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진료비 비중 43%…고령화 가속에 건보 지출은 폭증

정진호 2022. 11. 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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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조7000억원. 지난해 건강보험 총지출액이다. 10년 전인 2012년(38조8000억원)보다 38조9000억원이 늘었다. 10년 새 2배가 됐다. 건보 재정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재정보다 빠르게 늘어나는 건보 지출


3일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건보 지출 연평균 증가율은 8%에 달했다. 같은 기간 정부 총지출의 연평균 증가율(6.2%)보다 가파르다. 코로나19로 지난 2년간 병원 방문은 줄고, 재정은 역대 최고로 확대했는데도 그렇다. 올해는 더 심각하다. 올해 상반기(1~6월) 진료비는 50조845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44조8823억원)보다 11.6% 증가했다. 지급된 보험 급여비만 39조94억원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7% 늘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정부는 6년 뒤인 2028년이면 현재 20조원에 달하는 건보 적립금이 바닥날 것으로 예측하지만, 이보다 급격한 건보 지출 증가세가 진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출이 늘어나면 그만큼 보험료율이 가파르게 오르거나 정부 재정 투입 필요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건보 수지 적자도 피하기 어렵다.
건강보험 재정 추이 전망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건보 보험료율, 곧 법정 상한 도달


보건복지부의 ‘2020~2060년 건강보험 장기재정전망’ 자료를 보면 건보 지출은 2025년에 100조원을 넘어 104조6000억원을 기록한다. 2030년부터는 1년에 건보 지출이 10조원 이상씩 늘어난다. 2060년엔 지출 544조원으로, 1년간 적자만 388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계했다. 인구와 경제성장률을 중립적으로 보고 계산한 결과다.
서울 영등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 영등포남부지사의 모습. 연합뉴스
내년도 직장가입자의 건강보험료율은 7.09%로 책정됐는데 10년 내로 법정 상한(8%) 도달이 확실시된다. 문재인 정부는 건보 보장성을 강화하면서 재원 마련을 위해 보험료율 인상률을 연평균 3.2%로 제시했다. 이를 적용하면 2027년이면 보험료율이 8%를 넘는다. 건보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시민 부담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고령화 온다…이미 노인 진료비 비중 43%


지출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데는 MRI·초음파 진료 등을 건보 급여화하는 ‘문케어’(건보 보장성 강화)가 영향을 미쳤다.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문케어로 인한 건보 추가 소요액은 지난해 6조5000억원이다. 도입 첫해인 2017년 2000억원에서 건보 보장 항목이 늘면서 매년 증가했다.

점차 가팔라지는 건보 지출 증가세에는 저출산·고령화 여파도 절대적이다. 올해 상반기 전체 진료비에서 65세 이상 노인의 진료비 비중은 42.9%를 넘어섰다. 고령화 추세는 점차 빨라질 예정이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2070년이면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6.4%에 달할 예정이다. 2020년 15.7%였다.

생산연령인구(15~64세) 변화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기획재정부, 통계청]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0.81명까지 떨어진 만큼 생산가능인구는 반대다. 전체 인구 중 생산가능인구 비중은 2020년 72.1%에서 2070년 45.8%까지 감소할 전망이다. 적은 생산인구가 고령층의 의료 부담을 짊어지는 모양새다.


재정통제 필요…건보도 기금화하나


건보지출과 재정 개혁을 위해 외부 통제를 하는 방안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는 의료비 수가 등 건보 관련 정책을 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가 모두 결정하는 구조다. 건정심 위원 중 의약계 종사자 비중이 가장 크다. 건보를 제외한 다른 사회보험은 모두 기금 형태로 운영돼 운용계획 수립이나 결산 시 국회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 지출을 확대하려면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하는 식이다. 다만 코로나와 같은 재난 발생 시 탄력적인 운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건보료를 내기 싫다고 안 낼 수가 없는 사실상 세금 성격이 있는 만큼 기금으로 정부 재정에 포함해야 한다”며 “그래야 국회 통제를 받고 재정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될 수 있다. 건보 가입을 의무화한 나라 중 기금화가 안 된 건 한국뿐”이라고 말했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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