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늦추고 더 높이 올린다" 美Fed, 기준금리 5% 시대 예고[종합2보]

뉴욕=조슬기나 2022. 11. 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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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이른바 ‘자이언트스텝’을 4연속 단행했다. 향후 속도 조절을 시사하는 한편, 최종금리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선언하며 사실상 '기준금리 5% 시대'도 예고했다.

이번 자이언트스텝으로 미국의 금리 상단이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인 4.0%로 뛰면서 한국과의 금리 차는 최대 1.0% 포인트까지 확대된 상태다. 자금 시장 경색을 겪고 있는 한국에서는 자본 유출, 원화 가치 하락 등을 둘러싼 경계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금리 인상 중단에 선 그은 파월, 속도 조절엔 여지 남겨

Fed는 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성명을 통해 연방기금금리를 기존 3.0~3.25%에서 3.75~4.0%로 0.75%포인트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고강도 긴축에도 좀처럼 인플레이션이 꺾이지 않자 이례적인 4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만장일치로 결정한 것이다.

자이언트스텝은 일찌감치 시장에서 예상돼 온 수순이다. 지난달 공개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8.2% 상승하며 인플레이션 고착화 우려가 제기된 데다 최근 공개된 고용지표도 강력한 노동시장을 뒷받침했기 때문이다.

FOMC 정례회의 직후 진행된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속도는 늦추되, 더 오랜 기간, 더 높은 수준까지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초반부터 금리 인상 속도 조절과 관련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일찌감치 4연속 자이언트스텝이 예상돼온 만큼 이날 시장이 주목한 것은 12월 이후 인상 폭이었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상을 중단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거나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시기상조(very premature)"라며 "우리에겐 가야 할 길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금리가 제약적 영역으로 갈수록 ‘속도(how fast)’보다는 ‘금리 수준(how high)’과 ‘지속 기간(how long)’이 중요하다"면서 "적절한 금리 수준에 도달했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제법 멀다(some ground to cover)"고 당분간 긴축이 이어질 것임을 재확인했다.

또한 그는 "최종 금리 수준이 (9월 점도표에 담긴) 이전 예상보다 더 높을 것"이라고 사실상 기준금리 5% 시대도 예고했다. "과대 긴축(overtightening)이 과소긴축(undertightening)보다 수정하기 쉽다"는 평가도 내놨다.

다만 파월 의장은 인상 폭을 낮추는 이른바 속도 조절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지를 남겼다. 그는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고 그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면서 "그게 이르면 다음 회의(12월) 또는 그다음 회의(1월)가 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현재 결정된 것은 없다"며 남은 기간 발표될 지표, 경제 여파에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속도 조절의 문은 열어두되 사실상 이전 FOMC와 동일한 데이터 기반의 긴축 기조를 확인한 것이다.

JP모건의 마이크 펠로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날 FOMC를 "더 천천히, 더 길게(Slower for longer)"로 평가했다. Fed가 이르면 다음 달부터 금리 인상 폭은 완화하되 대신 최종 금리는 더 높은 수준으로 올려 오랜 기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ING 역시 "금리 인상 속도 전망은 낮췄지만 기간은 길어질 것이라는 판단이 확산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밖에 파월 의장은 이날 회견에서 아직 인플레이션이 확실하게 떨어지고 있다는 증거가 없고, 노동시장은 전반적으로 과열 상태라고 진단했다. 미국 내 소비에 대해서는 "소비자가 구매력을 갖고 있고 괜찮다고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미국 경제의 소프트랜딩(연착륙) 가능성이 줄어들었다면서도 "그래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최종금리 상향 예고, 美 5%시대 예고

월스트리트에서는 4연속 자이언트스텝을 결정한 Fed가 사실상 ‘기준금리 5%시대’를 예고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최종금리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파월 의장의 발언은 당장 다음 달 점도표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9월 공개된 점도표에서 내년 최종금리 전망은 4.5~4.75%(중앙값 4.6%)였다.

시티은행은 즉각 최종금리 전망을 기존 5.0~5.25%에서 5.25~5.5%로 상향했다. 시티는 "Fed가 과도긴축을 선호한다고 명확히 밝히면서 매파적 신호를 전달했다"면서 "갈 길이 남아있다고 표현한 것 역시 점도표보다 금리가 더 높아질 것임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JP모건 역시 동일한 이유로 12월 점도표가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금리선물시장에서도 내년 3월 미국의 금리가 5.0%를 웃돌 가능성을 60% 이상 반영하고 있다.

당초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공개된 성명문에 "누적된 긴축 통화정책, 통화 정책이 경제 활동 및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칠 시차(lags), 경제 및 금융 발전을 고려할 것"이라는 문장이 포함되면서 한때 시장에서는 정책조정 기대감이 확산되기도 했었다.

이에 대해 브랜디와인글로벌의 잭 매킨타이어 포트폴리오매니저는 "파월 의장의 발언이 상당히 매파적"이라며 성명문에서 누적된 긴축 효과의 시차를 고려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정책 전환이 아닌, 속도를 늦추기 위해 문을 열어두고 있다는 유연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짚었다.

RBC는 파월 의장이 12월 경제전망보고서(SEP)가 공개되기 이전에 최종금리를 언급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성명서 상)속도 조절과 관련된 비둘기파적 내용이 최종금리 상향 가능성 언급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매파적 회의가 됐다"고 평가했다.

올해 마지막 회의인 12월 FOMC의 경우 의견이 엇갈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시장에 반영된 12월 빅스텝(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56.8%로 전날(44.5%)보다 높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높은 데다 Fed의 매파 기조도 지속되고 있는 만큼 12월까지 자이언트스텝을 이어갈 가능성(43.2%)도 40%를 웃돌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파월 의장이) 다음 회의 인상폭에 대해 명확한 가이던스를 전달하지 않았지만 (속도 조절 시사로)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면서도 "다만 이는 향후 나올 경제지표에 달렸다"고 짚었다.

◆한미 금리차 더 커져...한은도 24일 금리인상 확실시

이날 Fed의 금리 결정으로 한국(3.0%)과 미국의 금리 역전폭은 0.75~1.0%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가장 최근 금리 역전기인 2018년 3월∼2020년 2월 당시와 동일한 수준이다.

두 나라의 금리 차는 지난 9월 Fed의 3번째 자이언트 스텝 당시 최대 0.75%포인트로 커졌다가 지난달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으로 0.25%포인트까지 좁혀진 상태였다. 하지만 이날 Fed가 한 걸음 더 내디디며 다시 1.00%포인트로 확대됐다.

이러한 한미 금리 역전이 장기화할 경우 국내에서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원화 약세 등이 불가피하다. 또한 원화 약세는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요인으로도 꼽힌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 역시 오는 24일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확실시된다. 이 경우 6차례 연속 인상이 된다. 당초 시장에서는 경기 둔화 우려와 레고랜드 사태발 자금시장 경색 등을 고려해 한은의 속도 조절(빅스텝→ 베이비스텝) 가능성도 점쳐졌으나, 점점 커지는 금리 차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만큼 추가 빅스텝에 다시 무게가 쏠리고 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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