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아닌 '사고'?…"책임 회피하는 자세, 또 다른 갈등 초래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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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명이 희생당한 이태원 참사를 두고 때아닌 용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당시 참사 현장서 지휘했던 경찰 간부부터 시작해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윤희근 경찰청장, 경찰국 신설하며 경찰 통제에 나선 이상민 행안부 장관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이같은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교적 의미가 축소된 '사고'로 부른다고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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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는 사고, 희생자는 사망자로 표기
재난안전기본법에 따르면 '사고'
다만 책임 회피한다는 의구심 생겨
"사고 수습 중 불필요한 논란 만들어"
[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156명이 희생당한 이태원 참사를 두고 때아닌 용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는 자세가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일 윤희근 경찰청장은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진행된 언론 브리핑에서 "이번 '사고'를 지켜보면서 큰 충격을 받으셨을 국민들께 관계기관장의 한 사람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며 사과했다. 이에 맞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도 같은 날 이태원 참사를 '사고'로 명칭하며 사과했다.
이들은 정부 지침에 맞춰 발언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 행안부는 합동분향소를 설치하면서 참사 대신 사고, 희생자 및 피해자 대신 사망자로 표기할 것을 지방자치단체에 전달했다. 전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를 두고 "재난 관련 용어를 최대한 중립적으로 쓰는 내규를 따른 것"이라며 "정부가 책임을 회피할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국회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전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국가인권위원회 대상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용어를 바꾼 윤 정부를 지적했다.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외신들은 이를 disaster(재난)으로 표현하는데 윤 정부는 incident(사고)를 사용해 난리났다"며 "단어 선택 자체가 이번 참사를 바라보는 윤 정부의 인식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법률적 용어를 사용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재난및안전관리기본법에 따르면 사회 재난에 대해서 '사고'라는 용어를 사용한다"며 "피해자는 사망자, 실종자, 부상자 등으로도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법적으론 '사고' '사망자' 등 용어가 맞다고 설명한다. 문현철 숭실대 재난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재난및안전관리기본법은 이 같은 상황을 '사고'로 명칭하고 있다"며 "행정적인 측면으로만 보자면 정부가 사고라고 부르는 것에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당 법을 살펴본 결과 '참사'는 찾을 수 없었다.
다만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책임을 피하기 위해 보다 중립적 용어를 사용토록 강제한다는 것.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당시 참사 현장서 지휘했던 경찰 간부부터 시작해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윤희근 경찰청장, 경찰국 신설하며 경찰 통제에 나선 이상민 행안부 장관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이같은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교적 의미가 축소된 '사고'로 부른다고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참사 수습이 필요한 현 상황에 불필요한 논란을 스스로 일으켰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미 경찰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시민단체 동향을 파악하는 문건을 만드는 등 정부가 참사 수습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문 교수는 "참사를 수습하고 지혜를 모아야 할 시기에 논란거리를 만드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며 "또 다른 갈등을 촉발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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