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깡패 몽둥이가 약" 여당 분노…정작 北에 쓸 몽둥이 없다
국민의힘이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에 ‘자체 핵무장론’을 다시 언급하는 등 비판 수위를 높였다.
북한이 2일 하루 만에 25발 가량의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가운데 당초 국민의힘은 3일 오전 일찍 국회에서 관련 대책을 논의하는 당ㆍ정협의회를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날 오전 7시40분쯤 북한이 신형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등을 발사하면서 당ㆍ정협의도 긴급 취소됐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추가 도발에)대응해야 하는 인원들을 여기 부르는 게 맞지 않다고 보고 일단 연기했다”고 전했다.
당에선 북한에 대한 규탄 발언이 쏟아졌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북한이 우리 영해와 영토를 침범해 대한민국 주권을 침탈한다면 우리 군은 결연하게 응징해야 한다”며 “북한이 핵무기를 믿고 벌이는 재래식 도발을 묵과한다면 우리는 앞으로 끝없이 북한의 인질로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정 위원장은 특히 “문재인 정권 5년 간 신기루 같은 종전 선언에 집착했고, 김정은에게 핵ㆍ미사일 고도화를 위한 시간을 벌어준 건 통탄할 노릇”이라며 “한반도 평화를 말로 이룰 수는 없다. 북한을 억지할 수 있는 압도적 군사역량을 갖출 때만 우리는 전쟁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금희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김정은 정권이 이처럼 그릇된 상황 판단을 이어간다면 그 누구도 한반도의 평화를 담보할 수 없다”며 “강력히 경고한다. 대한민국은 북한 도발을 단호하게 응징할 것이며, 그럴 능력도 갖추고 있고 준비도 완료돼 있다”고 말했다.
여당 내에선 한동안 잠잠했던 강경론도 재분출하고 있다.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미친 깡패에게는 훈계가 아니라 몽둥이가 필요하다. 궁극적으로는 핵무장을 통해 공포의 균형을 이뤄야만 북한 도발을 막아 이 나라 자유와 평화를 지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비상한 결단을 내릴 때”라며 “미국 핵우산에만 의지해서는 안 된다. 핵에는 핵으로 대응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내서도 실질적으로 마땅한 대응책은 찾기 어렵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북한이 도발 수위를 더 높이더라도 대응사격을 넘어서는 조치를 취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재선 의원은 “그렇다고 전쟁을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라고 토로했다. 당 관계자는 “지금 경제 상황도 좋지 않은데 강 대 강 대치는 악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술핵 재배치’ 등 기존 확장억제를 넘어선 다른 수단에 대해선 미국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는 3일 태영호 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여당의 전술핵 재배치 등의 주장에 대해 “NPR(핵태세검토보고서ㆍNuclear Posture Review)에서 쓴 표현이 미국의 확고한 확장억제력에 대한 담보”라고 답했다고 한다. 미 국방부가 지난 달 27일(현지시간) 발표한 NPR에는 “북한이 미국이나 동맹국, 파트너에게 핵 공격을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으며 정권의 종말로 귀결될 것”이란 표현이 담겼다. 태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골드버그 대사가 선을 그은 것”이라면서도 “계속 이런 요구를 해서 미국이 움직이게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날 북한 도발을 일제히 비판했다. 이재명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온국민이 대형 참사로 슬픔에 빠진 시기, 북한의 반인륜적 도발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썼다. 이 대표는 특히 “오늘 탄도미사일 발사도 9ㆍ19 군사합의 정신 위배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며 “군사적 도발을 당장 멈추라. ‘벼랑 끝 전술’ 펼치다 국제적 고립이라는 벼랑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대응을 “무능과 무책임”이라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북한 도발로)울릉군 전역에 공습경보가 발령됐지만 이번에도 국민을 지켜야 할 국가는 보이지 않았다”며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이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연일 반복되고 있다. 정부는 안보 대응과 위기관리 시스템을 전면 재점검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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