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의대교수 100여명 정년퇴임… “지방 공공의료에 활용해야”

한성주 2022. 11. 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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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의사 절반 “은퇴 후 공공기관 근무 의향”
지방 공공의료원 83% “시니어 의사 환영”
서울시 소재 한 대학병원에서 의사들이 바쁘게 이동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박효상 기자

“해마다 의과대학 교수가 100명씩 정년퇴임하고 있습니다. 퇴임 후 계속해서 환자들을 진료하며 의료현장에서 활동하기를 원하는 분들도 상당합니다. ‘시니어 의사 매칭 사업’은 시니어 의사들이 의료취약지에서 사회공헌을 하며 인생 2막을 열고, 국민은 어디에서든 명의를 만날 수 있는 상생 모델입니다.”

의료계 전문가들이 지방의 의료공백을 해소할 대책으로 시니어 의사 인력 활용에 주목하고 있다. 3일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의료소외지역을 위한 시니어 의사인력 활용방안을 의논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임준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본부 본부장을 비롯해 △백현욱 대한의사협회 부회장 △조승연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회장(인천광역시의료원장) △정재원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 △김광일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교수 △이경수 영남의대 교수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 △신욱수 보건복지부 공공의료과장 등이 참석했다.

3일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의료소외지역을 위한 시니어 의사인력 활용방안을 의논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신현영 의원실 중계 갈무리

비수도권의 공공의료기관은 고질적인 의사 구인난을 겪고 있다. 지역거점공공병원 인턴 수련병원 41개소 가운데 전문의 기준 충족률은 12%로, 5개소만 충족된 상태다. 88%에 해당하는 나머지 36개소는 모두 미충족 상태다. 미충족 기관은 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 병리과 등 필수의료로 분류되는 8개 필수진료권 중 적어도 2개 진료과는 전문의가 부족한 상황이다. 

시니어 의사 활용이 문제의 해답으로 꼽힌다. 지난해 대한의사협회가 전국의 60세 이상 회원 2만7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은 은퇴 후 공공기관에서 근무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51%는 필수 진료과목 전공자였고, 49%는 재취업을 위해 거주지를 옮길 수도 있다며 긍정적인 의향을 밝혔다. 환자를 진료하지 않는 비활동 의사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0년 기준 7.8%를 기록했고, 이들의 과반이 50세 이상이다.

의료기관의 수요도 상당하다. 국립중앙의료원이 지역 공공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시행한 시니어 의사 매칭 사업 수요조사 결과, 지역거점공공병원 41개소 중 34개소(83%), 보훈병원은 6개소 중 4개소(67%)가 참여 의향을 밝혔다. 산재병원은 9개소 모두 참여를 희망한다고 밝혀 관심도가 가장 높았다. 

지역 주민들의 입장에서도 시니어 의사 인력 활용은 반길 정책이다. 다만 지방 공공의료기관 운영은 지역사회 특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 견해다. 또한 공공의료 위축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장기적 전략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이 지역사회 수요에 적합한 공공의료 확충을 제안하고 있다.   신현영 의원실 중계 갈무리

윤 총장은 “공공의료 의사와 일반 병원 의사의 영역이 따로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공공의료 인력이 확충되지 못하는 원인과 지역의 의료인력 구인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면밀히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 구인난 문제를) 의료기관과 의료인 차원으로만 볼 것이 아니다”라며 “지역사회 전체가 대도시와 같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역사회에 맞는 공공의료시설 및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본부장은 “기존에도 공공보건의료 인력 사업을 통해 다양한 노력이 이뤄졌지만, 인력 정보는 여전히 부족하다”며 “지역 시니어 의료인력 매칭을 통해 인력 정보 제공을 확대 및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건복지부에서 수립 주인 필수의료 종합계획에 인력확보 방안의 일환으로 시니어 의사 공공의료기관 매칭 사업을 포함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 이사는 “앞서 2011년부터 대한의사협회는 은퇴 의사의 활동을 체계적으로 조직하고 지원하기 위해 의사시니어클럽을 운영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시니어 의사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정책적 논의가 충분치 않고 현황 파악도 미미한 상황”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공공의료기관이 의사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부분에서 세밀한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근무 형태를 예로 들면, 시니어 의사들의 전문성은 높지만 체력적인 부분에서 특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주3일 근무제를 적용하는 식으로 배려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신 과장은 “사업의 세부적인 모델을 고민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수요자와 공급자의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한 플랫폼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지 재정적인 부분과 정책을 개선하는 것에서 나아가, 실제 시니어 의사들의 의견과 선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가령 은퇴 이후 근무지를 서울권·경기권으로 희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경향도 고려해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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