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우진 빨간불’ 키움은 이제 잇몸야구로 버틴다
키움 히어로즈 홍원기 감독은 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2차전을 앞두고 표정이 밝지 못했다. 전날 물집 출혈로 내려간 안우진의 상태를 설명하면서였다.
홍 감독은 “안우진의 상태는 하루나 이틀을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 향후 선발 로테이션이 바뀔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는 “바꿔야 할 것 같다”고 짧게 답했다.
안우진은 이번 가을야구에서 에이스 면모를 과시했다. KT 위즈와의 준플레이오프(준PO) 그리고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PO)에서 연달아 호투해 키움의 KS행을 이끌었다.
그러나 안우진은 1일 열린 KS 1차전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2회까지 마운드를 지켰지만, 3회 오른손 중지 물집에서 피가 나면서였다. 결국 더는 투구가 어렵다는 판단으로 양현과 교체됐다. 이날 최종 성적은 2와 3분의 2이닝 2피안타(1피홈런) 4탈삼진 2실점이었다.
문제는 손가락 상태였다. 육안으로 봐도 적지 않은 양의 피가 났고, 바지에는 피를 닦은 흔적이 가득했다. 이미 준PO에서도 같은 부상으로 문제가 됐던 터라 키움의 걱정은 더욱 컸다.
일단 현재로선 안우진의 정상적인 복귀를 장담하기 어렵다. 설령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평소처럼 긴 이닝을 던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처럼 안우진의 컴백이 불투명해지면서 키움은 남은 KS를 잇몸야구로 치러야 할 형편이 됐다. 선발투수로 뛸 수 있는 자원이 사실상 2명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번 KS에서 키움은 총 14명의 투수를 엔트리로 등록했다. 그러나 선발투수로 부를 수 있는 자원은 물집 부상 중인 안우진을 비롯해 외국인투수들인 에릭 요키시와 타일러 애플러뿐이다. 준PO에선 한현희와 정찬헌이 함께했지만, 불펜 강화를 위해 둘을 PO에서부터 제외하면서 선발 자원이 줄어들었다.
문제는 남은 일정이다. 키움은 앞으로 최소 3경기, 최대 5경기를 더 소화해야 한다. 일단 3차전에선 앞서 1차전 불펜투수로 나와 26구를 던진 요키시가 선봉장을 맡지만, 당장 4차전부터 선발투수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결국 불펜진이 많은 이닝을 나눠 책임지는 벌떼야구가 불가피한 키움이다.
이와 반대로 SSG는 여유롭게 선발 마운드를 운용할 수 있다. 김광현~윌머 폰트~오원석~숀 모리만도로 이어지는 선발진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체력적인 측면에서도 앞선다. 키움은 준PO부터 치열하게 사다리를 타고 올라온 반면, SSG는 3주 넘게 휴식을 취했다. 선발투수들의 경우 사실상 한 달 가까이 쉬면서 체력을 회복했다.
예비 자원도 풍부하다. 박종훈과 이태양 등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투수들이 많아 장기전에서도 유리하다는 평가다.
키움의 선제공격과 SSG의 반격으로 1승1패 원점이 된 KS는 4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으로 장소를 옮겨 3차전을 치른다. 과연 우승의 분수령에서 웃을 주인공은 누구일까.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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