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로 살펴보는 '환승연애2' 성공 비결
[김종성 기자]
연애 리얼리티 붐 속에서 숱한 '아류' 프로그램들이 쏟아졌다. 워낙 많아서 이름을 기억하기도 힘들 정도이다. 하지만 '원조격' 네임드의 아성을 위협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시답지 않은 도전 덕에 더욱 굳건해졌다. 지난 3달 동안 '금요일'을 설레게 했던 프로그램은 TVING <환승연애2>였다.
<환승연애>는 X(전 연인)와 한 공간에서 생활하며 새로운 사랑, 그러니까 '환승'을 모색한다는 '미친' 콘셉트로 시즌1 방영 초기부터 논란을 야기했다. 지금에야 웨이브 <잠만 자는 사이>등 훨씬 더 선정적인 프로그램이 줄비하지만, 당시만 해도 <환승연애>는 센세이셔널 그 자체였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진정성'을 보며주며 논란을 잠재웠고, 연애 리얼리티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 TVING <환승연애2>. |
ⓒ 티빙 |
몇 가지 지표를 살펴보자. <환승연애2>는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 중 유료가입기여자수 15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티빙 역대 1위 시청 UV(Unique Visitors)에 올랐다. 티빙의 일일활성이용자수(DAU)를 보면 매주 금요일마다 10만 명 넘게 훌쩍 뛰어 올랐는데, 이를 통해 <환승연애2>의 힘을 확인할 수 있다. 일반인 출연진으로 거둔 '가성비' 효과라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가 있다.
"그냥 난 아직 이 관계를 놓을 준비가 안 된 것 같아. 오빠를 만나면 너무 행복할 거라는 걸 아는데도 내 손으로 놓을 자신이 없고.. (...) 제 마음을 스스로 많이 확인했어요. '난 희두가 아니면 아직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연)
앞서 언급했다시피 <환승연애2>의 성공 요인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그건 바로 '진정성'일 것이다. 달리 말하면, 진심이 느껴졌다고 할까. 다만, 프로그램 구성원 일부의 진정성이 아니라 출연진(성해은, 이나연, 이지연, 이지수, 박나언, 정규민, 김태이, 박원빈, 남희두, 정현규), MC(사이먼 도미닉, 이용진, 김예원, 유라, 뱀뱀), 제작진의 진정성 삼박자가 딱 맞아떨어졌다.
물론 부침도 있었다. <환승연애2>는 초반 '규칙 위반'으로 인한 퇴소자(최이현, 선민기)가 발생하며 혼란을 겪었다. 제작진은 출연자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구체적인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 제작진은 명쾌하지 않은 태도로 일관하며 논란을 가중시켰고, 출연자들도 동료(?)의 갑작스러운 이탈에 감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반전을 이끈 건 중반에 투입된 성해은과 남희두였다. 규민의 X인 해은의 눈물은 수많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6년이라는 긴 세월을 함께 한 규민과 해은, 두 사람의 온도 차이는 너무도 선명했다. 규민은 현재의 설렘(나연)에 충실하려 했고, 그런만큼 과거와 선을 그었다. 반면, 해은은 규민만 바라봤다. 절박했고, 절절했다. 울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였다. 그만큼 규민이 절실했다.
해은의 눈물이 갈팡질팡하던 시청자의 몰입을 이끌었다면, 희두의 등장은 판도를 흔들었다. 우선, 들쭉날쭉하던 지연의 마음이 희두를 향했다. 결국 지연은 최종 결정에서 3주 동안 자신을 가장 많이 웃게 한 희두를 지목했다. 그런가하면 희두는 X인 나연의 마음도 원상 복귀시켰다. 나연은 초반부에 규민에게 설렘을 느꼈다. 연인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충분해 보였다.
▲ TVING <환승연애2> 한 장면. |
ⓒ 티빙 |
진짜 반전은 정현규의 등장이었다. 현규는 과거의 관계에 감정적으로 매몰된 해은의 구원자와 같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명확하게 자신의 마음을 전달했던 성숙한 현규 덕분에 해은도 마음을 열 수 있었다. 최종 결정의 날, 규민에게 선물받았던 목걸이를 벗고 나타난 해은은 규민과의 해묵은 감정을 정리하고 현규를 선택했다. 물개박수가 절로 나오는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눈앞의 현규를 보니까 딱 결심이 서지더라고요. 현규가 선물 같은 사람이었어요." (해은)
무려 3시간에 달하는 러닝 타임이 지루하지 않게 느껴졌던 건 사랑 앞에 솔직했던 청춘들의 진정성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또,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감성으로, 적절한 언어를 사용해 출연자들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MC들의 존재는 화룡점정이었다. 다른 연애 리얼리티의 MC들처럼 '맥커터'가 아니라 출연자들의 사연에 깊이 공감하고, 안타까워하고, 함께 기뻐하는 진심이 따뜻했다.
출연진, MC들의 진정성만큼이나 두드러졌던 건 제작진의 진심이다. 제작진은 출연자를 1:1로 마크하며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했는데, 그만큼 긴밀하게 연결되어 출연자의 진솔한 마음을 끌어냈다. 큰 틀에서는 제작진이 출연자의 감정선을 왜곡없이 담아냈고, 아름다운 영상과 OST로 마치 멜로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그려냈다. 제작진이 출연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얼마나 아끼는지 알 수 있었다.
이처럼 진정성 삼박자가 절묘했던 <환승연애2>는 이제 스페셜 편('과몰입의 나날들')만을 앞두고 있다. 4일 공개될 예정이었지만, 이태원 참사로 인해 연기되어 11일로 미뤄졌다. 스페셜 편을 통해 뜨거웠던 과몰입의 나날들을 정리할 <환승연애>,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벌써부터 시즌3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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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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