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라디오 출연도 실종…‘이태원 참사’관련 말 줄어든 여당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경찰의 부실 대응이 뉴스의 중심에 서면서 여당인 국민의힘 분위기가 미묘하다. 엿새째인 3일 국민의힘의 이날 오전 유일한 당내 일정이었던 북한 미사일 도발 관련 긴급 당·정 협의회가 북한의 추가 미사일 도발로 취소됐다. 으레 하나둘씩 모습을 비쳤던 출근 시간대 라디오 뉴스 프로그램에서조차 국민의힘 의원을 찾긴 힘들었다. KBS와 YTN라디오에는 각각 조응천·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의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했지만 이에 맞서 출연한 여당 측 패널은 없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만이 고정 출연하던 BBS라디오에서 “책임지실 분들은 책임져야 한다”며 원론적인 말을 남겼을 뿐이다.
지도부도 최대한 말을 아꼈다. 이날 서울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의원연맹 합동총회 후 기자들을 만난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주당의 이태원 참사 관련 국정조사 촉구에 대해 “주호영 원내대표에게 의견을 물어보는 게 적절할 것 같다”며 공을 넘겼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의 인사 문제에 대해서도 “사실관계에 대한 파악과 진상규명이 이뤄지고 있기에 그러한 조사 절차의 결과를 토대로 후속조치 이뤄지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만 했다.
여당의 침묵은 정부 책임론이 점점 더 커지는 국면에서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참사 초기만 해도 “사고 수습과 사상자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윤 대통령의 용산 대통령실 이전으로 병력이 이태원으로 배치되지 못했다는 야권의 의혹 제기에도 “가짜뉴스와 정쟁화 시도는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2차 가해이며 사고 수습을 지연시킬 뿐”(양금희 수석대변인)이라며 강하게 맞섰다.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건 아니다”, “경찰을 미리 배치해 해결할 문제가 아니었다” 등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해서도 “밤잠 못 주무시면서 일하고 있다”(성일종 정책위의장)며 두둔했다. 재발 방지책을 논의하겠다며 여야와 정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국회 차원의 특별조사위원회 구성을 야당에 제안하고 관련 법인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 개정안도 발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의 늑장 대응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분위기는 반전되고 있다. 특히 윤희근 경찰청장이 대통령보다 보고를 늦게 받았고 112 신고도 다수 묵살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며 정치권에선 시스템이 아닌 책임자들의 문책론이 힘을 받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내에서조차 “윤희근 경찰청장은 즉시 경질하고 사고 수습 후 이상민 행안부장관은자진 사퇴해야 한다”(안철수 의원)는 말이 나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야당이 법망이나 시스템의 문제가 아닌 책임자 추궁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법안 통과나 특위 구성은 난망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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