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프 끼얹고 케이크 투척…'명화 테러' 기후활동가들 철창행
명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훼손하려 한 기후활동가들이 결국 유치장 신세를 지게 됐다.
2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네덜란드 헤이그 법원이 명화에 ‘이물질 투척’ 등의 시위를 벌이고 있는 벨기에 국적의 기후활동가 3명 중 2명에게 각각 징역 2개월, 그중 1개월은 집행 유예로 선고했다. 나머지 1명은 오는 4일 재판을 앞두고 있다.
영국 환경단체 ‘저스트 스톱 오일’(Just Stop Oil) 로고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이들은 지난달 27일 헤이그에 있는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을 급습해 ‘명화 훼손’ 시위를 벌였다. 자신들의 머리와 손에 풀을 묻혀 명화를 덮고 있는 유리에 갖다 대거나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물질을 뿌리는 등 방식으로 훼손을 시도했다. 앞서 이들은 지난 10월 초에도 영국 런던 국립미술관에서 빈센트 반 고흐의 대표작 중 하나인 ‘해바라기’에 토마토 수프를 끼얹으며 기후 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강조했다.
소셜미디어(SNS)에 게시된 영상에 따르면 이들은 “아름답고 귀중한 무언가가 당신 눈앞에서 훼손되는 것을 보니 기분이 어떻냐”며 “우리 행성이 훼손될 때도 바로 그런 기분”이라고 주장했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그린 거장 얀 페르메이르의 작품은 전 세계에 불과 30여 점만 남아 있을 정도로 귀하다. 일각에선 문화재로 보호받아야 하는 작품에 이 같은 행위를 하는 것은 과격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현지 검찰도 이들의 행위가 “용인될 수 있는 시위의 선을 넘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목적이 얼마나 중요하든 수단을 정당화할 순 없다. 명화는 감상하는 것이지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며 이들에게 징역 4개월을 구형했다. 검찰은 작품이 훼손되지는 않았지만, 유리 덮개를 갈아야 했고 기타 부수적 피해들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기후활동가들은 관심을 끌기 위해 이 같은 과격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독일에서 지난달 23일 환경단체 라스트 제너레이션 소속 활동가들이 최근 포츠담 바르베리니 미술관에 전시된 모네의 작품에 접근해 그림과 금색 액자에 으깬 감자(mashed potato)를 끼얹는 시위를 벌였다. 지난 5월엔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한 남성이 모나리자 그림을 향해 케이크를 던지기도 했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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