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달러에 또 줄어든 달러 곳간…외환위기론 재점화

이세미 2022. 11. 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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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보유액 3개월 연속 감소
연준, 4연속 자이언트 스텝
무역‧경상수지 적자 우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연합뉴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석 달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정부와 한국은행은 우리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지만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140억1000만 달러로 지난달 말보다 27억6000만 달러 줄었다. 8월 이후 3개월 연속 내리막길이다. 따라서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순위도 전달 보다 한 단계 낮은 9위로 떨어졌다.


다만 올해 9월(-196억6000만 달러)에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274억 달러 감소)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한 것에 비해 감소폭은 축소됐다. 지난 달 들어 외환시장 쏠림 현상이 완화되면서 조치 규모가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8월 말 1347.5원에서 9월 말 1434.8원으로 90원 가까이 움직였으나 10월 말 1419.3원으로 하락했다.


이런 가운데 2~3일(현지시간)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4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을 단행했다. 미국 기준금리는 3.00~3.25%에서 3.75~4.00%로 인상되면서 2008년 1월 이후 15년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고, 한미 간 금리차는 다시 1%p로 벌어졌다.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한번 더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파월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빠르면 12월에 금리 인상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면서도 “정책금리 인상 효과에 대한 시차를 고려하더라도 아직은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물가 안정이 이뤄지기 전까지 경로는 유지하되, 구체적으로 실질 정책금리가 플러스(+)인 상태를 원한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킹달러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환율이 더 오를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달러의 방향성이 내년 상반기 중에 크게 바뀌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초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 상향 돌파 가능성도 여전히 열어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EPA=연합뉴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주요 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및 국제통화금융위원회 회의 동행 기자단과 간담회에서 “현재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지만 옛날 같은 위기가 아니라는 말이 빈말은 아니다”며 “자본유출 징조는 없다”고 강조했다. 제2의 외환위기 발생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은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 역시 외환보유액이 4000억 달러 이상이고, 환율 상승은 미국의 통화 긴축 등으로 인한 글로벌 요인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한국의 대외건전성은 튼튼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무역‧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고 있고 이 같은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외환위기 가능성을 높인다고 우려한다. 지난 8월 한국의 경상수지는 30억5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8월 이후 14년 만이다.


한국과 같이 국내총생산 상당 부분을 수출‧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는 경상수지가 적자는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원화가 유독 약세인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금융권에 따르면 통화별 거래량 순위에서 1위는 미국 달러, 2위는 유로화에 이어 영국 파운드화가 3위를 잇고 있다.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가 4, 6위인 반면 원화는 순위권 밖이다. 아시아 시장에서 자금유출이 본격화 됐을 때 상대적으로 원화가 취약하다는 반증이다.


전문가들은 외환보유액 감소를 외환위기 시그널로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연준의 긴축 기조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미 간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자본유출이 가속화될 수 있다”며 “특히 무역적자가 지속되고 있고, 경상수지 역시 예단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같은 흐름이 지속된다면 외환보유액 4000억 달러 선도 붕괴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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