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권보다 경제"...공화당 지지로 돌아선 美 '위기의 주부들'

김영주 2022. 11. 3.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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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외 지역 백인 여성을 주인공으로 다룬 ABC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 포스터.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교외 백인 여성 유권자가 공화당 지지로 돌아섰다고 2일 보도했다. '위기의 주부들(Desperate Housewives)' 트위터 캡처

캘리포니아 링컨에 사는 다나 지아나시(68·여)는 오는 8일 미국 하원과 상원(3분의 1) 의원을 선출하는 중간선거에서 사전투표를 통해 공화당에 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공화당을 찍은 건 처음이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최대 관심사는 인플레이션과 남부 국경 지역의 안보 문제였다고 했다. 지아나시는 "지금 민주당은 미국을 망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수입은 고정돼 있는데, 연료비가 너무 올랐다"고 말했다.

코네티컷 다리엔에 거주하는 루스 앤 램지(76·여)는 아직 마음을 정하진 않았지만, 경제에 대한 걱정 때문에 공화당으로 기울고 있다고 했다. 그는 "사회 문제에선 민주당을 신뢰하지만, 경제 분야에선 공화당을 더 신뢰한다"며 "경제가 최우선이다. 생활비가 너무 올랐다"고 했다.

[그래픽] 미국 중간선거 판세. 연합뉴스


중간선거를 1주일 앞둔 시점에서 미국 교외에 거주하는 백인 여성 계층이 공화당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교외에 거주하는 백인 여성 유권자는 약 20%로 이들은 2018년 선거에서 민주당에 하원 40석 이상을 가져다준 강력한 지지층이었다. 교외 백인 여성은 ABC가 2004년부터 8년간 방영한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해, 이후 하나의 계층으로 통용된다.

WSJ는 지난주(10월 22~26일) 전국의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최근 몇달 새 표심이 반전됐다고 전했다. 전체 응답자 중 공화당을 지지한다고 답한 비율은 46%, 민주당은 44%였다. 이는 지난 8월 조사(공화당 44%, 민주당 47%)와 상반된 결과다.
특히 교외 지역 백인 여성의 변심이 결정적이었다. 이유는 경제다. 이들은 지금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냐는 질문에 71%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지난 8월(62%)보다 더 부정적이다. 또 누가 경제문제를 해결한 적임자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공화당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50%, 민주당은 35%였다. 이도 석 달 전 조사(민주당 48%, 공화당 35%)의 반대다.

백인 여성 유권자의 달라진 표심은 석 달 전 뜨거운 이슈였던 낙태권에 대한 관심이 멀어지고, 선거를 앞두고 경제 문제가 부상했음을 시사한다고 WSJ는 전했다. 지난 6월 대법원이 낙태 권리를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후 민주당 성향의 미국 여성들은 크게 반발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의식해 중간선거에서 이긴다면 "첫 법안으로 로 대 웨이드를 성문화하겠다"고 하는 등 지지층 결집을 위한 의제로 삼았다. 그러나 먹고 사는 문제 앞에 식어버렸다.

여론조사에서 이들 계층 중 66%가 생활비 상승으로 인해 재정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는데, 이는 8월(54%)보다 심화한 수치다.
공화당에 투표할 예정인 펜실베니아 퍼카시에서 사는 수잔 스미스(76·여)는 "식료품점에서 식료품 몇 개를 샀을 뿐인데 120달러(약 17만원)가 나온다"며 "아침마다 시리얼을 먹는데, 가격이 2배로 올랐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교외 백인 여성은 범죄 등 안보와 외교 정책에 대해선 공화당을 더 신뢰하는 반면, 낙태와 의료·교육 등에선 민주당을 지지하는 편이다.
민주당 여론조사기관에서 일하는 몰리 머피는 "이들 계층이 낙태보다 경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건 사실"이라며 "그들은 미국이 경기 침체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대다수가 재정적인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WSJ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 떨어졌다고 했다. 이들 계층에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38%에 그쳤으며, "나라가 잘못 가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74%에 달했다. 또 2024년 대선에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출마한다면 바이든을 찍겠다는 응답자는 41%, 트럼프는 52%였다. 지난 8월 조사(바이든 55%, 트럼프 39%)와 상반된 결과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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