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잘 커준 아역 김태희·설가은, ‘미세스 다웃파이어’로 도움닫기

박정선 2022. 11. 3.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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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 역에 더블 캐스팅...262명 지원자 중 발탁
"춤부터 노래, 연기, 가치관까지 배울 수 있었던 작품"
11월 8일까지 샤롯데씨어터

과거 뮤지컬에서 아역배우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공연의 특성상 모든 것이 라이브로 진행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아역 배우는 위험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아역들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 공연을 이어가고 있는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역시 아역의 활약이 눈에 띄는 작품이다.


ⓒ샘컴퍼니

보모로 변장해 자녀가 있는 집으로 취업한 아빠 ‘다웃파이어’가 펼쳐내는 에피소드 안에서 세 자녀 리디아·크리스·나탈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때문에 당초 캐스팅을 하면서 첫째 딸 리디아 역에 ‘진짜’ 아역이 아닌, 어려 보이는 성인 배우들의 지원을 받기도 했다. 무려 262명이 지원한 이 역할에서 성인 연기자를 제치고 발탁된 건 김태희(16)와 설가은(14)이었다.


“우연히 본 오디션 공고에 지원 자격이 ‘20대 초반 여성’이라고 되어 있더라고요. 원작인 영화를 너무 재미있게 봤던 터라 꼭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커서 지원서를 넣게 됐어요. 오디션 현장에 갔을 때 완전 언니들만 있었는데 태희를 보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요. 심지어 같은 학교 후배더라고요.”(김태희) “저 역시 ‘얼굴이라도 보여주자’라는 마음으로 오디션을 봤어요.”(설가은)


어린 나이부터 꿈을 이룬 두 배우에 대해 업계에서도 칭찬이 자자하다. 김태희는 2019년 뮤지컬 ‘애니’로 데뷔했고 지난해 채널A ‘2021 DIMF 뮤지컬스타’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크게 주목을 받았다. 설가은은 6세의 나이에 엠넷 동요 서바이벌 프로그램 ‘위키드’에 출연하면서 얼굴을 알렸고 지난 2018년 뮤지컬 ‘마틸다’의 1대 마틸다로 발탁되기도 했다.


“어린 나이에 큰 상을 받게 되니까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그런 것들이 처음엔 걱정스럽기도 했는데 그런 생각을 버리려고 했던 것 같아요. 사람들의 시선 보다는 나에게 더 집중을 하자는 생각으로 부담 없이 지내고 있어요. 그 경험 자체는 분명 저에게 성장의 기회였어요. 단기간에 준비해야 할 것들도 많았고, 미션도 있었기 때문에 연습을 많이 했거든요. 미션을 하나 하나 해나갈 때마다 확실히 단 기간에 성장하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무엇보다 TV에 나온다는 것 자체가 설레고 신나는 일이기도 했고요. 하하.” (태희)


“저도 6살이었지만 ‘위키드’에 출연했을 때가 기억이 나요. 노래 잘 하는 언니, 오빠들과 함께 하면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많았어요. 좋은 추억이 됐죠. 어떤 작품이든 작품이 끝나면 더 성장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공연이 끝난 후에는 보통 제가 했던 영상들을 찾아보고 분석하는 시간을 갖곤 해요. 일종의 오답노트 같은 거죠. 지금의 나를 다시 정리하는 정리노트가 될 수도 있고요.” (가은)


ⓒ샘컴퍼니

이미 다양한 경험을 거친 두 사람이 연기하는 ‘리디아’는 그만큼 단단하게 느껴진다. 더구나 자신의 나이와 비슷한 또래의 ‘리디아’를 연기하면서 캐릭터에 대한 애정은 더 컸다. 김태희는 리디아에 대해 “나와 비슷한 아이. 김태희 그 자체”라고, 설가은은 “겉은 강하지만 속은 여린 아이”라고 말했다.


“저와 가은이의 리디아는 같은 듯 하지만 달라요. 대사 한 마디, 제스처 하나도 다르죠. 특히 마지막 넘버 ‘저스트 프리텐드’(Just Pretend)에서는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요. 저는 아빠에게 따지고 강하게 밀어붙이가다 풀어지는 스타일이고, 가은이의 리디아는 앞서 강했던 모습과 달리 여린 모습을 보여주는 스타일이더라고요.” (태희)


“주로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미묘하게 달라지는 배우들의 표정이나 눈빛을 따라하기도 해요. 이것도 일종의 직업병인가요? 하하. 그런 저의 습관이 실제 무대 감정 연기로 연결이 되는 것 같아요.” (태희)


“평소에 책을 많이 읽어요. 언니처럼 저도 책을 읽으면서 감정 몰입을 많이 해요. 보통 친구들은 제3자가 돼서 책을 읽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고 책을 읽어요. 그래서 더 그 감정에 몰입하게 되고요.” (가은)


ⓒ샘컴퍼니

또래인 김태희와 설가은은 고민도 함께 나누는 사이다. 특히 이른 나이에 시작한 배우 생활을 어떻게 이어가는 지가 이들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사실 아역배우로 시작해 성인배우까지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 쉽지 않다. 현재 뮤지컬계에는 박준형, 이지명, 탕준상, 이성훈 등 ‘빌리 엘리어트’ 초연 무대에 올랐던 이들 정도가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 중이다.


“사실 친구들이랑 노는 게 가장 좋을 때잖아요(웃음). 놀다 보면 신나서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크게 쓰고 있더라고요 변성기를 잘 넘겨야 더 좋은 목소리를 가질 수 있을 텐데, 어떻게 하면 잘 케어할 수 있을 지가 요즘 가장 큰 고민거리에요. 사실 지금이 변성기인데, 이때 공연을 하게 돼서 걱정이 많고 속상할 때가 있었어요. 그런데 정성화, 신영숙 선생님이 거의 레슨을 해주시는 것처럼 소리를 안정적으로 낼 수 있도록 도와주셨어요.” (태희)


“저는 긴장을 정말 많이 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러다 보면 호흡이 불안정해지고 목소리가 뒤집어지는 것처럼 나기도 하죠. 앞으로 목소리가 또 변할 텐데 어떻게 이런 부분을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그래도 마음가짐을 ‘좀 떨어도 된다’고 생각하고 편하게 무대에 오르다 보니 조금씩 괜찮아지는 것 같아요. 앞으론 더 좋아지겠죠?(웃음) 아! 그리고 완다(배우 김나윤) 선생님은 목상태가 안 좋다고 하면 영양제를 후하게 챙겨주세요. 하하.” (가은)


이번 공연을 통해 두 사람은 연기, 노래, 춤 등은 물론 선배 배우들에게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는 법까지 많은 것들을 배웠다고 입을 모았다. 일찌감치 “‘미세스 다웃파이어’를 보내주기 힘들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이들은 이번 공연을 통한 배움을 발판 삼아 그리는 새로운 미래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제 공연을 보고 사람들이 제가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그대로 받아 가셨으면 좋겠어요. ‘미세스 다웃파이어’에서는 ‘사랑이 있는 한 다 괜찮을 거야’라는 가사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웃음). 앞으론 뮤지컬 배우는 물론 매체 연기도 해보고 싶어요. 뮤지컬은 무대에서 하는 거다 보니까 미세한 표정 변화를 다 담지 못하는 게 아쉬운데 매체는 미세한 변화도 다 볼 수 있어서 매력적인 것 같아요. 나중에는 연출도 해보고 싶어요. 아직은 뭐부터 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차차 공부해 나가려고요.” (태희)


“뮤지컬 배우로서는 ‘이 역할도 잘 하네’라는 소리를 듣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배우요! 제 원래 꿈은 배우였는데 뮤지컬도 재미있고 최근엔 성우 일도 하다 보니 그것 역시 재미있더라고요. 모두 다 매력적인 직업인 것 같아요. 욕심일 수도 있지만 이것들을 모두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욕심 못 버려! 하하.” (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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