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 넘치는 브랜드 오너, 그거 어떻게 되는 건데? (feat. L.e.e.y)
L.e.e.y는 서울 기반의 디자이너 브랜드이다. 아트적인 디자인과 센스 넘치는 브랜딩에 처음 L.e.e.y를 접하면 해외 브랜드라 착각하곤 한다. 소통 없이 자신만의 길을 갈 것만 같은 느낌이지만, L.e.e.y는 소통에 진심이다. 고객이 어떤 컬러의 제품을 구매하면 좋을지 조언을 구하면, 인스타그램 피드를 직접 확인하며 추천하기도 한다. 요즘 세대는 이런 쿨함을 사랑한다. 치솟는 인기에 새로운 컬렉션은 오픈되자마자 바로 품절된다. ‘리켓팅’이라는 말이 생겨난 이유다. L.e.e.y의 대표 이여정은 오너의 철학과 스타일이 곧 브랜드의 본질이 된다고 생각한다. 단단한 자기 확신과 열정으로 가득한 이여정 대표가 들려주는 그녀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Q : 이번 F/W 컬렉션을 성공적으로 런칭했다. 소감이 어떤지. 이다음 스텝은
A : 노력한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다. 런칭까지 치열하게 달려왔다. 런칭 이후에는 판매와 홍보에 집중한다. 우리의 제품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은지 다양한 방법으로 알리는데 ‘이 옷을 이런 식으로 입을 수 있네?’ 하게 느끼는 것이 목적. 컬렉션에 대해 보다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슈를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한다. 다른 아티스트와의 콜라보도 그것의 일부.
Q : L.e.e.y의 마케팅 중 인스타그램 채널을 활용한 방식이 인상 깊었다.
A : 소통을 통해 좀 더 친근한 브랜드가 되고자 했다. 사실 L.e.e.y의 옷이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디자인은 아니다. 어려운 옷을 쉽게 입게 하는 것. 우리의 목표다. 브랜드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컬렉션 제작 과정을 소개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다음에는 고객이 자유롭게 질문을 보내고 그에 답변할 수 있는 스토리 폼을 통해 고객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늘려갔다. 체형과 스타일에 따라 제품을 추천하기도, 스타일링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소통의 창구를 열어 놓으니 브랜드 자체를 사랑해 주는 팬이 생겼다. 중복 질문을 제외하고는 보내주시는 메시지는 모두 읽는다. “대표님 덕분에 L.e.e.y의 옷을 더 자주 입게 되었다.”라는 말을 들을 때 보상받는 기분. 노력하고 있음을 알아주심에 감사하다.
Q : 10대 때부터 편집숍을 운영하다 브랜드를 런칭했다고 알고 있다. L.e.e.y를 만들게 된 이유는.
A : 좋아하는 옷을 마음껏 보고, 만지고자 편집숍 운영을 시작했다. 기존에 있는 옷을 가져와 판매하다 보니 남다름에 대한 갈망이 커졌다. 내 색깔을 표현하고 싶었다. 제품을 스타일링하는 것에 나의 감각을 녹여냈다. 그게 반응이 좋았다. 사입 제품 같지 않고 디자이너 브랜드 제품 같다는 피드백을 많이 들었다. 그때 내 브랜드를 해야겠다는 확신을 가졌다. 거의 10년을 일했는데 나조차도 놀라운 건 번아웃이 오지 않았다는 점. 늘 즐기듯이 일해왔다. 한 번도 다른 진로를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고, ‘언젠간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때도 지금도 아직 어리다고 생각하기에 계속해서 도전할 수 있는 듯.
Q : 브랜드에서 맡고 있는 일은 무엇인지.
A : 모든 업무를 다 하는 편이다. 제품 디자인부터 스타일링, 홍보와 판매까지. 결국 내 손을 거쳐야 마음이 놓인다. 브랜드를 시작하기 전부터 모든 업무를 다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갑자기 어딘가에 공석이 생기더라도 내가 메꿀 수 있도록. 업무를 직접 할 줄 알고,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있으니 직원들과 일하는 것도 훨씬 수월하다. 소통에 오류가 없으니 일이 빠르게 진행된다.
Q : 매력 있는 대표가 되기 위해서 어떤 역량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A : 브랜드의 이미지에 대표는 큰 몫을 차지한다. 브랜드 곳곳에 내가 묻어나야 매력 있는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나의 취향이 대중에게 보이는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 안에 영감이 풍부할 때 브랜드가 훨씬 밀도 있어진다. 지치지 않게 일하는 것도 필요하다.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해야 한다. 나 자신을 믿는 것이 중요하다. 원래 자기 확신이 강한 편이었는데 브랜드를 운영하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나의 생각을 믿기에 남들의 의견과 다른 시선을 더할 수 있다. 언제나 기존과 다른 관점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색다른 시선은 결국 타 브랜드와의 차별점이 된다.
Q : 근래에 ‘팝업’을 자주 진행했다. 어땠는지.
A : 팝업은 준비와 진행이 정말 힘들지만, 그 고됨을 잊을 만큼 매력적이다. 팝업은 나에게 새로운 원동력이다. 저번 판교 팝업 당시 오픈 시간에 300명이 줄을 섰다. 그걸 본 순간의 희열감이 남달랐다. 이걸 위해 달려왔구나 하는 생각. 고객과 생동감 있게 소통할 수 있어서 좋다. 직접 나누는 대화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실제 고객의 생각을 듣고 다양한 피드백을 들으면 다음 컬렉션에 새로운 영감이 되기도 한다.
Q : L.e.e.y 팝업의 매력은.
A : 온라인으로만 소통하던 대표의 실체를 볼 수 있는 것?(웃음) 제품을 실제로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행사 자체를 즐길 수도 있다. 팝업마다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는데 많이 좋아해 주신다. 제품을 선공개하기도 하고, 가격을 할인하거나 이벤트 상품을 제작하는 등 오시는 분들을 위해 열심히 준비한다.
Q : 이번 컬렉션 영상을 야심 차게 준비했다던데. 영상을 하게 된 계기.
A : 원래 영상에 관심이 많았다. 해외 뮤직비디오를 찾아보는 편. 영화나 드라마같이 이야기가 담긴 패션 필름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디렉팅을 직접 다 했다. 표정 하나부터 음악이 들어가는 타이밍과 볼륨까지도. 고생을 많이 했다. 처음 해보는 것이라 걱정했지만 정말 열심히 했다. 매번 똑같은 루틴으로 컬렉션을 선보였는데 한 번쯤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겠다 생각했다. 이번 영상이 그 역할을 해줬다. 고객들도 많이 좋아해 주셨다. 직접 해석까지 해주셔서 감동이었다. 영상을 훨씬 풍부하게 만들어 주었다고 생각한다. 영상에 매력에 빠져 다음 영상도 열심히 구상 중이다.
Q : L.e.e.y로서 앞으로 그리는 꿈이 있다면.
A :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은데 음악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 팝업에 디제이를 섭외하기도 했다. 고객이 L.e.e.y를 음악으로도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었다. 얼마 전에는 향수를 만들었다. 원래 향수에 관심이 많았는데 팝업을 하면서 고객을 직접 만나니 향수에 관한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다. 이렇게 좋아해 주시니 한번 만들어 볼까라는 생각으로 증정용 향수를 직접 제작했다.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향이 L.e.e.y답다고 생각했다. 아직은 증정 상품이지만 언젠가는 새로운 카테고리로 찾아뵐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앞으로의 방향성은 무궁무진하다. L.e.e.y의 이름으로 좀 더 다양한 것들을 보여주고 싶다. ‘어디까지 가야지.’라는 식의 큰 포부는 없다.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편이다. 눈앞의 일들을 해내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까.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알아채는 고객들이 우리가 특별하다고 이야기해 줄 때, 그 자체가 내게는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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