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 전국 어반스케쳐들이 모였다구요? [서울을 그리는 어반스케쳐]

오창환 2022. 11. 3.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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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경주 어반스케치 페스타가 열렸다

[오창환 기자]

 2022 경주 어반스케치 페스타 기념사진. 봉황대에서 촬영했다.
ⓒ 경주어반스케치페스타
 
지난 10월 29일과 30일 경북 경주에서 어반스케치 페스타가 열렸다. 올해로 네 번째 대회인데 포스트 코로나로는 처음인지라 전국의 스케쳐들의 기대가 컸다. 모두들 차편과 숙소를 마련하느라 분주했고, 페스타를 전후해서 경주 주변 여행을 계획하는 스케쳐들도 많았다.
페스티벌의 전야제 행사로 황룡원 대연회장에서 만찬 및 세미나가 있었다. 전국 어반스캐쳐스 챕터의 운영자들이 모두 모이는 자리라서 그리로 갔다. 전국 운영자 모임에 처음 가는 나로서는 기대도 있었지만 어반스케쳐스 고양을 소개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다.
     
 페스타 전야제. 연단 왼쪽부터 부회장 페트릭, 설립자 가브리엘, 통역하시는 미쉘님 그리고 맨 오른쪽이 지니 회장님이다.
ⓒ 오창환
   
이번 행사에는 세계 어반스케쳐스 회장과 부회장 그리고 설립자가 모두 오셨고, 폴 왕 등 세계적인 어반스케치 작가들도 오셔서 한 도시에서 하는 행사 치고는 정말 규모가 컸다. 먼저 간략한 발제와 질의응답이 있었고 저녁식사와 자유 시간이 이어졌다. 나는 세미나 시간에 게스트를 그려서 회의가 끝난 후에 인사도 나누고 내 그림에 그분들의 사인도 받았다. 

29일 경주 어반스케치 페스타가 시작되었다. 아침에 봉황대로 나가보니 대회장이 마련되어 있다. 워크숍 강좌를 접수하고, 오랜만에 만난 분들과 인사하고, 새로 만난 분들은 서로 소개하고 사진 찍고, 게다가 각 챕터와 미술용품 회사, 출판사 등에서 판매 부스를 만들어서 마치 시끌벅적한 시골 장터 같았다. 이후 이어진 개회식에서 국내외 게스트를 소개하고 지자체 관계자들의 말씀을 들었다.

첫날 많은 워크숍이 있었는데 나는 어반스케쳐스의 설립자인 가브리엘 캄파나리오의 워크숍에 참여했다. <오마이뉴스> 기사를 쓰면서 그의 그림을  인용한 적이 있기 때문에, 전날 그 이야기를 했었고 그도 그 일을 잘 기억하고 있었다.

가브리엘의 강의는 열정적이고 흥미로웠다. 그는 "어반스케치는 건축적인 관점에서 볼 수도 있고 회화적인 관점에서, 그리고 저널 리스트적 관점에서 볼 수 있는데, 자신은 저널리스트적 관점에서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그는 손바닥만한 수첩을 들고 다니면서 그리는데 펜으로 주로 그리고 채색도 별로 하지 않는 대신, 어떤 장면에 담긴 이야기를 찾는 것이 좋다고 한다. 나도 저널리스트적인 관점에서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그의 말에 공감이 갔다.

또 그는 그림의 완성은 중요하지 않고 그리던 그대로 남겨둬도 좋다고 한다. 미완성의 그림은 오히려 상상의 여지를 남겨두기 때문에 더 좋을 수도 있다고 한다. 그 부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는 고민이다.
     
이날의 마지막 일정은 황룡원 연회장에 모여 식사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대화도 하는 프로그램인데, 그 자리에 모인 사람은 모두 친구가 되는 시간이었다. 내가 인스타그램에서 늘 보고 좋아하던 분들을 여기서 처음으로 본 경우도 많은데, 평소에 워낙 그림을 많이 봐서인지 잘 알던 사람 같은 친근한 느낌이다.

 
 회의에 참가한 손님들을 그렸다. 왼쪽부터 세계 어반스케쳐스 회장인 지니, 설립자인 가브리엘, 부회장 페트릭 그리고 수원 어반스케쳐스 회장인 쏭회장이다. 맨 오른쪽 아래는 쏭회장님이 그려주신 내 모습이다.
ⓒ 오창환
 

나는 외국 손님들 얼굴을 그려 드렸는데 다들 너무나 좋아하셔서, 나의 새로운 재능을 발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11월 28일부터 서울 어반스케쳐스가 서울 시민청에서 전시를 하는데, 나도 전시에 참가하는 만큼 원하는 분들의 캐리커쳐를 그려 볼까 한다. 공식 만찬이 끝난 후에 뒤풀이 자리를 갖기도 했는데, 나는 제주 스케쳐들과 길고 긴 대화를 했다.
     

 
  다같이 모여서, 흩어져서 그리는 이 시간이 가장 감동적이었다.
ⓒ 오창환
 

30일은 오전에는 외국작가 워크숍과 국내 작가 스케치 워크가 이어졌다. 오후에는 황룡대 옆의 금관총 일대에 하나둘씩  스케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모두 자기 만의 자세로 자신이 선택한 장면을 자신의 스타일로 그린다. 이번 페스타에 많은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나는 이 장면이 가장 감동적이라고 생각했다.

보통 어떤 행사를 진행하면 게스트와 관객과의 간극이 크다. 관객은 대체로 수동적인 입장인 경우가 많다. 반면에 어반스케치 페스티벌에서는 게스트도 아티스트이지만 관객도 모두 아티스트들이다. 우리는 게스트의 워크숍을 참가하지만 게스트들도 우리 중 많은 작가의 팬이다. 서로 존중하고 창작하는 관계다. 우리가 그림을 그리면 그들도 옆에 와서 같이 그린다. 페스타에 참가한 모든 스케쳐들이 다 그렇다. 잘 그리건 못 그리건 그림을 언제 시작했건 간에 모두 한 곳을 보고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뭉클했다.
                            
 
 시간이 모자라 그림을 완성하지 못했는데 가브리엘의 조언을 따라 미완성인 채로 두기로 했다. 그림의 나머지를 채우는 것은 보는 사람의 몫이다. 제주유딧님이 스티커를 붙여주셔서 다른 분들 스티커도 받고 싶었지만 시간 관계상 그러질 못했다. 그것도 미완성이다.
ⓒ 오창환
 

모두 모여 그리는 빅 스케치 시간이 끝나고 경품 행사와 폐회식이 있었다. 그리고 내년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내년에는 수원에서 진행하는 아시안링크(아시아 지역의 국제적인 어반스케치 축제)와 경주 어반스케치 페스타가 연계해서 행사를 한다.

행사 진행 중이라 정확한 소식을 몰랐는데, 집에 올라오는 길에 보니 서울 이태원에서 믿기 어려운 참사가 일어났다. 같은 국민으로서 그 아픔과 슬픔을 어찌 모르겠는가. 단지 떨리고 망연자실하여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따름이다.

지면을 빌어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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