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가요 뷰] 부정적 이슈도, 욕망도 대놓고 표출…르세라핌이 주도하는 변화
"진정성 느껴지는 가사들로 대중 공감 이끌어내"
데뷔 6개월 만에 빌보드 메인 차트 '빌보드200' 진입
한 때 걸그룹이라고 하면 귀엽거나, 사랑스럽거나, 섹시한 콘셉트 정도로 분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들이 부르는 노래는 대부분 ‘사랑’으로 결론지어졌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소재가 사랑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걸그룹 사이에선 변화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사랑 대신 자아찾기에 집중하고, ‘겸손이 미덕’이던 아이돌들이 ‘욕망’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의 선두에 있는 건 르세라핌(LE SSERAFIM)이다. 이들은 팀명에서부터 ‘세상에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두려움 없이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자기 확신과 강한 의지’를 담고 출발했다. 그리고 데뷔 앨범 ‘피어리스’(FEARLESS)를 통해 이 같은 의지를 선언하고 미니2집 ‘안티프래자일’(ANTIFRAGIEL)에선 예상치 못한 시련들을 마주했지만 꺾이지 않고 오히려 단단해진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실력과 노력으로 시련을 극복하고 최고, 최정상을 향한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구체적으로, ‘피어리스’ 가사에서 르세라핌은 ‘제일 높은 곳에 난 닿길 원해 느꼈어 내 answer / 내 혈관 속에 날뛰는 new wave 내 거대한 passion / 욕심을 숨기라는 네 말들은 이상해 / 겸손한 연기 같은 건 더 이상 안 해’라고 최고를 향한 욕망, 욕심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또 ‘관심 없어 과거에 모두가 알고 있는 그 트러블에 huh’라며 ‘프로듀스48’ 출연 당시 있었던 멤버 허윤진의 ‘센터 논란’을 연상케 하는 가사와 ‘내 흉짐도 나의 일부라면 겁이 난 없지 없지’라며 과거의 논란과 흑역사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쿨한 면모를 보여준다.
이번 신곡 ‘안티프래자일’에서도 마찬가지다. ‘더 높이 가줄게 내가 바라던 세계 젤 위에 떨어져도 돼 I'm antifragile antifragile’이라며 최고를 향한 욕망과 욕심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잊지마 내가 두고 온 toe shoes’는 15년간 해온 발레를 그만두고 케이팝 걸그룹으로 데뷔한 카즈하의 자전적 이야기, ‘무슨 말이 더 필요해 무시 마 내가 걸어온 커리어’는 앞선 그룹 활동으로 많은 경험을 쌓아온 김채원과 사쿠리의 자신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타이틀곡에 그치지 않고 수록곡들이 탄탄한 서사를 뒷받침한다. 절대 추락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더 히드라’(The Hydra), 시련을 성장의 자양분으로 삼는 단단함이 돋보이는 ‘안티프래자일’, 상처와 어둠의 불순물조차 내 일부로 보듬는 ‘임퓨리티스’(Impurities), 하늘 위에 떠있는 천사나 여신이 아닌 너와 함께 이 땅을 밟고 살아가는 존재이고 싶다고 말하는 ‘ 노 셀레션’(No Celestial), 초라하고 부족한 모습 또한 나의 일부라고 노래하는 ‘굿 파츠’(Good Parts) 등이 수록됐다.
특히 ‘더 히드라’에서는 ‘어디 한 번 날 부숴봐 / 그러면 날 추락시켜봐 / 몇 번이고 다시 나는 다시 살아나 / 私の首を切ってみて(내 목을 잘라봐)’라며 시련 앞에서 절대 꺾이지 않을 강한 의지를 내레이션으로 표현했다. 특히 걸그룹 노래에서 ‘내 목을 잘라봐’라는 강렬한 가사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다. 이렇듯 더 이상 귀엽고 수동적인 여성상을 찾아보긴 힘들다.
한 가요 관계자는 “과거엔 대부분 사랑노래에 한정되거나 마냥 예쁘고 섹시한 콘셉트의 걸그룹들이 많았지만, 최근 걸그룹들 사이에선 솔직하고 당당한 모습이 눈에 띈다”면서 “아이돌 음악의 소비 주체인 MZ세대의 성향과도 맞을뿐더러 솔직한 멤버들의 이야기에서는 ‘진정성’이 느껴지기 때문에 대중들이 더 공감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르세라핌의 이런 변화의 결과는 성적으로 확인된다. 음반 판매량 집계 사이트 한터차트에 따르면, 르세라핌의 ‘안티프래자일’은 발매 일주일(집계기간 10월 17~23일) 동안 총 56만7673장 판매됐다. 이는 데뷔 앨범 ‘피어리스’의 초동(발매일 기준 일주일 동안의 음반 판매량) 30만7450장 대비 2배 가까운 판매량이다. 르세라핌은 이번 신보로 역대 걸그룹 초동 6위에 올랐다. 또한 올해 데뷔한 남녀 아이돌 그룹이 발표한 앨범 중 가장 높은 초동 기록을 세우면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해외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미국 음악 전문 매체 빌보드가 1일(현지시간) 발표한 최신 차트(11월 5일 자)에 따르면, 르세라핌의 ‘안티프래자일’은 ‘빌보드 200’에 14위로 진입했다. 또 ‘월드 앨범’ 1위, ‘톱 앨범 세일즈’와 ‘톱 커런트 앨범 세일즈’에서 3위를 기록했고, 앨범과 동명의 타이틀곡은 ‘빌보드 글로벌 200’ 38위, ‘빌보드 글로벌(미국 제외)’ 26위에 올랐다. 이는 전주 대비 각각 41계단, 16계단 상승한 성적이다. 특히 르세라핌은 데뷔 6개월 만에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 진입하는 쾌거를 이룬 것으로, 케이팝 걸그룹 역사상 최단기간 해당 차트 입성, 4세대 걸그룹 중에서도 가장 좋은 ‘빌보드 200’ 데뷔 성적이다.
“르세라핌은 이제 케이팝 시장의 주축이 되기 위한 그들만의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미국 음악 매거진 롤링스톤) “‘안티프래자일’은 마냥 견디는 것이 아니라 고난과 역경을 마주했을 때도 성장한다는 의미다. 루키 그룹 중 이 단어를 제대로 예증한 팀이 있다면 그건 르세라핌이다. 이번 앨범에서 르세라핌은 모든 것을 최대치로 보여주면서도 그룹명답게 두려움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줬다”(영국 음악 매거진 NME)는 외신의 평가처럼 르세라라핌이 걸어갈 길에 더욱 기대가 높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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