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 수위 높이는 북… 성동격서식 도발 가능
전방 야전부대까지 위기조치기구 가동… 24시간 밤샘 근무 돌입
[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장희준 기자]북한이 이틀 연속 미사일 도발을 이어가는 것은 ‘강화된 조치’를 이미 준비해두고 명분을 쌓기 위한 도발이란 분석이다. 사실상 마지막 카드인 7차 핵실험 버튼을 누르기 전에 국제사회에 자신들의 입지를 조금씩 넓혀 가겠다는 의미다. 앞으로 도발 간격을 줄이고 도발 방식도 다양화하는 등 성동격서식 도발을 한 이후에 핵실험을 위한 최적의 시기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3일 "일련의 도발 흐름을 보면 북한의 최종적인 목표는 핵보유국으로서의 위치를 인정받은 다음 미국과 직접 담판을 짓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윤석열 정부 들어 도발 수위를 점차 높였다.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르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한 탄도미사일 3발을 쐈다. 9월엔 미 7함대 소속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CVN 76) 등 항모강습단이 부산에 입항한 당일엔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하는 등 한미 주요 이벤트에 아랑곳 않했다. 같은 달 한미연합훈련이 진행 중일 때도 SRBM 2발을 동해상으로 쐈고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방한해 비무장지대(DMZ)를 찾은 날에도 SRBM 2발을 추가로 발사했다.
북한은 해상으로까지 전방위 도발 수위를 끌어올렸다. 지난달엔 북한 군용기 10여 대가 심야에 동·서부 전선에서 우리 군의 전술조치선 아래로 남하하며 동시다발 위협 비행을 한데 이어 고강도 국지도발을 위한 명분을 쌓기 위해 기습적으로 상선을 NLL 이남으로 내려보냈다. 이달 들어선 분단후 처음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겨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은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으로 도발 수위를 끌어올릴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달 24일 북한은 총참모부 대변인 명의로 "확성기 도발에 엄중히 경고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비무장지대(DMZ)나 감시초소(GP)에서 도발할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이미 동창리 서해 위성 발사장에는 ICBM을 발사할 준비를 하고 있은 것으로 알려져 7차 핵실험을 앞두고 ICBM을 시험발사 할 수도 있다. 지난 9월 북한이 ‘선제 핵 타격’을 법제화한 이후 ICBM을 한반도 상공을 통과해 날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속적으로 도발 수위를 끌어올려 ‘7차 핵실험’이라는 결론에 다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는 8일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로 미 본토를 직접적으로 위협하거나,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전과 같은 군사적 충돌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중장거리 미사일, 나아가 ICBM까지 발사한다면 남한을 겨냥한 전술핵과 미 본토를 향한 전략핵 등 투트랙으로 핵실험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시기는 미국 중간선거까지 도발 수위를 고조시켜 영향을 미친 뒤 결정할 것으로 보이며, 이 과정에서 국지 도발의 가능성 역시 열려 있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도 "복합적인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뒤 결국 7차 핵실험으로 가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면서 우리 군 당국도 긴장하고 있다. 군은 최근 전방 야전부대까지 위기조치기구를 가동하고 24시간 밤샘 근무에 돌입했다. 전방부대까지 24시간 긴급 대응체계 유지하는 것은 윤 정부 취임 이후 처음이다. 이와 함께 국방부는 3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에서 미국 측과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을 열고 ▲한반도 안보정세 평가 및 정책 공조 ▲확장억제 실행력 제고 ▲연합방위태세 강화 ▲글로벌 안보협력 등 주요 동맹 현안 전반을 논의한다. 특히 한미 국방장관은 SCM에서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력을 실질적으로 강화시키는 방안을 협의할 계획이다. SCM 공동성명문을 통해선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운용방안이 새롭게 도출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외교부는 추가 대북제재도 검토하고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서울의 한 호텔에서 아소 다로 전 일본 총리와 조찬 회동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독자 대북 제재를 추가로 고려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국가안전보장회의에 참석해 구체적인 상황을 논의하고 대응책을 마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여러 가지 준비는 해 놓고 있다. 북한의 도발이 어느 정도인지 먼저 판단을 해보고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조찬에 참석에 앞서 "북한이 이렇게 위협을 고조시키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도발을 억제할 수 있도록 강력한 방어력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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