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로 사람 밟고 수차례 총격…이란 경찰 '잔혹 진압' 충격
반정부 시위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이란에서 경찰이 시위 참가자를 잔혹하게 폭행하는 영상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경찰 당국은 폭력 진압 사실을 부인하고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2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과 미국의소리(VOA) 등에 따르면, 전날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벌어진 시위를 진압하던 경찰관 수십명이 길바닥에 쓰러진 한 남성에게 다가가 진압봉으로 집단 구타했다. 일부 경찰은 시위 진압용 오토바이를 탄 채 쓰러진 남성의 몸을 타고 넘어가는 영상도 공개됐다.
남성을 한참 구타하던 경찰관들이 폭행을 멈추고 지나가자, 또다른 경찰관들이 나타나 남성을 재차 폭행하기도 했다. 쓰러진 남성을 향해 총을 발사한 경찰도 있었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인터내셔널(AI)은 이 영상에 대해 "테헤란에서 찍힌 이 충격적인 영상은 이란 보안 당국의 잔혹함이 끝이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면서 "유엔 인권위원회가 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란 경찰 당국은 국영 뉴스 통신사 IRNA를 통해 “경찰은 가혹하고 폭력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으며, 법에 따라 범법자들을 다룬다”고 잔혹 행위를 부인했다. 또 내부 진상 조사에 착수했으며, 위법 행위가 확인된 경찰은 처벌받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란에선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돼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22) 사건으로 촉발된 반시위 정부가 지난 9월부터 한달 넘게 이란 전역에서 이어지고 있다.
인권단체 '이란휴먼라이츠(IHR)'는 현재까지 시위 진압 과정에서 어린이 40명을 포함해 최소 277명이 숨졌다고 2일 밝혔다. 이란 당국은 공식적인 사상자 수를 발표하지 않고, 미국·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이란 내 반정부 시위를 선동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 미국 정부는 이란을 유엔 여성지위위원회(CSW)에서 축출하겠다고 밝혔다. CSW는 정치·경제·사회 등의 분야에서 여성의 권리 증진과 여성 권리 분야에서 즉각적 관심이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임무를 맡은 유엔 단체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은 여성과 소녀의 권리를 조직적으로 유린하는 나라가 그 권리를 보호하는 임무를 맡아선 안된다고 믿는다”면서 “파트너 국가들과 협력해 이란을 CSW에서 몰아내겠다”고 말했다. 이어 “시위자들을 대상으로 폭력을 행사한 이란 정부와 관료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희윤 기자 chung.he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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