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핵보유국 간 충돌 막는 게 최우선"…곡물협정도 복귀
러시아 외무부가 2일(현지시간) 핵 전쟁 방지가 러시아의 최우선 과제라면서 자국 핵무기는 전적으로 방어용으로만 사용될 것이란 내용의 성명을 내놨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핵 독트린은 아주 명확하다. 오로지 방어적 성격을 띠고 확대 해석을 용납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핵 전쟁은 승자도 없고 일어나서도 안 되는 것"이라며 불용납 원칙을 엄격하고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핵무기는 (자국 영토에 대한) 대량 살상무기가 동원된 공격, 국가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 재래식 무기가 동원된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만 사용될 수 있다"고 확인했다.
러 외무부는 "현재 상황에서 핵보유국 간 군사적 충돌을 막는 것이 러시아의 최우선 과제"라며 "우리는 지난 1월 미국·영국·프랑스·중국 등 핵보유 5개국과의 '핵전쟁 및 군비경쟁 방지' 공동성명에 대한 의지를 충분히 재확인했다"고도 강조했다.
러시아의 이날 성명은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러시아군 수뇌부가 지난달 우크라이나에 전술핵무기를 언제,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논의했다"고 보도한 직후 발표됐다. NYT는 미국 고위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 군 수뇌부가 지난달 중순께 전술핵무기를 어떻게 사용할지 논의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 논의 자리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러시아 외무부의 메시지에 대해 "최근 미국과 러시아 국방부 고위급 대화가 군사적 긴장 완화에 도움을 줬다"는 미국 고위 관리 발언을 인용 보도했다.
그간 서방측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수세에 몰린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보고, 상황을 예의주시해왔다. FT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내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핵무기 사용을 결정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됐다"고 전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 병합한 지역을 포함한 자국 영토 수호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면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가 전장에서 더티밤(재래식 폭탄에 방사성 물질을 결합한 무기)을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방측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주장들은 확전 빌미를 삼으려는 술책이라고 비판했다. 벤 윌리스 영국 국방장관은 이날 "러시아가 제기한 우크라이나의 더티밤 사용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국제법에 어긋나는 끔찍한 일이며 전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거듭 반박했다. 다만 서방측은 아직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 준비 태세에 돌입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날 러시아는 흑해 식량 수출에도 복귀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성명에서 "해상 항로의 비무장화에 대해 우크라이나의 보장을 받았다"며 "현재로써 보장이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협정 이행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이후 TV 연설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보장을 어길 경우 언제든 협정 참여 의사를 철회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달 29일 우크라이나가 자국 흑해함대를 드론 공격했다면서 곡물 협정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곡물 수출이 한때 중단됐으나, 지난달 31일 러시아가 불참한 가운데 부분적으로 재개됐다. 미카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러시아의 불참에도 곡물 수출 회랑이 계속 작동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며 "러시아의 최후통첩 시도는 실패했다"고 말했다.
김서원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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