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아이폰 공장 멈췄다…中 폐쇄에 애플 공급망 붕괴

이승호 2022. 11. 3.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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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본사에서 공개된 아이폰14 프로의 모습. AFP=연합뉴스

애플의 주력 제품인 아이폰14 생산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에 위치한 세계 최대 아이폰 생산 공장 주변에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일주일간 공장이 전면 봉쇄됐기 때문이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AFP 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시는 위챗 계정을 통해 이날 정오부터 9일까지 7일 간 폭스콘 공장 주변 지역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폐쇄 조치가 내려진 지역에선 생필품 운반 목적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차량 운행도 할 수 없다. 정저우의 폭스콘 공장은 세계 최대 규모 아이폰 생산 공장이다.


노동자 집단탈출·확진자 급증에 공장 폐쇄


중국 허난성 정저우시 폭스콘 노동자들로 추정되는 이들이 공장 철조망을 넘는 모습. 사진 중국 진르터우탸오 캡처
앞서 정저우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자 지난달 중순부터 지역에 따라 전면 외출 금지 또는 주거 단지 출입 금지 명령 등 봉쇄조치를 단행했지만, 폭스콘 공장만은 폐쇄하지 않았다. 다만 노동자의 출·퇴근을 금지하는 등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한 채 생산라인을 가동하는 ‘폐쇄루프’ 방식으로 운영하도록 했다.

그러나 공장 내 방역 체계가 허술하고 음식물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자 공포를 느낀 노동자들의 집단 탈출이 본격화됐다. 지난달 말부터 노동자들이 공장 담을 넘고 수십㎞를 걸어 귀향하는 ‘엑소더스’ 현상이 속출했다.

이런 와중에 지난 1일 정저우시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전날 95명에서 359명으로 급증하자 시 당국은 폭스콘 전면 폐쇄를 단행했다. 블룸버그는 “최근 SNS를 중심으로 공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했다는 루머가 급속하게 퍼진 것도 봉쇄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은 해당 루머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아이폰 생산 내년 1분기 최대 500만대 감소”


중국 허난성 정저우시 폭스콘 노동자들로 추정되는 이들이 공장을 떠나 고속도로를 걸어 귀향하는 모습. 사진 중국 진르터우탸오 캡처
노동자 탈출에 이어 공장까지 폐쇄되자, 애플의 아이폰 생산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정저우 공장 폐쇄로 전 세계 아이폰 생산라인 가동률은 약 70% 수준으로 내려갔다”며 “4분기 아이폰 출하량은 목표치보다 200만~300만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지속할 경우, 내년 1분기에도 아이폰 생산량이 예상보다 400만~500만대 감소할 수 있다”면서 “단기적으로 공장 가동률을 정상 수준으로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다.

특히 이곳에선 애플이 지난 9월 출시한 최신 스마트폰인 아이폰14를 집중 생산해왔다. 이반 램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폭스콘 정저우 공장은 아이폰14의 80% 이상, 아이폰14 프로의 85%를 생산한다”고 말했다.


실적 비상 걸린 애플


팀 쿡 애플 CEO가 지난 9월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아이폰14 공개 행사에서 고객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정저우 공장 폐쇄는 가뜩이나 아이폰 매출이 기대만큼 안 나와 애간장을 태우던 애플에 악재다. 지난달 28일 발표한 애플의 3분기 실적에서 아이폰의 매출과 순이익 모두 월가 예상치를 넘어섰지만, 아이폰 판매는 426억3000만 달러(약 60조5772억 원)로 시장 기대치(432억1000만 달러)를 밑돌았다. 당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은 아이폰 판매 부진 원인으로 “아이폰14 프로가 공급 제약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IT조사업체 카날리스의 니콜 펑 애널리스트는 “정저우 공장 폐쇄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아이폰 매출을 늘리려 했던 애플의 전략에 차질을 빚게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우려에 2일 뉴욕증시에서 애플의 주가는 전날보다 3.73% 하락한 145.0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시진핑, 제로 코로나로 아이폰 공급망 붕괴"


지난 9월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아이폰14 공개 행사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애플로선 당장 대안도 마땅치 않다. 완제품을 만들기 위한 부품업체가 모두 중국에 있어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제품을 생산하기 여의치 않아서다. 인도에도 아이폰14 프로 생산 공장이 있지만 대부분 중국에서 부품을 배송받아 최종 조립 및 포장만 하는 수준이다.

폭스콘은 중국 내 다른 공장을 통해 아이폰 생산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광저우(廣州) 등에 있는 다른 폭스콘 공장 역시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기존 생산량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관건은 공장 폐쇄 기간”이라며 “중국의 다른 지역처럼 정저우에서도 공장 폐쇄 기간을 예정한 일주일이 아닌 몇주에서 몇 개월까지 연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애플의 아이폰 공급망을 붕괴시켰다”고 전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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