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콜옵션, 제2의 레고랜드?..."과도한 우려 말아야"

이창환 2022. 11. 3.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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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이 외화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조기상환권)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우리 자본시장의 신뢰도 하락이 발생할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가 나온다.

흥국생명이 이번에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은 5억달러의 신종자본증권은 2017년 발행됐으며 교보생명도 같은 해 5억달러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흥국생명도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를 위해 지난 9월 새로운 외화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추진했지만 교보생명과는 달리 발행을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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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흥국생명과 DB생명이 외화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조기상환권)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우리 자본시장의 신뢰도 하락이 발생할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가 나온다. 자칫 제2의 레고랜드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정부는 우리 보험사들의 체력이 튼튼해 연쇄 부실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과도한 우려가 오히려 금융시장을 더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보험회사들의 유동성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유동성 평가등급을 1등급씩 상향 적용하는 등 유동성 평가기준을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한화생명·KDB생명 "조기상환권 행사"

4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들은 건전성 관리를 위해 2017∼2018년 중 해외채 시장에 총 22억달러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한화생명이 2018년 외화 신종자본증권 10억달러를 발행해 가장 규모가 컸다. KDB생명도 2018년 외화 신종자본증권 2억달러를 발행했다.

흥국생명이 이번에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은 5억달러의 신종자본증권은 2017년 발행됐으며 교보생명도 같은 해 5억달러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교보생명은 콜옵션이 도래하기 한 달 전인 지난 6월에 5억달러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을 차환 발행해 상환을 완료했다. 흥국생명도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를 위해 지난 9월 새로운 외화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추진했지만 교보생명과는 달리 발행을 철회했다.

흥국생명은 조기 상환보다 연장을 선택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연장할 경우 페널티로 현재 4.475%인 금리가 연 6%대로 높아지지만, 최근 금리가 급등해 새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려면 연 12% 안팎의 금리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흥국생명은 시장 신뢰도 하락을 감수하더라도 고금리 부담을 피하려고 한 것이다.

흥국생명이 콜옵션 미행사를 결정한 이후 신종자본증권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자료 : 한국신용평가)

한화생명은 내년 4월 콜옵션 행사를 앞두고 있으며 KDB생명도 내년 5월이 콜옵션 만료일이다. 양사는 어떻게든 추가로 자금을 마련해서 콜옵션을 행사할 계획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내년 콜옵션 만료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시장상황에 따라 자금조달 방식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13년 전과 달리 봐야...과도한 우려"

국내 금융사가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은 것은 2009년 우리은행 이후 13년 만인데, 금리하강기였던 당시와 금리 급상승기인 지금 상황은 달리봐야 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당시 우리은행은 4억달러 규모의 후순위채 콜옵션의 행사 시기가 도래하자 자금조달 여건이 어렵다는 이유로 콜옵션 행사를 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금리가 기존 후순위채보다도 낮은 상황이었는데 일시적 충격으로 자금조달이 안 됐고 그래서 콜옵션을 행사해 ‘한국 금융사들이 뭔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우리은행 채권의 신용부도스와프(CDS)프리미엄이 급격히 상승하는 등 자본시장 내 평판이 악화됐고, 나아가 한국 채권에 대한 투자심리도 나빠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금리상승기여서 흥국생명이 유리한 선택을 한 것이고 자본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은 낮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금융당국은 사태의 발단인 흥국생명의 재무구조가 나쁘지 않고, 수익성도 좋은데다 계약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 등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회사라 연쇄적인 문제가 발생할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너무 과도한 우려는 오히려 시장의 불안을 더 키울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흥국생명은 경영실적이 양호해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금융회사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모니터링하고 있는 만큼 과도한 우려는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DB생명이 오는 13일 예정됐던 3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일을 내년 5월로 변경한 것에 대해서도 "해외 발행이 아닌 국내 발행건으로 해외 투자자와는 관련이 없으며 이 신종자본증권 투자자는 소수로 시장에 유통되는 물량이 아닌 만큼 채권 유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없다"고 밝혔다.

◆ 보험사 유동성 규제 한시적 완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3일 생명보험업계와 만나 최근 채권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예·적금 금리 상승에 따른 저축성보험 해약 증가 등으로 유동성 자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을 논의하고 보험사 유동성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보험회사가 채안펀드 캐피탈 콜 납입 등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유동성 평가기준을 12월 평가 종료시까지 한시적으로 완화키로 했다. 이에 따라 보험사 경영실태평가(RAAS) 시 유동성 지표의 평가등급을 1등급씩 상향 적용한다.

이는 지난 28일 유동성 자산 인정범위 확대에 이은 보험사 유동성 규제 완화 조치다. 금융당국은 손보업계와의 간담회에서 그동안 만기 3개월 이하 자산만 유동성 자산으로 인정하던 것을 활성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만기 3개월 이상 채권 등 즉시 현금화 가능한 자산까지 포함하기로 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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