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 낙산호텔 공사장 싱크홀…공사 지연 막기 위한 '부실시공' 탓
시공 미흡으로 현장 내부로 지하수·토사가 유입…지반침하 발생
시공사 영업정지 4개월 등 엄벌 조치
해안가 등 연약지반 관리 강화키로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지난 8월 강원도 양양군 낙산해수욕장 인근 생활형 숙박시설 공사 현장 주변에서 발생한 싱크홀(지반침하)은 시공사의 졸속공사와 부실시공이 원인이었다. 해안가 특성상 느슨한 모래 지반으로 토사가 유실되기 쉬우며 바다 영향으로 지하수 유동량도 많아 꼼꼼한 공사가 요구되는 현장임에도 불구하고 공사 지연을 만회하기 위한 단기 공사로 지반이 더 악화돼 싱크홀 발생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토질·기초분야 외부 전문가의 전수조사를 통해 사고 우려가 모두 해소되면 공사를 재개토록 할 방침이다. 또 서울시에 시공사 등 이번 공사에 관여한 업체들은 영업정지 조치 등 엄중 조치키로 했다.
이승호 상지대 교수(토목학회장)가 위원장인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회는 3일 지난 8월 발생한 양양군 지반침하 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시공사 불량 인지하고도 땜질식 대처…주변 지반 악화=앞서 지난 8월3일 오전 6시 40분께 양양군 강현면 낙산해수욕장 인근 생활형 숙박시설 공사 현장 주변에서 가로 12m, 세로 8m, 깊이 5m 크기의 싱크홀(지반 침하)이 발생해 주변 편의점 건물 일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다친 사람은 없었으나 편의점 주인과 현장 인근 숙박시설 투숙객 96명이 긴급 대피하는 혼란이 빚어졌다. 당시 작년 12월말부터 올해 2월 중순까지 사고 현장 주변에서 땅꺼짐 현상이 25차례나 일어나 전조증상이 있었다는 주변 제보도 잇따랐다.
사조위의 조사 결과 시공사 등이 현장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시공한 것이 싱크홀 발생의 주된 원인으로 밝혀졌다. 시고상사의 부실 시공으로 '가설 흙막이벽체'에 작은 틈새가 발생했고 이 틈을 통해 주변 지하수 토사가 일부 유입되면서 이것이 지반침하로 이어졌다. 가설 흙막이벽체는 지반 굴착 시 흙이 현장으로 유입되거나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는 가설 벽체를 말한다.
사고 현장 일대는 해안가의 느슨한 모래지반으로, 토사가 유실되기 쉬우며 바다 영향으로 지하수 유동량도 많아 지하 개발 시 단단한 화강·편마암으로 구성된 내륙보다 높은 수준의 시공 품질·안전 관리가 필수적인 지역이다.
하지만 시공사는 시공 불량을 인지하고도 국부적 보강만 진행하는 등 땜질식으로 대처했으며 이후 공사 지연을 만회하기 위해 단기·집중 공사를 진행했다. 이로 인해 흙막이벽체와 주변 지반은 더 악화됐다. 이러한 부실 시공이 누적되면서 흙막이벽체에 구멍이 형성, 주변 지하수·토사가 급속히 유입되면서 지반에 대규모 침하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지하안전평가 수행업체는 주변 편의점 건물 안전성 검토를 누락했으며 설계 변경 정보와 소규모 지반침하 사고 사실을 인허가청 등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시공사가 설치하는 현장 계측기(경사계, 지하수위계 등)도 대부분 손·망실돼 사고 예방 조치가 적절한 시기에 수행되기 어려웠다.
◇사고 우려 모두 해소 후 공사 재개, 시공사 영업정지 4개월 엄벌 조치=국토부는 사조위 조사를 통해 밝혀진 시공사 등의 사고 책임에 대해서는 △시공사 영업정지 4개월, △감리사 2년 이하 업무정지, △지하안전평가업체 영업정지 3개월, △건설기술인(개인) 소속에 따라 벌점 9~3점 등 관계법령에 따른 처분을 관할 관청에 요청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추가 위험 가능성을 고려해 토질·기초분야 외부 전문가의 전수 조사를 통해 일말의 사고 우려까지 모두 해소한 후에 공사를 재개토록 할 계획이다. 또 공사 재개 시 손상된 가설 흙막이벽체가 지탱될 수 있도록 본구조물의 바닥판을 충분한 강도를 확보하면서 시공토록 하고 양양군이 이를 관리토록 했다.
유사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국토부는 인·허가청인 양양군을 통해 인근 지하개발 공사의 시공사 등이 설계 도면과 지하안전평가서 등을 면밀하게 재검토하고, 흙막이벽·차수 공법의 취약 사항을 보완토록 한다. 아울러 사고 현장을 포함한 인근 전 현장에 대해 이달부터 매 분기마다 원주국토청·양양군 등 관계기관 합동점검을 진행한다.
◇해안가 등 연약지반 개발 사업 안전관리 기준 상향=이와 별개로 해안가 등 연약지반 개발 사업은 안전 관리를 보다 강화한다. 우선 연약지반 기준을 법령에 마련하고, 안전관리 기준을 상향해 시공사 등이 강성과 차수성이 큰 공법을 사용토록 지하안전 제도를 개선한다.
아울러 첨단 지하안전 기술(스마트 계측관리, 지하공간통합지도 등)의 개발과 활용 확대를 유도하고, 광역자치단체장에게 긴급안전조치 명령 권한을 부여한다.
지하안전 전반을 강화하기 위해 국가 전문기관의 긴급 지반탐사 확대를 추진하고, 부처 간 협력을 통해 취약노후 지하시설물을 정비하거나 교체할 방침이다.
아울러 지반침하 우려시 기초자치단체가 ‘지반침하위험도평가’를 수행하고 원인유발자에 비용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다.
이상일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은 "사조위가 규명한 원인 조사 결과를 토대로 위법 사항은 관계기관에 엄정한 조치를 요구하고, 사고 현장과 인접 지역 공사현장에 대해서는 사조위에서 제시한 안전 확보 방안을 철저히 이행하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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