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조절에도 커진 5%대 금리 가능성…증시 약세 지속되나
한은 빅스텝 가능성↑...시장 유동성 유입에 악재 우려
하방 압력 확대 속 변동성 확대…업종·종목별 장세 전망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시장 예상보다 강한 매파(통화긴축 선호) 입장을 보이면서 향후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금리 인상 속도 조절 시사에도 인상 지속 기조를 명확히 하면서 최종 금리 상단이 5%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시장 위축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7.70포인트(0.33%) 하락한 2329.17에 마감했다.
개장시 2300선이 무너지며 출발해 2296.44까지 떨어졌지만 다시 반등하며 장 마감 1시간여를 앞두고 상승 전환에 성공했다. 이후 2340선까지 회복하기도 했으나 장 막판 다시 급락하며 2330선마저 내줬다.
장중 내내 개장 전 연준이 금리 인상과 관련해 언급한 당근(속도 조절)과 채찍(인상 지속)에 모두 반응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앞서 연준은 2일(현지시간)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연 3.00∼3.25%에서 3.75∼4.00%로 올리면서 한·미간 기준금리 격차는 상단 기준 1.00%포인트로 벌어졌다.
자이언트 스텝은 이미 시장이 예상한 수준이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었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내놓은 메세지가 매파 기조 유지로 해석됐다. 속도 조절과 긴축 지속의 두 가지 발언 중에서 미국 증시는 후자에 더 강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파월 의장은 “연준은 향후 금리 인상 속도를 결정할 때 그간의 긴축 통화정책의 누적된 효과와 통화 정책이 경제와 물가 등에 미치는 시간적 격차, 경제 및 금융 상황 진전을 고려할 것”이라면서도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연 2%)으로 되돌릴 만큼 지속해서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명시적으로 최종금리 수준이 지난번 예상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언급해 최종 금리 수준이 5%대가 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연준은 9월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나타낸 도표)를 통해 내년 기준금리를 4.6%로 제시해 왔다.
결국 파월 의장의 발언이 시장이 기대했던 연준의 피벗(Pivot·태도 전환) 가능성을 사라지게 하면서 증시에는 악재로 작용했다. 간밤 미국 뉴욕증시는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1.5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2.50%),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3.36%) 등 3대 지수가 일제히 하락하며 실망감을 표출했다.
증권가에서는 피벗을 위해서는 일단 지속되고 있는 금리 인상이 멈춰야 하는 것인 만큼 연준이 이번 회의를 통해 속도조절이라는 감속과 피벗의 선행 조건인 멈춤을 확실히 구분하면서 과도한 시장의 기대감 형성을 차단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금리 인상 속도 조절 자체도 시장에서 통화 완화로 해석하지 않도록 지속 인상 입장을 분명히 하며 물가 안정 목표를 최우선에 둔다는 점을 재확인시켰다.
이같은 연준의 기조가 재확인되면서 국내에서도 기준금리가 큰 폭의 상승이 불가피해진 점도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오는 24일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인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앞두고 있는데 베이비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25% 인상)보다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 보다 무게가 쏠릴수 밖에 없게 됐다.
빅스텝이 단행되면 지난달 금통위에 이어 2회 연속으로 사상 처음으로 단행한 지난 7월을 포함, 올 하반기에만 3번째로 이뤄지는 것이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그만큼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주식 투자 수요가 줄어들수 밖에 없고 그만큼 증시에 공급되는 유동성도 감소하게 된다.
이때문에 당분간 증시는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저조한 박스권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연준의 최종 금리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내달 FOMC 회의때까지는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코스피지수가 2000선 초반까지 밀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금리 인상 지속으로 최종 금리 수준이 높아진 상태가 지속되면서 고금리 시대 장기화 가능성에 우려스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속도 조절이 이뤄져 통화 긴축의 강도는 이전보다 약해질 수 있더라도 통화 긴축의 기간이 더 길게 이어지면서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본격적인 반등도 그만큼 뒤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윤소정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속도는 느리지만 금리인상이 더 높고 오래 이어질 것이라는 파월의 발언은 속도조절론을 무색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며 “시장이 속도조절보다는 금리인상이 더 오래 이어질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도록 만들었다”고 언급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시장 조정은 후반부로 진입했으며 장기 자금은 유입되기 시작할 것”이라면서도 “지금처럼 증시가 치고 받는 답답한 흐름을 종료하기 위해선 ‘연준 피벗’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개별 업종과 종목별로 테마주 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 만큼 투자 호흡을 보다 짧게 가져가면서 기민하게 대응하는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재혁 하나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고난이 예상되는 바 큰 비중을 가지고 시장의 변동성에 장기간 노출되는 전략보다는 호흡을 짧게 가지고 시장의 테마에 편승한 매매를 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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