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MC]갈 길 멀다는 파월…속도 늦추고 금리 더 올린다

뉴욕=조슬기나 2022. 11. 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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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속도 조절에 나서겠지만 최종금리 수준은 더 높을 것이다."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진행된 제롬 파월 Fed 의장의 기자회견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파월 의장은 “갈 길이 멀다”고 금리인상 중단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속도 조절 여지는 남겼다.

향후 금리 인상 속도는 늦추되 더 오랜 기간, 더 높은 수준까지 올리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월스트리트에서는 4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결정한 Fed가 사실상 ‘기준금리 5%시대’를 예고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속도 조절 여지 남긴 파월

2일(현지시간) 오후 직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는 초반부터 금리인상 속도 조절과 관련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일찌감치 4연속 자이언트스텝이 예상돼온 만큼 이날 시장이 주목한 것은 12월 이후 인상폭이었다.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 중단 가능성엔 "시기상조(premature)"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금리가 제약적 영역으로 갈수록 ‘속도(how fast)’보다는 ‘금리 수준(how high)’과 ‘지속 기간(how long)’이 중요하다"면서 "적절한 금리 수준에 도달했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제법 멀다(some ground to cover)"고 당분간 긴축이 이어질 것임을 재확인했다.

또한 "최종 금리 수준이 이전 예상보다 더 높을 것"이라며 "과대 긴축(overtightening)이 과소긴축(undertightening)보다 수정하기 쉽다"고 평가했다.

다만 파월 의장은 인상 폭을 낮추는 이른바 속도 조절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지를 남겼다. 그는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고 그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면서 "그게 이르면 다음 회의(12월) 또는 그다음 회의(1월)가 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현재 결정된 것은 없다"며 남은 기간 발표될 지표, 경제 여파에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속도 조절의 문은 열어두되 사실상 이전 FOMC와 동일한 데이터 기반의 긴축 기조를 확인한 것이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이날 4연속 자이언트스텝으로 2008년 이후 최고치인 3.75~4.0%까지 오른 상태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최종금리 상향 예고, 5% 전망 잇따라

"최종금리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파월 의장의 발언은 당장 다음 달 점도표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9월 공개된 점도표에서 내년 최종금리 전망은 4.5~4.75%(중앙값 4.6%)였다. 이를 웃돌 것이라고 명확히 하면서 사실상 5%시대를 예고한 것이라는 평가가 쏟아진다.

시티은행은 최종금리 전망을 기존 5.0~5.25%에서 5.25~5.5%로 상향했다. JP모건 역시 12월 점도표가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리선물시장에서도 내년 3월 미국의 금리가 5.0%를 웃돌 가능성을 60% 이상 반영하고 있다.

월가에서도 매파(통화긴축)에 무게가 쏠린 해석들이 쏟아진다. JP모건의 마이크 펠로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날 FOMC를 "더 천천히, 더 길게(Slower for longer)"로 요약했다. Fed가 이르면 다음 달부터 금리 인상 폭은 완화하되 대신 최종 금리는 더 높은 수준으로 올려 오랜 기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ING 역시 "금리 인상 속도 전망은 낮췄지만 기간은 길어질 것이라는 판단이 확산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당초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공개된 성명문에 "누적된 긴축 통화정책, 통화 정책이 경제 활동 및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칠 시차(lags), 경제 및 금융 발전을 고려할 것"이라는 문장이 포함되면서 한때 시장에서는 정책조정 기대감이 확산되기도 했었다.

브랜디와인글로벌의 잭 매킨타이어 포트폴리오매니저는 "파월 의장의 발언이 상당히 매파적"이라며 성명문에서 누적된 긴축 효과의 시차를 고려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정책 전환이 아닌, 속도를 늦추기 위해 문을 열어두고 있다는 유연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짚었다.

RBC는 파월 의장이 12월 경제전망보고서(SEP)가 공개되기 이전에 최종금리를 언급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성명서 상)속도 조절과 관련된 비둘기파적 내용이 최종금리 상향 가능성 언급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매파적 회의가 됐다"고 평가했다.

올해 마지막 회의인 12월 FOMC의 경우 만장일치였던 이날과 달리 참석자들 간 의견이 엇갈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시장에 반영된 12월 빅스텝(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56.8%로 전날(44.5%)보다 높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높은 데다 Fed의 매파 기조도 지속되고 있는 만큼 12월까지 자이언트스텝을 이어갈 가능성(43.2%)도 40%를 웃돈다.

파월 의장은 이날 회견에서 아직까지 인플레이션이 확실하게 떨어지고 있다는 증거가 없고, 노동시장은 전반적으로 과열 상태라고 진단했다. 모건스탠리는 "(파월 의장이) 다음 회의 인상폭에 대해 명확한 가이던스를 전달하지 않았지만 (속도 조절 시사로)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면서도 "다만 이는 향후 나올 경제지표에 달렸다"고 짚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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