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때녀'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불나방, 필요한 건 1승뿐
[김상화 기자]
▲ 지난 2일 방영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
ⓒ SBS |
FC 불나방이 FC 원더우먼을 4대0으로 제압하고 SBS <골 때리는 그녀들> 시즌3 챌린지리그에서 2승째를 거뒀다.
지난 2일 방영된 <골 때리는 그녀들>에선 각각 1승과 1패를 안고 2차전을 맞이한 두 팀의 대결이 펼쳐졌다. 공교롭게도 앞선 시즌2에서 불나방을 담당했고 이번 시즌 원더우먼을 지도중인 하석주 감독으로 인해 일명 '하석주 더비'로 펼쳐진 경기에선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1차전에서 접전 양상을 보였던 팀의 승부라는 점에서 대등한 시합이 펼쳐질 거란 예상이 우세했으나 경기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은 건 불나방이었다. 전반전에만 무려 3골을 몰아 넣으며 상대팀에게 반격 기회조차 주지 않았던 불나방은 주장 박선영을 비롯한 선수들의 고른 활약으로 손쉬운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이로써 불나방은 개벤져스(1승)와의 남은 한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다면 3승, 단독 1위를 차지해 슈퍼리그에 다시 승격할 수 있게 된다. 반면 2패를 기록하게 된 원더우먼은 아나콘다와의 경기마저 패하게 된다면 3패로 챌린지리그 최하위 및 다음 시즌 출장 정지를 당할 위기에 놓였다.
▲ 지난 2일 방영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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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현영민 불나방 감독은 과거 프로 선수 은퇴 직전 전남 드래곤즈(2014-16시즌)에서 하석주 감독의 지도 하에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지난 첫 경기에서 아나콘다에 4대2 역전승을 거둔 불나방은 기세를 이어가기 위해 다양한 세트 피스 전술 준비 뿐만 아니라 포지션을 재정비했다. 새로 합류했지만 지난 시합에선 큰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던 강소연은 홍수아와 더불어 최전방 공격수로 집어 넣었다.
역시 다양한 세트 피스 공격을 마련한 원더우먼은 키썸의 좋은 킥력, 김가영의 돌파를 적절히 활용해 반격을 노리는 등 만반의 준비를 끝마쳤다. 그런데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과 더불어 불과 1분만에 첫 골이 터지고 말았다. 그 주인공은 현영민 감독이 준비한 비장의 카드 강소연이었다.
▲ 지난 2일 방영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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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전달된 공을 오른발 터닝슛으로 연결시켜 데뷔 2경기만에 첫 골을 기록한 강소연의 깜짝 활약에 원더우먼은 순간 당황했다. 손 써볼 틈도 없이 실점을 하다보니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수선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내 경기의 주도권은 불나방이 가져오게 됐다.
이어진 추가골은 박선영의 발, 그리고 골키퍼 실수의 합작품으로 나왔다. 킥인 상황에서 박선영이 강하게 찬 공을 GK 요니피가 쳐낸다는 것이 그대로 실점으로 연결되었다. 공식 기록은 골키퍼 자책골이었지만 사실상 박선영이 만든 득점과 다름없었다. 세 번째 골 역시 원더우먼 수비진의 큰 실수 때문에 만들어졌다. 키썸과 요니피의 호흡이 맞지 않으면서 다시 한번 자책골이 나온 것.
전반에만 무려 3대0 일방적인 점수 차이가 나면서 사실상 승부는 결정나고 말았다. 전반전 종료 후 하석주 감독은 "지금 너무 기분에 따라서 경기력이 달라진다. 멘탈 잡아야 된다"라고 강조했지만 대량 실점의 여파를 피해가진 못했다.
후반 4분에는 박선영이 중앙선 뒷편에서 얻은 프리킥을 그대로 상대 골문에 원바운드로 꽂아 넣은 것이었다. 4대0 완벽한 불나방의 승리로 이날 경기는 막을 내렸다.
▲ 지난 2일 방영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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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나방은 시즌1과 2를 거치면서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골 때리는 그녀들> 첫 우승팀이었지만 이어 진행된 슈퍼리그에선 연패를 거듭하며 챌린지리그로의 강등이라는 수모도 겪었다. 선수들이 주로 40-50대 위주다보니 체력 저하의 약점도 극복하지 못했다. 또 박선영을 받쳐줄 만한 선수 부재까지 겹치면서 탈락을 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번 시즌3 챌린지 리그에선 확연히 달라진 색깔로 팀을 재정비했다.
주로 전방에서 활약했던 박선영이 후방으로 들어오긴 했지만 이는 폭넓은 시야·경기 운영 능력을 지닌 박선영의 강점을 살려주는 계기가 됐다. 노룩패스 뿐만 아니라 중장거리 슈팅도 마음 놓고 실행에 옮길 수 있었던 건 홍수아, 강소연 등 신입 멤버들과 송은영, 안혜경 등 기존 선수들의 적절한 호흡이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경기 종료 후 인터뷰에서 박선영은 "4득점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전원이 득점할 수 있다는 게 더 중요했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공을 후배들에게 돌렸지만 후방에서 경기를 조율한 그의 존재가 없었다면 이날 승리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지옥에서 살아 돌아왔다"는 중계진의 말처럼 불나방은 박선영을 중심으로 팀을 재정비하고 전력을 업그레이드했다. 원래 위치로 돌아가기 위해 이 팀에게 필요한 건 마지막 1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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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의 블로그 https://bl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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