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사망자 대부분 ‘외상성 질식사’, 어떻게 대응해야 했나

박선혜 2022. 11. 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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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식 환자 4~5분 내 심폐소생술 하지 않으면 뇌손상·사망 가능성 높아
박수현 교수, “이번 사고 구조만 더 빨랐어도 희망 있었을 것…안타까워”
美 CDC, 군중 속 행동지침 구비…국내도 다중시설 안전수칙 개선 약속
압사 참사가 발생한 서울 이태원 인근에 119 구급대가 줄지어 이동하고 있다.   사진=최은희 기자

150명이 넘는 사망자를 초래한 대규모 압사 사고. 의료 전문가들은 이번 참사의 주요 사망원인이 ‘외상성 질식사’라고 보고 있다. 밀집된 군중으로 인해 인파 사이나 장애물에 눌려 숨을 쉴 수 없게 되면서 사망했다고 보는 것이다. 

국회의원을 비롯 각계 전문가들은 당시 현장에서 참사가 발생한 직후 응급환자를 신속히 이송하지 못한 점, 심폐소생술(CPR)과 중증도를 판단을 할 수 있는 의료진이 부족했던 점 등이 사망자 수를 키운 원흉이라고 지적한다. 일각에서는 외상성 질식사 경우 중증도 및 사망 여부를 판단하기 더 어려웠을 거라는 의견도 있다.

응급의료 지침 상 대규모 재난 사고가 일어나면 회생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우선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저산소성 뇌손상이 일어날 수 있는 질식 환자의 경우 회생 가능성을 판단하기 쉽지 않다. 겉으로 보기에 구분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재난은 대규모 환자 발생으로 치료 수요에 비해 의료자원 공급이 적을 수 밖에 없다.  

박수현 차의과대학 응급의학과 교수는 “외상성 질식사는 특성 상 다른 외상과 달리 중증도 분류가 쉽지 않다. 게다가 사망가능성이 높은 환자라고 하더라도 젊은 연령대인 점을 고려했을 때 진료를 포기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송체계에 혼선이 빚어졌던 것도 이 때문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질식은 단 몇 분밖에 안 되는 골든타임을 지켜야 살 수 있는 희망이라도 있다. 이번 사고의 중증환자 사망 소식도 겨우 심장 리듬은 돌아왔지만 이미 뇌손상으로 인해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기 때문”이라며 “이번 사고는 구조가 늦었고 어려웠기 때문에 의료진이 현장에 신속히 출동했더라도 할 수 있는 역할이 적었다. 심정지가 없던 부상자만이라도 더 빠르게 분산돼 산소치료를 받을 수 있었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고 전했다.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이태원 압사 사고’ 희생자 추모공간.   사진=임형택 기자

그렇다면 더 많은 사람을 살리기 위한 다른 대처방법은 없었을까.

또 다른 전문가는 압사사고로 인한 외상성 질식 등의 재난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현장에서의 즉각적인 심폐소생술(CPR)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이태원 사고도 최대한 빨리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더라면 사망자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 진단했다. 외상성 질식은 의식 소실 후 저산소성 뇌손상이 일어나기 전 4~5분 사이 심폐소생술이 이뤄져야 한다. 

이형민 응급의학과 한림대성심병원 교수는 “특별히 외상성 질식에 한정하지 않더라도 현장에서 사망자와 중증자를 분류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특히 이번 이태원 사고와 같이 젊고 건강한 사람들이 많은 경우 더욱 어려웠을 것”이라며 “하지만 무엇보다 당시 가장 중요한 건 현장에서의 재빠른 응급처치였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응급구조대나 전문의료팀이 도착할 때까지 현장에서 심폐소생술과 인명구조를 적극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단독 사고와 다르게 압사 사고와 같이 재난 상황이 벌어지면 골절, 상처 등 다른 여러 가지를 고려하는 것보다 의식과 호흡을 되찾는 것이 우선이 돼야한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심폐소생술에 손이 필요한 응급상황에서도 구경하고 사진을 찍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점”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2007년 대한응급의학회지에 게재된 ‘상주 시민운동장 압사 사고의 임상적 고찰’에서도 저자인 이경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대표적 압사사고의 사망 원인은 외상질식이며, 이 경우 조기에 구조돼 호흡보조를 받고 저산소증에 대한 교정을 한다면 회복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상주 시민운동장 사고는 2005년 159명의 사상자와 148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압사 사고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홈페이지 캡처

군중 속 압사 위험을 느낀다면…“복서처럼 손을 가슴에 두고 이동”

만약 자신이 군중 속에서 압사 위험에 처했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주최자가 지정되지 않은 다중이용시설에 관한 안전수칙이 없는 국내와 달리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인구 밀집 장소에 대한 행동 지침을 일찍이 구비했다. 특히 해당 지침에는 이번 이태원 사고와 같이 압사 위험에 대한 자세한 조언도 담겨있다.

CDC에 따르면 먼저 두 손은 복서처럼 몸 앞으로 모아 가슴을 감싸는 동작을 취해야 한다. 이는 압력에 의해 폐가 팽창할 공간이 없는 것을 예방하고자 갈비뼈 주변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또한 최대한 넘어지지 않도록 발에 힘을 주고 위치를 유지하되, 움직이는 방향에 맞서 저항해선 안 된다. 떠밀리는 힘이 오히려 강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움직임이 잠잠해졌을 땐 대각선으로 이동을 시도하는 것이 좋다. 넘어졌을 땐 몸을 웅크려 머리, 가슴 등 주요 신체 부위를 보호해야 한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지난 1일 브리핑을 통해 이태원 사고와 같이 주최자 없는 행사를 위한 안전관리방안을 마련해 갈 것을 약속했다. 

쿠키뉴스는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시민과 함께 슬퍼합니다. 다시는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언론이 해야 할 일을 하겠습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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