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 극한직업 한국 CEO 기피현상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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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최고경영자(CEO) 만큼 극한 직업이 또 어디 있을까요."
최근 기자가 만난 한 기업 대표는 "따지고 보면 CEO만큼 극한직업도 없다"며 "올 여름 태풍 시즌, (태풍) 경로에 사업장을 두고 있는 사장들은 매일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인해 일부 외국계 기업 사이에서는 한국 CEO 기피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극한직업, CEO. 연말 인사철을 앞두고 무게를 견딜 수 있는 자들에게 왕관이 씌어지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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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기업 최고경영자(CEO) 만큼 극한 직업이 또 어디 있을까요."
주요 기업들의 연말 인사철을 앞두고 조직 피라미드의 정점에 있는 사장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있는 임원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사장 승진은 입사 때부터 누구나 한번은 꿈꿨을 만한 ‘목표’로 기뻐하고 축하할만 일이다. 하지만 요즘과 같은 기업 환경에서는 그다지 반길만한 인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기자가 만난 한 기업 대표는 "따지고 보면 CEO만큼 극한직업도 없다"며 "올 여름 태풍 시즌, (태풍) 경로에 사업장을 두고 있는 사장들은 매일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CEO들은 내부적으로 ‘소통’ 잘하는 리더가 되고픈 희망 사항과 실제 소통의 괴리에서 오는 불협화음에서 좌절한다. 특히 요즘 시대는 MZ(밀레니얼+Z세대)와의 소통을 CEO의 필수 덕목으로 꼽는 분위기라 더욱 어렵다. 사장, 대표이사 취임과 동시에 MZ세대와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여러 주제로 대화를 통해 거리 좁히기에 나서지만 대화가 끝난 후 느끼는 감정은 "젊은 세대는 확실히 우리 때와 다르다"는 것이다.
한 CEO는 "우리 때만 해도 헝그리정신과 뭔가를 해내고 말겠다는 끈기로 무장했었는데, 요즘 친구들은 그런 게 확실히 부족하다"며 "왜 우리때와 다르냐고 꼬집으면 꼰대가 되니 속으로 끙끙 앓다 다른 사장들과 만나 같은 주제로 하소연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외부적으로는 갈수록 무거워지는 대표에 대한 책임과 처벌이 가시방석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도입되면서 산업재해(산재)로 노동자가 다치거나 사망하면 안전 관리 체계를 제대로 구축하지 않은 기업 경영자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
지난 9월 태풍 힌남노 예상 경로 지역에 사업장을 두고 있는 조선, 철강, 화학업계는 CEO뿐 아니라 경영진 전체가 새벽에 잠 못 이루고 긴장 태세를 유지했을 정도로 비상사태였다. 자연재해가 원인이라고 하더라도 사고 발생 시 시설물 안전 관리 책임이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에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SPC 계열 평택공장에서 20대 여성이 끼임 사고로 사망해 유족이 허영인 회장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한국은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법, 중대재해처벌법 등 노동법 위반 시 모두 벌금에 이어 징역까지 부과된다. 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는 노동법 위반 시 벌금형이 대부분이고, 일부 국가에서 위반사항이 고의적이고 반복될 때만 징역형을 부과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우 한국은 하청업체의 사고 발생 시 원청사업주와 하청사업주가 동일한 의무를 질 뿐만 아니라, 원청업체의 사업주와 법인이 동시에 처벌받는다. 다만 강화된 책임자 처벌에도 불구하고 산재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이로인해 일부 외국계 기업 사이에서는 한국 CEO 기피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장사를 잘 해서 기업에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면 CEO로서 역할을 다했다고 평가받는 시대는 이제 다시는 오지 않을 분위기다. 경영전략을 잘 짜고 실행력을 높여 경영 성과를 내는 것 만큼, 기업이 사회적 역할을 다 하고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 안정적인 조직문화를 조성하는 것도 중요해졌다. CEO 자리가 과거보다 더 극한직업이 된 것은 분명하지만 대우와 보상이 주어지니 그에 걸맞는 책임과 무게를 짊어져야 함은 당연한 이치다. 극한직업, CEO. 연말 인사철을 앞두고 무게를 견딜 수 있는 자들에게 왕관이 씌어지기를 희망해본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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