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투스와 울고 웃은 포르투갈, 카타르에서도 웃을까
[노성빈 기자]
어느새 6회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2000년대 유럽의 강호로 올라선 포르투갈이 카타르 월드컵에서 역대 첫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지난 8년간 페르난두 산투스 감독과 함께 울고 웃었던 포르투갈이 카타르무대에서 월드컵 우승의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 호날두를 중심으로 월드컵 우승에 도전하는 포르투갈. |
ⓒ 카타르 월드컵 공식 홈페이지 캡쳐 |
2000년대 들어 유럽축구의 강호로 군림한 포르투갈은 수준급의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하면서 메이저대회 때마다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손꼽혔다.
그렇지만 결과는 번번이 좌절이었다. 자국에서 열린 유로 2004에선 메이저대회 최초로 결승에 진출했으나 대회 돌풍의 주역 그리스에 패해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고, 2006 독일 월드컵과 유로 2000, 유로 2012에선 준결승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 중 세 차례의 유로(2000, 2004, 2012)에선 자신들을 물리친 팀이 결과적으로 우승을 차지해 더욱 아쉬움을 남겼다.
이런 포르투갈이 우승의 한을 푼 것은 2014년 이후다. 2014년 가을 파울루 벤투의 후임으로 부임한 페르난두 산투스 감독은 수비를 두텁게 한 뒤 빠른 역습을 펼쳐 결과물을 가져오는 능력을 발휘했다. 쟁쟁한 공격수들이 즐비한 포르투갈의 선수층과는 반대의 성향을 갖춘 감독이지만 그리스를 2014 브라질 월드컵 16강으로 이끌기도 했다.
그리고 이는 유로 2016에서 결실을 맺었다. 조별리그에선 3무승부를 기록하는 졸전에 이어 토너먼트에서도 2경기를 연장승부까지 치르는 험난한 여정을 달려온 포르투갈은 프랑스와 마주한 결승전에서 연장 후반전에 나온 에데르의 결승골로 우승을 거뒀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부상으로 아웃되고 프랑스 홈 관중들의 일방적 응원이라는 악조건 속에서 이뤄낸 우승이었다. 더욱이 포르투갈 역사상 최초의 메이저대회 우승이란 점에서 그 의미가 컸다.
이어 2019년 포르투갈은 또 한번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18년 시작된 초대 UEFA 네이션스리그에서 이탈리아, 폴란드를 제치고 결선 라운드에 오른 포르투갈은 스위스, 네덜란드를 차례로 꺾고 초대대회 우승국으로 기록됐다. 수비적인 축구로 비판을 받은 산투스 감독이지만 우승 갈증을 풀어주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계속 웃을 수만은 없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선 힘겹게 조별리그를 통과했으나 16강에서 우루과이의 벽에 막혀 탈락한 데 이어 유로 2020에서도 독일, 프랑스와 속한 죽음의 조를 천신만고 끝에 탈출했으나 벨기에에게 발목이 잡혀 8강진출에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산투스 감독은 지나치게 수비적인 경기운영으로 비판을 받았다.
이는 월드컵 예선에서도 이어졌다. 6차전까지 5승 1무로 순항하는 듯 보였으나 아일랜드와 상대한 7차전에서 답답한 경기력 속에 0대 0 무승부를 기록하며 위기가 찾아온다. 그렇게 맞이한 세르비아와의 최종전, 전반 2분 헤나투 산체스의 선제골로 앞서나갔으나 이후 경기내내 수비적인 경기를 펼치더니 결국 전반 33분과 후반 종료직전 통한의 역전골을 내주며 1대 2로 패하게 된다. 이로 인해 세르비아에 조 1위자리를 내준 포르투갈은 2위로 추락해 플레이오프를 통해 월드컵 본선행을 결정지어야 하는 위기에 봉착한다.
다행히 플레이오프에서는 운이 따랐다. 이탈리아가 북마케도니아에게 패하는 행운이 따른 포르투갈은 튀르키예와 맞이한 첫 번째 경기를 3대 1로 승리하더니 북마케도니아를 상대로 2대 0 승리를 거두고 월드컵 본선진출을 확정짓게 된다.
8년여의 시간 동안 산투스 감독과 포르투갈은 희로애락을 함께 했다.
뛰어난 선수층 보유한 포르투갈,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는?
포르투갈은 H조에서 가장 강력한 선수층을 보유하고 있다. 공격은 물론이며 미드필드와 수비까지 다수의 선수들이 뛰어난 개인기량을 갖추고 있다. 이번 대회 우승후보로 꼽히는 이유다.
포르투갈의 핵심선수는 단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다. 포르투갈 역대 최초로 5회연속 월드컵 출전이 유력한 그는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득점왕과 함께 역사상 첫 월드컵 우승에 도전한다.
전 세계 통틀어 A매치 최다골(117골)을 기록하고 있는 그는 37세의 나이탓에 활동범위, 스피드 등에선 전성기만큼의 실력을 뽐내진 못하지만 여전히 한 방을 터뜨려 줄 수 있는 해결사다.
호날두 외에도 공격진의 면면은 화려하다. 2020-2021시즌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 역사상 분데스리가 단일시즌 최다골(27골)을 기록한 뒤 지난시즌 RB 라이프치히로 이적한 안드레 실바는 엄청난 골 결정력을 자랑한다. 뿐만 아니라 포스트플레이와 연계플레이에도 상당한 역할을 하는 만능 플레이어다.
더불어 이탈리아 세리에 A AC밀란에서 활약하는 하파엘 레앙은 큰 키임에도 빠른 스피드와 드리블 능력을 갖춰 원톱은 물론이거니와 측면에서도 활약이 가능하다. 레앙은 특히 올시즌 소속팀에서 물오른 활약을 보여주고 있어 월드컵에서의 활약도 기대된다. 이밖에 주앙 펠릭스를 비롯해 오타비우, 곤잘로 게데스 등이 벤치에서 대기한다. 리버풀의 디오구 조타가 부상으로 낙마한 것이 아쉽지만 그럼에도 포르투갈의 공격진은 화려함다.
이들을 지원하는 선수들도 마찬가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시티의 에이스이자 기술이 뛰어난 베르나르두 실바는 강한 체력으로 공격 전체를 오가는 데다 뛰어난 볼 컨트롤과 패스웍을 통해 최전방 공격수들을 지원한다. 더불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브루누 페르난데스 역시 뛰어난 패스웍을 자랑하는 가운데 강력한 오른발을 통해 득점을 터뜨리는 한 방 능력도 갖추고 있다.
이들의 뒤에는 후뱅 네베스와 윌리엄 카르발류가 자리한다. 두 선수 모두 중원에서 수비적인 역할을 부여받는 가운데 네베스는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한 패스 전개와 중거리 슛 능력으로 공격에도 적잖은 기여를 하고 있다. 카르발류는 풍부한 경험속에 몸싸움과 태클 능력을 통해 수비적으로 많은 활약을 펼친다. 이밖에 지난 유로 2016에서 혜성같이 등장했었던 헤나투 산체스, 그리고 최근 산투스 감독에게 큰 신뢰를 받고있는 조앙 팔리냐와 마테우스 누네스, 파리 생제르맹에서 활약하는 22세 신예 비티냐도 출격대기한다.
수비에는 맨체스터 시티 듀오 후벵 네베스와 칸셀루가 위치하는 가운데 다닐루 페레이라, 페페 등 베테랑이 이들과 짝을 이룬다. 독일 분데스리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활약하는 라파엘 게레이루가 왼쪽 수비를 책임지며 최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주전으로 올라선 디오구 달롯은 좌우 모두에서 활약이 가능해 언제든 중용받을 수 있다.
다만 그들이 우승을 하기 위해선 산투스 감독의 효율적인 전술 운용이 필요하다. 쟁쟁한 선수들이 많음에도 전술적 고집으로 인해 이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로 제기됐다. 지난 6월과 9월 A매치에선 이를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이면서 기대를 갖게 만들었으나 본선까지 이어질 지 미지수다.
호날두의 컨디션 여하도 관건이다. 올시즌 에릭 텐 하흐 감독 부임 이후 주전에서 밀려난 가운데 교체 지시를 불이행 하는 등 여러 논란을 만들어냈다. 출전시간도 충분히 부여받지 못하면서 실전감각에 물음표가 붙은 상황. 포르투갈이 월드컵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선 호날두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데 이를 얼마나 빨리 끌어올리느냐가 관건이다. 아울러 부상으로 월드컵 출전이 불발된 디오구 조타의 공백을 메우는 것도 중요하다.
수비진의 리스크도 있다. 후벵 디아스는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지만 잔부상이 많다는 것이 약점이며 페페역시 최근 부상을 입은 가운데 30대 후반이라는 나이가 걸림돌이다. 여기에 다닐루 페레이라 마저 지난달 17일 마르세유와의 리그 경기에서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반 25분만에 교체아웃 되었다. 이들의 완벽한 컨디션 상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대한민국과의 맞대결도 관심을 끈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마주한 두 팀은 후반 25분 나온 박지성의 결승골에 힘입어 대한민국이 1대 0 승리를 거뒀다. 이 결과와 함께 대한민국은 역사상 처음으로 16강 진출을 넘어 4강까지 진출했고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포르투갈은 충격의 조별리그 탈락을 맛봤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은 호날두의 마지막 월드컵이란 점에서 포르투갈에겐 의미가 크다. 1966년과 2006년 4강 문턱에서 주저앉았던 포르투갈이 월드컵 우승이란 결실을 맺을수 있을지 지켜보자.
포르투갈(Portugal)
FIFA 랭킹: 9위
역대 월드컵 출전 횟수: 8회(1966, 1986, 2002, 2006, 2010, 2014, 2018, 2022)
역대 월드컵 최고 성적: 3위(1966)
역대 월드컵 전적: 14승 6무 10패
감독: 페르난두 산투스(포르투갈, 1954. 10. 10)
*포르투갈 경기일정(한국시각)*
11월 25일 01:00 가나, 도하 스타디움 974
11월 29일 04:00 우루과이, 루사일 스타디움
12월 3일 00:00 대한민국, 도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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