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1st] 강원 최장기 근속자 정승용에게 듣는 '그땐 그랬지'

조효종 기자 2022. 11. 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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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용(강원FC). 조효종 기자

[풋볼리스트=강릉] 조효종 기자= 오랜만에 강원FC에서 온전히 한 시즌을 보낸 정승용이 과거와 비교해 올 시즌 달라진 팀 전력과 분위기를 전했다.


정승용은 2016년부터 강원에서 뛰고 있다. 현재 선수단 내에서 강원 유니폼을 입은지 가장 오래됐다. 정승용보다 근속 기간이 긴 코칭스태프, 구단 직원도 많지 않다. 오래 몸담은 만큼 강원에서 누구보다 많은 일을 경험했다. 강원이 아직 K리그2에 머물던 때부터 K리그1 승격, 구단 역사상 최고 성적(K리그1 6위)을 낸 3시즌(2017, 2019, 2022)까지, 강원이 역사를 쓴 현장에 늘 정승용이 있었다.


그 사이 정승용은 기회를 쫓던 20대 중반 젊은 선수에서 주전으로 자리매김한 30대 베테랑이 됐다. 활력은 여전히 넘치는데, 플레이는 한층 무르익었다. 14라운드 만에 경고 4장을 받고도 시즌 종료 때까지 추가 경고를 받지 않는 노련한 플레이를 선보이며 올 시즌 K리그1 전 경기에 출전했다.


시즌이 마무리되는 시점 강원FC 클럽하우스에서 정승용을 만났다. 왜 자신을 인터뷰하는지 궁금해하던 정승용은 강원 최장기 근속자다운 애사심(?), 베테랑의 면모를 담은 답변으로 직접 그 이유를 증명했다. '꼰대'처럼 보일까 염려하면서도 20세를 갓 넘긴 양현준, 김진호는 상상도 못할 '그 시절' 이야기도 들려줬다.


- 올 시즌 K리그1 전 경기에 출전했어요. 이 기록을 세운 선수는 정승용, 서민우(이상 강원), 팔로세비치(FC서울) 선수 3명뿐이에요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경기에 나가고 싶다고 나갈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감독님이 선택을 해주신 덕분이에요. 작년에 소집 해제하고 나서 올 시즌 K리그1 무대로 돌아오면서 뭔가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크기도 했어요. 그래서 부상 관리도 더 철저히 했고요. 그런 노력이 더해져서 전 경기에 나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일정이 빡빡한 시기가 많아서 체력적으로 힘들었을 텐데, 어떻게 관리했나요?


힘들었죠. 특히 여름에 주중 경기까지 있으면 굉장히 힘들었어요. 어렸을 때는 그런 상황에서도 앞만 보고 뛰었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스스로 조절하는 방법을 터득했어요. 예를 들면, 팀이 이기고 있을 때 계속 공격적으로 나갈 수 있겠지만 한 번 정도는 뒤에서 대기하면서 체력을 안배하는 거죠. 제 앞에는 김대원이라는 좋은 선수가 있잖아요(웃음). 감독님께서도 상황을 보면서 운영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고요. 그렇게 어려움을 넘길 수 있었어요.


- 경고 누적(경고 5회 누적 시 1경기 출전 정지)으로 빠질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기록을 찾아봤더니 옐로카드를 딱 4장까지만 받았더라고요. 게다가 14라운드까지 몰아서 받고 이후에는 경고를 받지 않았어요. 징계를 염려해 관리한 건가요?


맞아요. 1-1로 비긴 5월 수원(삼성)전 경고가 마지막이었어요.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어요. 감독님, 코치님들도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하셨고요.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경고를 감수하고 플레이했겠지만, 잘 넘기고 넘겨서 4장으로 시즌을 끝내게 됐네요.


- 혹시 너무 힘들 때 경고 하나 받고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나요?


주위에서 '한번 쉬어가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이야기를 할 때 상상을 해보긴 했는데…(웃음). 팀 상황 상 그렇게 빠질 수 없었어요. 코치님들도 매 경기 경고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시기도 했고요. 매 경기 오늘도 잘 넘겨야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 올해 이렇게 많이 뛸 거라 예상했나요?


전혀 못했어요. 작년 막바지 팀에 복귀해서 굉장히 힘들었거든요. K4(포천시민축구단)에서 뛰면서 나름대로 복귀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경기 흐름을 따라가는 것 자체가 너무 벅차더라고요. 올 시즌을 앞두고 적응하는 데 쉽지 않겠다는 걱정도 있었어요. 앞서 이야기 나온 것처럼 시즌 초반에 경고가 몰려있던 것도 경기 템포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어요. 무리한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내주기도 했고요. 그러다 보니 당연히 이렇게 많이 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못 했어요.


정승용(강원FC). 서형권 기자

- 최용수 감독님과 서울에서 함께한 경험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경기에 많이 못 뛰었잖아요


서울 시절 경기 못 뛸 때는 감독님을 원망하기도 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제가 감독님이었어도 그때 절 경기에 내보내지 않았을 거에요. 많이 부족했고, 경기에 못 나가는 게 당연한 상태였어요. 강원 오면서 많이 달라졌죠. 단단해진 것 같아요. 그때 26살이었는데, 한발 올라서야 할 시기였어요. 그러려면 경기에 꾸준히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침 기회를 받았고 원 없이 했죠.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스스로 생각한 대로 플레이할 수 있게 됐어요. 이제는 당시 감독님의 마음이 이해가 가요.


- 당시 정승용 선수와 비슷한 상황인 후배들이 많이 있어요. 적극적으로 조언을 하는 편인가요?


그런 편이에요. 올해는 그렇게 많이 한 것 같진 않은데, K4에 있을 때 같이 뛰는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정말 많이 했어요. 예전의 저처럼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시간이 너무 아까운 거에요. 받아들이는 건 그 친구들의 몫이겠지만, 점점 시간이 줄어드는 게 제 눈에는 보이니까 적극적으로 이야기해 줬어요.


- 조심스러울 것도 같아요. 요즘 같은 분위기에선 자칫하면 '꼰대'처럼 보일 수 있잖아요


맞아요. 신경이 많이 쓰여요. 그래서 한 번 더 생각을 하죠. 조언해 주고 싶은 부분이 보여도 일단 '내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게 정말 도움이 될까?', '굳이 내가 이야기해야 할까?' 고민해요. 스스로 느끼는 게 가장 좋기도 하잖아요. 진짜 조심스러워요.


- 강원이 시즌 초반 힘겨운 시기가 있었어요. 강등권으로 추락하기도 했었는데, 그럴 때는 베테랑으로서 책임감을 느꼈을 것 같아요


많이 느꼈어요. 지금 팀원 중에 강원이 승격할 때부터 있었던 선수는 저 밖에 없어요. 팀이 잘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가장 크다고 자부해요. 당시에 팀에 부상 선수가 많아서 힘들었는데, 제가 할 수 있는 건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것밖에 없었어요. 나부터 기복 없이 꾸준하게 하자고 생각했어요.


- 말씀하신 것처럼 2016년에 강원에 입단해서 가장 오랜 기간 몸담고 있는 선수에요. 팀 역사의 절반을 함께한 셈인데, 강원에 대한 감정이 남다를 거 같아요


저는 이 팀에서 받은 게 많은 선수에요. 기회를 받아 경기에 나서면서 정승용이란 축구선수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경기에 나가든 안 나가든 언제나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커요. 팬들께도 감사해요. 규모가 크지 않아도 한 분 한 분 보면 정이 느껴져요. K리그2에 있을 때부터 꾸준히 경기장을 찾아와 주시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원정까지 오셔서 비 맞으며 응원해 주시던 몇몇 분들의 얼굴이 기억나요. 지금은 예전보다 훨씬 많은 팬분들이 찾아와 주셔서 더 감사하죠.


- 처음 강원에 왔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팀이 많이 달라졌나요?


당시에는 굉장히 열악했죠. 팀이 승격을 하고 1년, 2년, 3년이 지나면서 점점 체계화됐어요. 시설이나 환경 면에서 선수들이 더욱 운동에 집중할 수 있게 됐죠.


- 앞서 꼰대 이야기가 나온 김에 양현준 선수나 김진호 선수는 모를 '나 때는 이랬다'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고 싶어요


지금도 생각나는 장면이 있어요. 강원에 와서 처음 전지훈련을 갔을 때였어요. 첫 훈련을 나갔는데, 선수들 옷 색깔이 다 다른 거에요. 어떤 선수는 노란색, 어떤 선수는 파란색, 어떤 선수는 검은색 이렇게요. 정말 깜짝 놀랐어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기도 했고, 분위기도 자유분방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요즘엔 꼰대같이 들릴 수 있지만, 저희는 프로잖아요. 단체로 이동할 때도 양말이랑 운동화를 갖춰 신으면 보기 좋은데, 그때는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밥 먹으러 오는 선수들도 있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바뀌었죠. K리그1 승격도 하고, (이)근호 형을 비롯해서 베테랑 형님들이 많이 거쳐 가시면서 체계가 잡혔어요. 요즘은 상상도 못하는 일들이었죠. 그랬다간 감독님께서…(웃음).


- 강원 역대 최고 순위가 K리그1 6위인데, 강원이 6위를 차지했던 세 시즌(2017, 2019, 2022)을 모두 경험하신 입장에서 보기에 어느 시즌 강원이 가장 강했나요?


군 복무를 하기 전인 2019년도 전력이 굉장히 좋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실전에서는 올해가 가장 강했다고 느껴요. 감독님께서 경험이 워낙 많으셔서 이기기 위해 상황마다 어떤 게 필요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짚어주세요. 체감이 될 정도로요. 초반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그 덕분에 후반기에 승점을 많이 쌓을 수 있었어요. K리그 무대에서 경쟁하는 데는 올해가 가장 적합하게 갖춰진 팀이었던 것 같아요.


- 소집 해제 이후 선수 생활의 또 다른 막이 올랐어요. 그 첫 시작이었던 올 시즌을 마친 소감과 앞으로 각오를 듣고 싶어요


시즌이 이렇게 끝나니까 아쉬워요. 경기장에서 뭔가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거든요. 경험도 많이 쌓였고요. 내년에는 준비를 더 잘해서 개인적으로나 팀적으로 더 좋은 모습을 선보이고 싶어요. 스스로도 기대돼요. 그리고 강원에 몸담는 동안 지금보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어요. ACL(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도 나가보고 싶고, 우승권에 도전하는 팀도 되고 싶어요. 그렇게 된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 카타르 월드컵 때문에 올 시즌이 조금 일찍 끝났어요. 긴 겨울이 기다리고 있는데, 계획이 있으신가요?


이제 육아를 해야 해요. 11월에 아이가 태어날 예정이어서 2차전이 기다리고 있어요. 마음 놓고 쉴 수 없을 거 같아요(웃음). 잘 해봐야죠. 전지훈련을 가면 아내가 혼자 해야 하잖아요. 그전까지 열심히 하려고요.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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