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세페가 뭔가요”…이태원 참사 후 명동 거리는 [르포]

김한나 2022. 11. 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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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규모지만 이태원 참사 여파로 차질
소비자 인지도·낮은 할인율 등 문제점 그대로
2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거리. 사진=김한나 기자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2022 코리아세일페스타’(코세페)가 지난 1일 막을 올렸다. 코세페는 유통업계 대규모 할인행사로 꼽히지만 그간 ‘무늬만 축제’라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낮은 할인율과 소비자들의 저조한 참여율로 매년 흥행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올해 코세페는 리오프닝 이후 열리는 첫 행사로, 2300개 기업이 참여하는 역대 최대 규모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이태원 참사 영향으로 행사와 마케팅 등이 전면 보류되면서 올해 흥행도 물 건너간 모습이다.

2일 오후 4시쯤 방문한 서울 중구 명동 거리. 코세페 시행 이튿날이었지만 행사 기간임을 알리는 홍보물은 단 한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거리는 인파로 활기를 띄었지만 시민들은 딱히 행사에 관심이 없어 보였다. 

이날 명동 거리에서 만난 박 모씨(여·30대)는 ‘코세페’를 알고 있냐는 질문에 “그런 행사는 처음 들어본다”면서 “아무리 둘러봐도 행사 현수막 하나 없는데 행사 기간인지도 몰랐다”라고 말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시민들의 반응은 비슷했다. 올해 코세페 역시 행사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이태원 참사의 여파로 마케팅이 축소된 부분도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

2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거리.   사진=김한나 기자

인근의 몇몇 화장품 로드숍에선 세일 입간판을 내걸고 저마다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50% 할인’과 ‘1+1 행사’를 안하는 곳을 발견하기 힘들 정도였다.

한 화장품 브랜드 직원은 “현재 코세페 기간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매장에서 진행하고 있는 할인 행사와는 별개”라면서 “브랜드 내에서 매달 정기적으로 하는 행사인데 최대 반값까지 할인이 적용돼 코세페보다 할인율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근처의 다른 화장품 매장에서도 비슷한 답변이 돌아왔다. 

같은날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명동 본점도 분위기는 마찬가지였다. 홍보 포스터나 입간판도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코세페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었다. 

이곳에서 만난 신세계백화점 영업관리 매니저는 “코세페 기간이지만 이태원 참사에 따른 애도 기간이어서 홍보물을 다 내린 상태”라며 “기간이 기간인지라 애도 기간 이후인 다음주부터 다시 홍보 활동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2일 오후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명동점 내부.   사진=김한나 기자

이태원 참사로 오는 5일까지 국가 애도 기간이 선포되면서 최대한 마케팅 활동을 자제하는 등 백화점도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했다.

각 층의 패션 브랜드마다 자체적으로 할인 내용을 알리는 문구만 간간히 표시돼 있을 뿐이었다. 코세페 행사와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어 보였다. 한 패션 편집숍 관계자는 “코세페에 따른 할인율은 각 브랜드별로 다 다르고 업체별 공지도 따로 돼 있지 않아 정보를 얻기가 쉽진 않다”면서 “주로 수입 브랜드에 코세페 할인이 적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마저도 품목별로 다르다”고 전했다. 2000여곳이 넘는 업체들이 코세페에 참여하는 데 할인을 일일히 확인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2일 오후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명동점 내부.   사진=김한나 기자

앞서 지난 30일 코세페 추진위원회는 국가 애도에 동참하기 위해 당초 31일로 예정된 개막식 행사를 취소했다. 코세페 추진위원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이태원 사고의 희생자와 그 가족들의 아픔을 함께하는 마음으로 행사 취소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코세페는 사그러든 소비 심리를 끌어올리기 위한 방편으로 4일 열리는 ‘슈퍼위캔’에 기대를 걸었지만 이마저도 물거품이 된 상황이다. 슈퍼위캔은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의 소비 심리 회복을 위해 대형 유통사들을 중심으로 주력 품목을 초특가로 할인 판매하는 행사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로 인해 당분간 소비 심리가 크게 진작되기는 힘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연말 쇼핑 대목을 기대했으나 이태원 참사로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추후 행사가 재개되더라도 애도 분위기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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