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거리 늘어나요” 韓 골퍼 겨냥한 伊 와인
[고재윤의 스토리가 있는 와인] 네버 다이 (Never Die)
골프와 와인 사이 공통점을 아시는지.
첫째, 골프장 18홀 코스가 저마다 난이도가 다르듯이 와인도 생산되는 지역별 테루아에 따라 다양한 개성의 와인이 생산된다. 둘째, 골프는 골프채 14개로 다양한 비거리와 퍼팅을 연출하듯 와인 역시 크베브리, 오크, 스테인리스, 시멘트 등의 용기, 양조자의 기술에 따라 맛과 향의 차이가 난다. 셋째, 골프는 해저드, 벙커, 언덕 등의 방해물이 있다. 와인 역시 냉해, 홍수, 가뭄 등의 천재지변, 곰팡이, 온도, 코르크 같은 방해 요소가 있다. 넷째, 연습을 게을리한 골퍼는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와인도 마찬가지로 농부가 게을러 포도 품질을 높이지 못하거나 양조자가 양조를 소홀히 하면 품질 좋은 와인 생산이 어렵다. 마지막 다섯째, 골프 실력이 체계적인 훈련과 연습에 투자한 시간만큼 늘어나듯 와인의 참맛도 양조가의 오랜 경험과 열정에서 나온다.
골퍼들이 와인을 사랑하는 이유도 이런 공통점 덕분이지 않을까. 이번에는 아예 한국 골퍼만을 겨냥해서 만든 와인 하나를 소개할까 한다. 골프 전에 마시면 비거리가 늘어나고 OB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속설(?)을 지닌 ‘네버 다이(Never Die)’ 와인이다.
‘네버 다이’ 와인은 바르바네라(Barbanera) 와이너리에서 특별히 한국 골퍼들을 위해 만든 와인이다. 이탈리아 움브리아 국경과 가까운 토스카나 남부 풀리아(Puglia)에서 남동쪽 모서리에 있는 콜리 세네시(Colli Senesi) 마을에서 생산한다. 1938년 알테로 바르바네라는 아내 마리아 프란세치니와 함께 자신과 자녀들의 꿈과 미래를 위해 토스카나 움브리아와 라치오가 만나는 지점에서 남쪽으로 떨어진 몬테 세토나(Monte Cetona)산 아래 작은 마을에 소규모 와이너리를 설립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로마에 와인을 공급해왔지만 크게 빛을 보지는 못했다. 그러다 1978년 창업주 손자인 마르코와 파올로가 바르바네라 와이너리를 부활시키면서 최첨단 장비를 도입했다. 이후 역동적이고 과학적인 양조, 지속적인 양조시설 투자가 성공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한, 다른 와인 산지 생산자들과 합심해 포트폴리오 와인을 생산하면서 더욱 빛을 보기 시작했다.
그리스·로마 신화 피닉스에서 영감을 얻은 불사조 라벨처럼 한국에 새롭게 출시한 ‘네버 다이’ 와인은 부활의 상징이 됐다. ‘네버 다이’ 와인은 이탈리아 토착 포도 품종인 프리미티보(Primitivo)와 네그로아마로(Negroamaro)를 50 대 50으로 블렌딩한 와인이다. 이탈리아 남부 지역 뜨거운 햇살 아래 해풍에 말려 농축된 포도로 양조해 색다른 개성이 있다. 벨벳처럼 부드럽고 강한 질감을 느끼지만, 균형 잡힌 타닌, 과일향의 여운을 가진 풀보디 와인으로 가성비가 최고다. 골퍼 입문자부터 애호가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와인으로 골프 하기 전에 한잔하면 18홀 내내 OB가 없고 골프공을 잃지 않는다는 전설의 와인, 골프 한 후에 저녁 식사에 마시면 다음 골프 때까지 불사조처럼 부활하게 만드는 희망과 용기의 와인이다.
필자도 와인을 구입해 시음했다. 와인 빛깔은 짙고, 밝은 레드 컬러로 가을 단풍을 연상시킨다. 향을 맡아보면 블랙베리, 야생 블루베리, 체리, 무화과잼, 자두, 향신료, 후추 등의 복합적인 향이 기분을 좋게 한다. 마셔보면 우아한 벨벳의 부드러운 질감과 더불어 열대과실 풍미가 가득하며, 균형감이 좋다. 음식과 와인의 조화는 돼지고기를 넣은 김치찌개, 한우 갈빗살구이, 한우 양념 갈비구이, 불고기, 돼지 삼겹살 구이 등과 좋다.
[고재윤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고황명예교수 겸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1호 (2022.10.26~2022.11.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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