물가가 더 오르기 전 공급 업체와 가격 협상을 체결하거나 업체를 회사 내로 흡수병합하는 수직적 통합을 고려해볼 수 있다.
4) 가격 정책 측면에서는 인플레이션율에 맞춰 가격을 인상할 필요가 있다. 장기 계약에 물가 상승분을 반영해야 한다. 저마진 거래, 무상 할인, 당일 배송 등 이윤 창출에 최적화되지 않았던 결정을 수정해야 한다. 아울러 상품별, 고객별, 유통 채널별로 가격 인상을 구조화하고 타깃 설정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기업 내 외부적으로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하다. 상품 패키지 재고, 온라인 주문과 같은 비용이 적게 드는 소비를 장려하는 등 상업적 측면에서 비용 감축을 위한 방법을 찾는 일도 중요한 과제다.
5) 자본 구조 측면에서는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위험을 완화하고 안전자산에 투자해야 한다. 장기 채무는 되도록 피하는 것을 추천한다.
6) M&A와 구조조정 측면에서는 경쟁 우위를 지닌 기업은 공격적으로 선제적 인수에 나서야 한다. 반면 경쟁 우위가 약한 기업들은 비용 구조를 개선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7) 부동산 측면에서는 안정적 자산 수준에서의 부동산 투자를 해야 한다.
8) 세금 측면에서는 수입 물품 구매 경로와 관세 등에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시나리오 4 | Downdraft(하강)
공급망 차질이 예상보다 빨리 해소되지만 팬데믹 기간 축적된 저축이 소진돼 소비 수요가 약화하며 인플레이션율이 급격히 떨어진 상황을 가정해보자. 저성장으로 기업 이익이 악화할 뿐 아니라 실업률이 상승한다. 연준은 역대 최저금리를 유지하며 채권 매입 확대 방안을 모색한다.
기업은 새로운 경험과 차별화된 서비스로 수요를 창출하고 가치를 강조해야 한다. 공급 업체와 파트너십을 합리화하고 구조조정을 통해 효율성을 높인다. 아울러 비용을 감축하고, 효율성과 수요 창출을 위한 최적화를 추진해야 한다.
기업은 현재 상황이나 전망에 근거한 단일한 시나리오를 확신해서는 안 된다. 불확실이 촉발하는 경제 상황에 따라 발생 가능한 인플레이션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이해하고, 대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네 가지 시나리오를 포함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해 회복력을 높일 방안을 찾아야 한다.
경영진이 각 시나리오가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그에 따른 잠재적 전략과 헤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사업의 핵심 영역(공급망, M&A 등)에 인플레이션이 미치는 영향을 반영해 기회와 위험 요인을 파악하는 것도 필수다. 마켓센싱(Market Sensing)을 통해 핵심 이정표를 파악해 어떤 시나리오가 펼쳐질지 선제적으로 예측하고 그에 따라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
다가오는 겨울이 얼마나 이어질지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점은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
[장형수 한국딜로이트그룹 금융산업통합서비스그룹 고객산업리더 파트너]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1호 (2022.10.26~2022.11.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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