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 떠난뒤 러 공군기지 '펑'…200억짜리 헬기 산산조각 [영상]

김홍범, 조수진 2022. 11. 3.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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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약 650㎞ 떨어진 러시아 군사 기지에서 큰 폭발이 발생해 군용 헬리콥터 여러 대가 완전히 파괴됐다. 2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은 폭발 사고 직전, 한 남성이 해당 기지에서 태연히 폭발물을 설치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Ka-52 공격용 헬리콥터가 지난 9월 러시아의 '보스토크(동방)-2022' 훈련에 참여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이날 CNN이 공개한 영상에는 러시아 군사 기지 내 군용 헬기에 폭발물을 설치하는 신원 미상의 남성 모습이 담겼다. 해당 영상은 지난달 말에 촬영된 것으로, 남성은 폭발물을 조립해 러시아제 Ka-52 앨리게이터로 추정되는 기체에 설치했다. Ka-52는 러시아 카모프사가 제작한 공격용 헬기로 대당 가격이 200억 원이 넘는 고가의 무기다.

영상에는 그가 폭발물 타이머의 작동 여부를 확인하려는 듯 귀를 가져다 대는 모습도 담겼다. 이 남성이 다녀간 뒤 수 시간이 지나 이 기지에선 큰 폭발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러시아 텔레그램 뉴스채널 바자(Baza)는 “오후 늦은 시각 부대원들은 여러 차례의 폭발음을 들었다”고 전했다.

에어버스 인공위성이 31일(현지시간) 촬영한 러시아 베레티예 기지의 모습. 파손된 것으로 추정되는 헬리콥터들이 보인다. 사진 트위터 캡처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GUR)은 지난 1일 성명을 통해 폭발이 발생한 곳이 러시아 베레드니키의 베레티예 기지라며, 강한 폭발로 Ka-52 헬기 2대와 MI-28N 헬기 1대가 완전히 파괴됐고 다른 2대의 헬기도 심각하게 파손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GUR은 “폭발 이후 해당 부대에는 경보가 발령됐으며, 폭발로 인해 헬기의 잔해가 200m가량 날아갔다”고도 전했다.

CNN은 위성사진 등을 통해 폭발이 발생한 곳이 베레티예 기지라고 밝혔다. 이어 “우크라이나 측은 이번 사건의 주체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지만, 정보 당국이 사건의 세부 사항에 대해 전달한 속도는 흥미롭다”고 전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측은 베레티예 기지에 대한 공격 사실을 공식 인정하진 않았다. CNN은 “우크라이나 사보타주(비밀 파괴공작) 부대 공격이란 확증은 없지만 (만약 맞다면) 자국 영토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대한 대담한 첫 번째 공격이 될 것”이라며 “그 상징성은 군사적 결과보다 더 크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지난 10월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크림대교(케르치해협대교)에서 발생한 폭발에 대해서도 자신들의 공격이라고 공식 인정하지 않았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베레티예 기지는 지난 2019년에도 한 사진 작가가 아무런 제재 없이 들어가 사진을 찍었을 정도로 그간 경비가 허술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최근 영국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러시아는 개전 이후 적어도 23대의 Ka-52를 잃었다. 이는 실전 배치됐던 90대 중 약 25%에 달하는 수치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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