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더 밀착…獨 숄츠 총리 訪中 논란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4일(현지시간) 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만난다. 시 주석이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주요 7개국(G7) 정상을 만난다는 점에서도 이번 회담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독일 연정 내에서는 숄츠 총리의 방중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 밀착하면서 중국과 서방의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황에서 최근 숄츠 총리가 친중 행보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시 주석이 3연임을 확정지은 직후로 방중 시기가 너무 빠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우즈베키스탄을 방문 중인 안나레나 배어복 독일 외무장관은 숄츠 총리가 이번 방문에서 확실한 독일 정부의 입장을 전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어복 장관은 "숄츠 총리가 지난해 연정 협상에서 합의한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공정한 경쟁, 인권 등의 문제를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숄츠 총리가 중국이 껄끄러워 하는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지난해 독일 연정 합의에 따르면 연정은 중국에 비판적이었다. 특히 인권 문제를 꼬집었다. 배어복 장관은 방중 일정을 숄츠 총리가 정했다고 밝혔다.
배어복 장관은 최근 중국 해운사 코스코의 독일 함부르크 콘테이너 터미널 지분 인수 문제를 두고 숄츠 총리와 갈등을 빚었다.
코스코의 함부르크 터미널 지분 인수에 대해 연정 내에서 녹색당과 자유민주당이 반대했고 외무부와 국무부 등 6개 부처도 반대 의견을 냈다. 수잔 바우만 국무장관은 볼프강 슈미트 총리실장에게 서한을 보내 "독일과 유럽의 운송 시설에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독일의 중국 의존이 심화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숄츠 총리가 밀어부쳐 독일 정부는 결국 코스코의 터미널 지분 인수를 결국 허가했다. 숄츠 총리가 방중을 앞두고 중국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컨설팅업체 로디움 그룹의 노아 바킨 파트너는 "새 왕관을 쓴 시진핑에게 방문 전 선물을 준 듯한 인상을 준다"고 꼬집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숄츠 총리가 코스코의 지분 인수를 허가한 것과 관련해 숄츠 총리가 대중 노선에서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와 다른 입장을 취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깨뜨렸다고 지적했다.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는 16년 재임 기간 동안 12번이나 중국을 방문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신장 위구르와 홍콩의 인권 탄압에 때때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지만 경제적 관계가 항상 최우선이었다.
숄츠 총리 입장에서 경제를 생각했을 때 중국과 거리를 두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지난해까지 6년 연속 독일의 최대 교역상대국이었다. 독일 상품 거래에서 중국의 비중은 9.5%다. 폭스바겐은 자동차의 40%를 중국에서 팔고 지멘스 매출에서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13%다. BASF는 15%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뒤 러시아가 서방과 단절되고 러시아와 밀착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배어복 장관도 지난달 쥐트도이체 차이퉁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비판하며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국가에 더 이상 지나치게 의존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토마스 할덴방 독일 연방헌법보호청(BfV) 청장은 지난달 의회 청문회에서 "장기적으로 러시아보다 중국이 훨씬 더 큰 위험이라며 러시아가 폭풍이라면 중국은 기후변화"라고 말했다.
방중을 앞두고 슈테펜 헤베슈트라이트 총리 대변인은 "숄츠 총리는 다변화와 위험 최소화를 원하지만 중국과의 관계가 멀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숄츠 총리가 대만, 인권 등 중국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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