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방송 뷰] ‘애니메이션→소설·단편’ 원작 발굴 힘쓰는 티빙, ‘개성’만으론 역부족

장수정 2022. 11. 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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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 이어 ‘욘더’까지
내용 면에서 호불호 이어져

애니메이션 영화부터 소설, 단편영화까지. 티빙이 잊힌 명작 또는 숨은 보석들을 발굴해 시리즈로 확장하는 작업들을 하고 있다. 여기에 과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프로그램들을 지금의 감성에 맞게 재탄생을 시키기도 한다.


최근에는 단편영화를 시리즈화 한 오리지널 시리즈 ‘몸값’을 공개 중이다. 서로의 ‘몸값’을 두고 흥정하던 세 사람이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에 갇힌 후, 각자 마지막 기회를 붙잡기 위해 위험한 거래를 시작하며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담는 이 시리즈는 지난달 28일 1회부터 3회까지 절반 분량이 공개됐다.


ⓒ티빙

단편영화, 소설 등…숨은 보석 발굴에 집중하는 티빙

이 작품은 이충현 감독이 연출한 동명의 단편영화를 시리즈로 확장한 작품이다. 원조교제를 원하던 중년 남자가 모텔에서 만난 여고생의 ‘몸값’을 흥정하며 시작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중년 남자가 장기밀매조직 일원의 함정에 빠진 것이었다는 반전으로 충격을 선사했다. 여고생의 몸값이 중년 남자의 몸값으로 치환되는 순간을 절묘한 반전으로 드러내면서 영화가 담고자 하는 메시지를 강렬하게 각인시켰던 것. 여기에 두 사람의 내용을 롱테이크로 담아내는 용감한 선택으로 반전의 묘미를 강화하기도 했다. 각종 영화제를 휩쓸며 단편영화로는 이례적으로 대중성까지 확보했었다.


티빙의 ‘몸값’ 역시도 단편영화의 롱테이크를 초반부 그대로 재현해내며 원작의 충격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여기에 지진이 일어나면서 이들이 머무르던 모텔이 무너지게 되고, 이에 ‘몸값’의 세계관은 원작을 바탕으로 한층 새롭게 뻗어나가기 시작한다. ‘돈이면 다 되는’ 사회를 은유하던 것을 넘어, 재난이라는 극한 상황에서는 돈의 의미가 어떻게 달라지는 지를 포착하면서 원작의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확장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일부 시청자들은 현실을 강렬하게 은유하던 원작과는 달리, 장르적 재미를 추가한 ‘몸값’이 다소 어색하게 세계관을 이어 붙이는 것 같다는 지적을 한다.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비판적 시선은 여전하지만, 티빙의 ‘몸값’이 구현한 세계관은 지나치게 과격해 리얼리티가 떨어지는 면이 있다는 지적이었다. 캐릭터들 역시 개성은 넘치지만, 다소 과한 면이 있어 ‘과유불급’이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결국 원작이 구현해낸 충격을 담아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를 확장하는 과정이 치밀하지 못해 호불호를 유발한 셈이다.


앞서도 티빙은 흔히 원작으로 많이 삼는 웹툰은 물론, 애니메이션 영화와 소설 또는 과거 예능까지. 다양한 기존 콘텐츠를 발굴해 이를 시리즈로 옮겨오는 작업들을 꾸준히 해오고 있었다. 각각 동명의 웹툰과 애니메이션 영화를 원작으로 한 ‘유미의 세포들’, ‘돼지의 왕’ 등을 통해선 원작 팬과 일반 시청자 모두를 아우르며 호평을 받기도 했다. 원작의 장점 또는 메시지는 섬세하게 옮겨오면서 동시에 이를 영상으로 접하는 재미까지 추가하면서 새 시청자들까지 아울렀던 것.

신선함 있지만…적절한 확장엔 물음표, IP 재활용 부정적인 면도 고스란히

그러나 최근 티빙이 공개하는 작품들은 호불호를 유발하고 있다. ‘몸값’을 비롯해 소설 ‘굿바이, 욘더’가 원작인 오리지널 시리즈 ‘욘더’ 또한 시청자들의 미지근한 반응을 얻었다. 아내 이후(한지민 분)가 병으로 세상을 떠난 뒤, 남편 재현(신하균 분)이 이후로부터 자신의 기억으로 설계된 세계 ‘욘더’로 오라는 초대장을 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이준익 감독의 첫 드라마로 기대를 모았지만 세계관의 독특함에 비해 전개는 ‘지루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작품 역시도 원작이 탄생시킨 세계관에 대한 흥미 외에, 작품 자체에 대한 재미는 다소 부족했다는 평을 받은 것.


영화감독들의 단편영화 제작기를 담는 JTBC ‘전체관람가’를 리메이크 한 ‘전체관람가+: 숏버스터’와 연애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나누는 ‘마녀사냥’의 2022년 버전 ‘마녀사냥 2022’ 역시도 원작의 신선함 외 색다른 재미를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아쉬운 평가를 받았었다.


장점이 뚜렷한 원작들을 발굴해내는 데는 성공한 티빙이지만, 이를 영리하게 재활용하는 데는 절반의 성공만 거둔 셈이다. 숨은 보석들을 시청자들에게 선보이는 것을 넘어선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웹툰 원작 작품들은 이미 대중성이 확보됐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적지만, 단편영화, 독립영화들은 창작자의 개성이나 혹은 메시지나 예술성이 더욱 강조되는 작품들이다. 이러한 작품들을 대중성 높은 시리즈물로 확장할 때에는 위험성이 더 따르는 것 같다”라며 “차별화를 위해 많은 이들이 새로운 도전들을 하는 상황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완성도도 따라줘야 할 것 같다. 이 두 가지를 모두 해내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균형감을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여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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