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들렸다" 몰린 15㎝ 종양 떼줬다…한국의사가 선물한 기적
“평생 혹을 달고 살아야 한다는 좌절감뿐이었는데 수술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꿈이 생겼어요.”
아프리카 대륙 남동쪽,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에서 온 플란지(남·22)는 한국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갈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은 플란지의 입 안에 있던 거대세포육아종을 제거하고 아래턱 재건 및 입술 주변 연조직 성형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3일 밝혔다.
플란지는 8살 때 어금니 쪽에 통증이 있어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치아를 뽑았다. 발치가 잘못된 탓인지 플란지의 어금니 쪽에 염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주변에 제대로 된 의료시설이 없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채 10여년간 방치하게 됐다.
작았던 염증은 거대세포육아종으로 진행되며 점차 커졌다. 희귀 질환인 거대세포육아종은 100만 명당 한 명에게 발병한다고 알려져 있다. 초기엔 약물로 쉽게 치료할 수 있지만, 플란지의 경우 오랜 기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종양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만큼 거대해졌다.
얼굴 크기만한 15cm 종양이 입안에 생기면서 플란지는 음식을 먹는 것은 물론 대화하는 것도 힘들어졌다. 종양을 만지거나 잘못 부딪히면 출혈이 자주 발생해 일상생활이 점점 어려워졌다. 친구들은 ‘징그러운 혹이 달린 아이’, ‘귀신 들린 아이’라며 따돌리기 시작했고, 플란지는 다니던 학교까지 중퇴하게 됐다.
플란지가 사는 마을은 마다가스카르의 수도인 안타나나리보에서 약 2000km 떨어진 암바브알라(Ambavala)다. 마을까지 이어지는 도로가 없어 이틀 정도를 도보로 걸어야 도착할 수 있는 오지다. 마을에는 전기가 통하지 않아 불을 피워 생활한다. 마을에 의사가 단 한 명도 없다.
어쩔 수 없이 마을에서 3시간 거리에 있는 병원을 찾아갔지만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절망적인 답변만 들었다. 그러던 중 마다가스카르에서 의료 봉사활동을 하는 의사 이재훈 씨가 2021년 초 우연히 플란지를 알게 됐다. 이 씨는 플란지의 거대 종양은 마다가스카르에서 치료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수술이 가능한 한국의 의료기관을 수소문했다.
이 씨의 도움으로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술을 받게 된 플란지는 지난 8월 31일 약 20시간의 비행을 거쳐 한국을 찾았다. 출생신고조차 돼 있지 않아 한국을 찾기까지 약 1년이 걸려 입국 절차를 준비했다.
지난 9월 16일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최종우 교수팀은 치과, 이비인후과와 협진해 8시간 넘는 대수술 진행했다. 거대육아세포종을 제거하고, 종양으로 인해 제 기능을 못 하던 아래턱을 종아리뼈를 이용해 재건한 뒤 종양 때문에 늘어나 있던 입과 입술을 정상적인 크기로 교정했다.
현재 플란지는 한결 가벼워진 얼굴과 해맑은 미소를 되찾아 오는 5일 귀국을 앞두고 있다. 플란지의 치료비용 전액은 아산사회복지재단과 서울아산병원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수술 후 플란지는 의료진에게 "평생 혹을 달고 살아야 한다는 좌절감뿐이었는데 수술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선교사가 돼 나처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고 말했다. 최종우 교수는 "플란지의 종양은 지름 15㎝에 무게가 무려 810g에 달할 정도로 거대했다"면서 "수술 당시 심각한 영양결핍 상태여서 전신마취를 잘 견딜지부터가 걱정이었지만 잘 버텨준 덕에 건강하게 퇴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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