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 얼굴'만으로 홀렸다…40분간 샴푸 매출 15억 찍은 비결
지난 8월 GS홈쇼핑은 ‘TS샴푸’ 8주년 방송을 내보내면서 세트에 설치된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월 효과를 톡톡히 봤다. 모델인 가수 임영웅씨 광고를 방송 내내 스크린에 송출한 게 눈길을 끌면서 40분 만에 준비 물량인 1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달에는 같은 무대에서 개그맨 장도연씨가 특별 MC를 맡아 ‘2022 FW 패션 쇼케이스’ 방송을 진행했다. 이날은 화면 배경으로 로마 콜로세움을 연상시키는 장면을 디지털로 구현, 영화제 시상식을 방불케 하는 화려한 무대 디자인을 선보였다. 이 프로그램은 KT와 SK브로드밴드 IPTV(인터넷 TV) 기준 3만 가구가 시청했다. 이는 일반 홈쇼핑 방송 대비 2배가 넘는 수치다.
목재 세트를 주로 활용했던 TV홈쇼핑·라이브쇼핑 업계가 최근 디지털 스튜디오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초대형 LED 스크린월을 세우고,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해 실감 나는 세트를 만든다.
‘몰입형’ 디지털 무대, 눈길 끄네
디지털 스튜디오는 TV홈쇼핑의 숙명인 ‘재핑 효과(zapping effect·채널을 돌리다가 중간에 있는 채널의 시청률이 높아지는 현상)’를 극대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광고를 피해 화면을 돌리는 시청자의 눈길을 몰입감 넘치는 화면으로 사로잡는 전략이다. 이는 자연히 매출로 연결된다.
GS홈쇼핑은 지난 7월 스튜디오 네 곳 중 두 번째로 큰 스튜디오에 가로 22m, 높이 3.6m 크기의 LED 스크린월을 설치했다. 이후 지난 8~10월 3개월간 이곳에서 진행한 방송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해 7%가량 증가하는 효과를 봤다.
쇼호스트 ‘말발’ 대신 ‘보는 재미’
CJ온스타일은 지난 2월 미디어월 전용 스튜디오를 열고 가로 24.6m, 세로 4.05m의 곡선형 LED 스크린을 도입했다. 여기에 VR 효과를 입힌 그래픽 이미지를 띄워 실물 세트와 배경을 대체하고 있다.
최근 이곳에서 오로라 여행 패키지 상품을 판매, 실제 현지에서 오로라를 관람하는 듯한 화면을 구현해 높은 호응을 끌어냈다. 오로라 여행을 직접 다녀온 쇼호스트의 후기와 함께 신비로운 풍경이 화면에 펼쳐지면서 마치 가상 여행을 떠난 듯한 간접 경험을 제공했다. 가격대가 400만원 중후반대로 꽤 고가임에도 이날 주문 금액만 200억원에 달했다.
없었는데 있습니다, 증강현실 홈쇼핑
신세계라이브쇼핑은 지난 8월 AR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스튜디오 3.0’을 선보였다. 가로 26m, 세로 3.2m, 8K 해상도의 스크린 벽에 AR 기술로 만든 3차원(3D) 가상 세트를 실시간으로 띄우는 방식이다. 스크린 크기에 제약 없이, 배경을 훨씬 크고 현실감 있게 구현할 수 있다. 가령 고가 보석이나 의류를 판매할 때 뒤쪽에 거대한 백화점 배경을 AR로 띄워 마치 고급 백화점에서 쇼핑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식이다.
디지털 세트는 폐기물을 줄여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 GS홈쇼핑 관계자는 “디지털 스튜디오를 도입하면서 일반 스튜디오에서 사용하는 실물 세트와 소품, 페인트 등을 사용하지 않아 지난 3개월간 약 8t의 폐기물 절감 효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CJ온스타일도 올해 디지털 스튜디오를 통해 연간 세트 폐기물량의 3분의 2가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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