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병원의 이기심과 욕망이 불러온 대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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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 되었지만 영화관을 찾는 관객들은 크게 늘지 않고 있다.
소설로도 이미 한 차례 출판된 바 있는 영화는 미국에서 최악의 연쇄 살인 중 하나로 손꼽히며, 16년간 9개 병원을 돌아다니며 살인을 저지른 간호사 찰스 컬런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영화 '그 남자, 좋은 간호사'는 의료보험 혜택에서 소외된 계층의 고통에 대해 그리고 도덕성과 의료윤리가 퇴색되어 가는 현대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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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 되었지만 영화관을 찾는 관객들은 크게 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극장에서 개봉하고 곧이어 넷플릭스로도 개봉한 영화 ‘그 남자, 좋은 간호사’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 ‘대니쉬 걸’에서 주연을 맡은 에디 레드메인의 연기와 유명 제작진에 대한 기대감이 높기 때문이다. 제작을 맡은 애로노프스키는 영화 ‘블랙스완’ ‘레퀴엠’ ‘노아’ 등을 연출한 감독 출신이며, 연출에는 ‘더 헌트’ ‘어나더라운드’의 각본을 담당했던 토비아스 린드홈 감독이 맡았다.
두 딸을 가진 싱글맘이자 간호사인 에이미(제시카 차스테인 분)는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심장병을 앓고 있지만 집중치료실 간호사로 고된 업무를 충실히 한다. 야간 업무로 육체적, 정신적 한계에 다다른 그녀 앞에 나타난 찰리(에디 레드메인 분)는 공감력이 높은 간호사이자 사려 깊은 모습으로 에이미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준다. 그러나 찰리의 등장 이후, 환자들이 갑작스럽게 죽어 나가자 경찰은 찰리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에이미는 자신의 목숨과 두 딸의 안전을 걸고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영화는 상상할 수 없는 충격적 실화를 기반으로 극강의 서스펜스를 선사한다. 소설로도 이미 한 차례 출판된 바 있는 영화는 미국에서 최악의 연쇄 살인 중 하나로 손꼽히며, 16년간 9개 병원을 돌아다니며 살인을 저지른 간호사 찰스 컬런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영화 속 찰리는 환자를 죽인 것만 제외하면 좋은 간호사다. 병원 응급 호출인 코드블루가 울리면 제일 먼저 환자 곁에 달려왔고 가장 오랫동안 환자 곁을 지키던 간호사였다. 하지만 그의 손에 살해된 환자수는 그의 자백에 따르면 40명, 전문가 추정으로는 400명에 달한다. 우리 주변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라는 사실에 관객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
미국 의료 체계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가한다. 미국은 저소득층을 제외하고는 의료보험의 대부분을 민간보험회사가 맡고 있다. 에이미는 심장 질환을 앓고 있지만 병원에 취업한지 얼마되지 않아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정해진 일수를 채우기 위해 병을 숨기고 일해야만 한다. 미국의 의료보장 시스템에서는 의료보험에서 배제된 계층이 광범위하게 존재한다는 의미다. 또한 병원이 수익성을 중요시하다 보면 도덕성이 결여된 경우가 많다. 찰리의 범죄를 키운 데도 병원의 책임도 크다. 찰리의 범행이 들어날 경우 병원 수익이 악화될 것을 우려해 해고만 하고 경찰에 알리지 않았던 것이다. 영화는 찰리의 사이코패스적인 성향보다 병원의 이기심과 죄를 덮으려 했던 병원 관리자들의 치부와 욕망을 폭로하고 있다.
배우들이 보여준 연기 조화 또한 백미다. 특히 에디 레드메인의 다정다감하고 친근하면서 때로는 무서울 정도로 무표정한 연기는 찰리의 사이코패스적인 캐릭터와 찰떡으로 맞아떨어진다. 또한 사려 깊은 마음씨에 빠져 찰리를 믿었다가 완벽히 배신당한 뒤 그의 민낯을 폭로하는 제시카 차스테인의 차분하고 섬세한 연기 또한 볼만하다.
병원과 같은 의료기관은 수익성도 중요하지만,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돌보기 때문에 공공성과 도덕성 또한 중요하다. 수익성만 추구하고 윤리나 도덕성을 잃는다면 의료기관과 의료진에 대한 신뢰와 믿음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대사회는 지나치게 수익을 강조하다 보니 도덕성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영화 ‘그 남자, 좋은 간호사’는 의료보험 혜택에서 소외된 계층의 고통에 대해 그리고 도덕성과 의료윤리가 퇴색되어 가는 현대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양경미 /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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