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12상황실, 경찰력 동원 지시 ‘형식적 권한’ 불과… 이태원 참사 키웠다

허경준 2022. 11. 3.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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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기 전 서울지방경찰청 112상황실이 수십건의 구조 신고를 받고도 안일한 대응을 해 사고를 키웠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예고되지 않은 불시 집회나 강력범죄가 발생했을 때 지방청 112상황실이 긴급 경력 동원 지시를 내리는 것이 가능하지만, 신고가 접수된 지역의 관할 경찰서가 이미 인지하고 있는 사건·사고에 대해서는 지방청 112상황실이 추가적인 출동 지시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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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직 112상황실장, 지방청장 권한 위임 ‘대외비 내규’ 존재
지방청 112상황실 출동 지시, 현장선 ‘간섭’ 여겨 무용지물
이태원 대형 압사 참사로 인한 국가애도기간이 이어지고 있는 2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경찰병력이 한 개 차선을 막고 추모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허경준 기자]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기 전 서울지방경찰청 112상황실이 수십건의 구조 신고를 받고도 안일한 대응을 해 사고를 키웠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찰 내부에서는 지방청 112상황실이 경찰력을 동원할 수 있는 권한이 있음에도 실제 기동대 등에 출동 지시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3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에는 각 지방경찰청 112상황실 당직 지휘자는 지방청장이 퇴근한 이후 청장의 권한을 위임받아 사건·사고를 지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대외비 내규’가 마련돼 있다. 이 같은 내규가 있음에도 ‘형식적 권한’에 불과해 실제 현장에서는 적용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급 기관인 지방청은 지방청장이 퇴근한 이후 112상황실장 중심으로 조직을 운영하기 때문에, 112상황실장이 총경급인 서울청은 총경급에 해당하는 각 부서 과장들이 돌아가면서 당직 근무를 서고 있다. 이에 따라 당직 근무 중인 112상황실장이 직권 판단해 기동대 출동 등 지방청장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라는 것.

문제는 예고되지 않은 불시 집회나 강력범죄가 발생했을 때 지방청 112상황실이 긴급 경력 동원 지시를 내리는 것이 가능하지만, 신고가 접수된 지역의 관할 경찰서가 이미 인지하고 있는 사건·사고에 대해서는 지방청 112상황실이 추가적인 출동 지시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당 지역을 담당하는 관할 주무 기능(부서)이 파악하고 있는 사건·사고에 대해 지방청 112상황실이 출동 등 지시를 내리는 것은 일종의 ‘간섭’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경찰 내부에 형성돼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연장 근무시간이 적용되는 오후 6시 이후 접수된 신고일 경우, 해당 경찰서가 지방청 112상황실로 접수된 신고와 관련해 이미 인지하고 있거나 대비하고 있다면 지방청에서 추가 경력 배치 등 조치를 취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

실제 경찰청이 공개한 이태원 참사 전 112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첫 신고가 이뤄진 시점은 참사 발생 3시간 41분 전인 오후 6시34분이었다.

112상황실장 근무 경험이 있는 한 현직 경찰은 "신고가 접수된 관할 경찰에서 사건·사고를 몰랐다면, 112상황실장이 기동대 등 출동을 지휘할 수 있는데 관할서에서 대비하고 있다고 보고를 하면 건드리지 않는 게 불문율"이라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당일에도 관할 경찰서인 용산서는 소속 경찰관들을 이태원 인근에 배치하고 인근 지구대·파출소의 관할 범위를 재조정하는 등 핼러윈 데이를 대비해 근무를 조정하는 수준으로 경력을 재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경찰의 핼러윈 데이 대비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신고를 접수한 서울청이 ‘112종합상황실 운영 및 신고처리 규칙’에 따라 용산서에 이태원의 구조 상황 등을 전파했고, 용산서는 서울청에 ‘경력을 배치해 관리하고 있다’고 보고하면서 추가 경력 배치 등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 같은 경찰의 내부 관행으로 인해 이태원 참사 당시 사태 악화를 막지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경찰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또 다른 현직 경찰은 "쓸모없는 권한이 아니라 현장에서 꼭 필요한 권한을 행사하지 않았다"며 "심각한 상황을 가볍게 여긴 대가가 비극적인 참사로 돌아왔다. 당시 이태원에 투입된 용산서의 경력 배치 현황과 실시간 상황에 대처하지 못한 이유를 모두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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