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태원 참사 전 용산구청장이 들렀다는 ‘현장’은 ‘집 앞’

김판,송경모,김용현 2022. 11. 3.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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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이태원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저녁 점검차 '이태원 퀴논길'을 두 차례 들렀다고 밝혔지만, 이태원 퀴논길은 박 구청장 거주지 인근인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구청은 박 구청장의 참사 당일 행보에 대해 "지방 일정을 다녀와 구청 근처에 내려 퀴논길을 걸었다. 마침 지나가면서 이태원 현장을 봤다"고 설명했었다.

하지만 박 구청장의 집이 이태원 퀴논길 인근으로 확인되면서 참사 당일 구청장 행보에 대한 논란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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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영 용산구청장 참사 당일 행적
오후 8~9시 ‘이태원 퀴논길’ 둘러봤다 설명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지난 31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압사 사고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이태원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저녁 점검차 ‘이태원 퀴논길’을 두 차례 들렀다고 밝혔지만, 이태원 퀴논길은 박 구청장 거주지 인근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구청은 참사 당일 인파가 가장 집중된 세계음식문화거리와 해밀톤호텔 인근 대신 ‘퀴논길’만 둘러본 경위는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 참사 당일 지방 일정을 마친 박 구청장이 구청에서 차에서 내려 퀴논길을 통해 귀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3일 국민일보 취재 결과 박 구청장의 집은 이태원 퀴논길로부터 약 70m 떨어진 골목에 위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구청장의 집에서 인근 대로로 나가기 위해서는 퀴논길을 거쳐 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경로를 활용하면 구청을 나서 걸어서 6분(약 400m) 정도 만에 집에 도착할 수 있다.

지난 9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박 구청장의 재산신고내역에 따르면 박 구청장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배우자 명의의 단독주택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퀴논길 인근 주변 이웃들도 “박 구청장이 여기 산다는 것은 주변 사람들이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구청은 박 구청장의 참사 당일 행보에 대해 “지방 일정을 다녀와 구청 근처에 내려 퀴논길을 걸었다. 마침 지나가면서 이태원 현장을 봤다”고 설명했었다. 구청은 오후 8시20분과 오후 9시쯤 박 구청장이 두 차례에 걸쳐 퀴논길을 방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참사 당일 인파가 가장 몰린 해밀톤호텔이나 세계음식문화거리를 방문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현장 방문과 관련해 “순시나 순찰 목적은 아니다”고 했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자택과 '이태원 퀴논길', 용산구청의 위치. 앞서 박 구청장은 참사 당일 저녁 '이태원 퀴논길'을 방문했다고 밝혔는데, 퀴논길 인근에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지도 캡처

하지만 박 구청장의 집이 이태원 퀴논길 인근으로 확인되면서 참사 당일 구청장 행보에 대한 논란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앞선 구청의 설명과 박 구청장의 자택 위치 등을 고려하면 박 구청장은 지방 일정을 마친 뒤 도보로 집으로 향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일 오후 6시부터는 이미 이태원 일대가 혼잡해 차로 집 근처까지 이동하기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구청 관계자는 “주말 저녁 개인일정이어서 구체적인 경위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어떤 이야기를 해도 반영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실관계도 왜곡되고 있다”며 “애도 기간 후에 입장을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구청장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앞서 박 구청장은 참사 당일 “첫 보고를 받고 6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박 구청장의 집은 참사 현장으로부터는 직선거리 기준 130m 떨어져 있다. 도보로는 약 5분(약 300m) 거리다. 이동 시간을 고려하면 첫 보고를 받은 뒤 현장에 즉각 출동한 것으로 보인다. 도착 시간을 감안해 계산하면 박 구청장이 첫 보고를 받은 시간은 참사 당일 오후 10시53분쯤으로 추정된다. 참사 38분 지난 뒤에 상황을 인지한 것이다. 인근 상인 관계자는 “박 구청장이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구조활동에 임하는 것을 직접 봤다”고 말했다.

박 구청장은 이태원 참사 이후 언론 인터뷰 발언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저희는 전략적인 준비를 다 해왔다.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했다” 이건(핼러윈은) 축제가 아니다. 축제면 행사의 내용이나 주최 측이 있는데 내용도 없고 그냥 핼러윈 데이에 모이는 일종의 어떤 하나의 ‘현상’이라고 봐야 된다”고 말했다. 박 구청장은 참사 다음 날인 30일 오후 4시쯤 “안타까운 사고에 참담할 따름”이라며 “사고 수습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참사 사흘 만인 지난 1일 입장문을 통해 “구청장으로서 용산구민과 국민 여러분께 매우 송구스럽다”고 전했다.

김판 송경모 김용현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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