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엔低에…해외 인재 유치 경쟁력 ‘뚝’
[JAPAN NOW] ‘100엔 스시’ 사라진 일본
일본의 대표 회전초밥 업체 ‘스시로’에서는 10월부터 ‘100엔(세금 포함 110엔)’ 스시가 사라졌다. 1984년 창업 이래 ‘접시당 최저 100엔’ 전략을 유지해왔지만 원자잿값 상승과 엔저(엔화 가치 하락)에서 비롯된 물가 상승을 견디지 못하고 5~10엔가량을 올렸다.
베트남에서 일본 취업을 위한 건설기술자 교육 강좌를 운영하는 M연구소. 이 연구소 강좌에 2019년에는 모집 인원(50명)의 5배가량에 달하는 사람이 응모했지만 올해는 정원을 못 채울 가능성도 제기된다. 연구소 관계자는 “임금 격차 축소로 일본 경제 위상이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록적인 엔저가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고 달러 기준 임금 감소로 인해 외국인 인력 유치 경쟁력을 낮추는 등 여러 면에서 일본 경제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엔화 가치는 올 초 달러당 115엔대에서 최근에는 151엔대를 기록하는 등 약세를 거듭해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올 들어 여러 차례 기준금리를 올렸고 추가 인상까지 점쳐지는 상황에 일본은행은 경기 활성화 명목으로 대규모 금융 완화를 고수했다 미일 금리차가 벌어진 것이 엔화 약세의 큰 원인이다.
엔저 그늘이 크게 드러나는 곳은 물가다. 국제 원자잿값 상승에 엔저가 맞물리며 ‘저성장·저물가’ 대명사 일본에서도 물가가 올랐다. 지난 9월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신선식품 제외)는 전년 동기 대비 3% 올라 소비세율 인상이 있었던 때를 제외하면 31년 1개월여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9월 물가 상승 3% 31년 만에 최고
달러 표시 임금 10년 새 40% 하락
테이코쿠데이터에 따르면 상장 105개 식품 회사의 10월 가격 인상 품목은 올 들어 최대인 6500개 이상에 달한다. 올해 가격이 올랐거나 오르는 품목은 2만개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규동(소고기 덮밥)으로 유명한 요시노야는 10월에 1년여 만에 가격 인상에 나서 매장 내에서 제공되는 덮밥값을 20엔 안팎 올렸다. 아사히맥주는 맥주, 위스키 등 가격을 6~17%가량 올렸고 이토햄은 햄·소시지값을 3~30% 높였다. 가격 인상은 식품뿐 아니라 전기료를 비롯해 전방위적이다. 물가가 오르니 생활비 부담도 늘어난다. 미즈호리서치&테크놀로지는 엔화 가치가 달러당 145엔 수준일 경우 올해 2인 이상 가구의 생활비·지출액은 지난해 대비 8만1674엔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산케이신문의 10월 여론조사에서 물가 상승 영향에 대한 질문에 ‘매우 힘들어졌다’가 10%, ‘다소 힘들어졌다’가 56.2%였다. 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에서는 정부 물가 대책에 대한 질문에 75%가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엔저의 또 다른 그늘은 외국인 인재 유치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올 들어 계속된 엔화 가치 하락을 2020~2021년 달러 표시 평균 임금에 반영하면 평균 임금은 2012년에 비해 40%가량 줄었으며 이로 인해 아시아 개발도상국과의 임금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이런 현상은 건설·노인 요양 등 외국인 노동자가 필요한 업종에서 ‘일본 이탈’의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이와 관련 필리핀 인력 송출 단체 담당자는 “최근 엔저로 일본보다 임금이 높고 영어를 쓸 수 있는 호주 등으로 인력이 송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도쿄 = 김규식 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1호 (2022.10.26~2022.11.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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