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4연속 자이언트스텝’…다음 회의 때 속도조절 논의 시사

전웅빈 2022. 11. 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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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4연속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0.75%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기준금리 4% 시대를 본격화했다. 한국과의 금리 차는 1% 포인트까지 벌어져 추가 긴축 압박도 심해졌다.

연준은 그러나 급격한 긴축 정책이 성장 둔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언급하며 향후 속도 조절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시장은 올해 마지막 연준 회의가 열리는 12월에는 빅스텝(한 번에 0.50% 금리 인상) 수준으로 보폭을 조절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했다.

연준은 2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성명을 내고 기준금리를 현행 3.00~3.25%에서 3.75~4.00%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서만 6번째 계속된 금리 인상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경제적 어려움을 야기하고 있고, 이와 관련한 사건들이 인플레이션에 추가적 상승 압력을 가해 세계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연 2%)으로 되돌릴 만큼 지속해서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또 “(연준이 목표하는) 최종금리 수준은 지난번 예상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말해 연준의 긴축 정책이 한동안 계속될 것임을 강조했다. 연준은 지난 회의 때 내년 기준금리 중간값을 4.6% 수준으로 제시했다. 파월 의장은 “물가상승률이 아직도 예상보다 높고 노동시장은 과열된 상태”라며 “연준이 충분히 (통화정책을) 긴축하지 않는다면 정말 큰 어려움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은 그러나 금리인상이 경기 둔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인식도 드러냈다. 파월 의장은 “소비 지출은 실질 가처분 소득 하락과 빡빡한 재정 상황으로 빠른 속도로 둔화하고, 높은 모기지 이자율로 주택 부문 활동이 크게 약화했다”며 “높은 이자율은 기업 고정 투자에 부담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특히 “인플레이션에 대한 통화 억제 효과가 완전히 실현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며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결정할 때 누적된 긴축 통화정책의 효과와 통화정책이 경제와 물가에 미치는 시차, 경제 및 금융 상황 진전 등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 효과가 물가상승률 하락으로 이어지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자칫 과도한 긴축을 장기간 지속하면 급격한 경기 둔화가 올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파월 의장은 “지난 두 번의 기자 회견에서 ‘언젠가는 증가 속도를 늦추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한 이유”라며 “그때가 오고 있다. 이르면 다음 회의나 그다음 회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금리 인상 속도를 언제 완화할 것이냐는 문제는 최종 금리를 얼마까지 올릴 것인가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며 “이것이 우리의 주요 초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마지막 FOMC 회의 때 긴축 속도 조절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의미다.

그는 다만 “금리 인상 일시 중단을 이야기하는 건 매우 시기상조다. 우리는 가야 할 길이 있다”며 긴축 정책 방향을 바꾸지 않을 것을 강조했다.

시장은 연준이 금리 인상은 지속하되 폭을 낮추는 방향을 고려할 것으로 기대했다. 바클레이, 도이치뱅크,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주요 투자은행은 12월 연준 금리 인상 폭을 0.5% 포인트 수준으로 예상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2월 빅스텝 가능성은 56.8%로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43.2%)을 웃돌았다.

경기침체 우려는 더 깊어졌다. 채권시장에서 2년물 국채는 뉴욕 증시 마감시간 기준 4.611%로 10년물 금리(4.096%) 보다 0.515% 포인트 높은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확대됐다. 초단기 국채인 3개월물 금리도 4.141%로 10년물보다 높았다. 시장은 장단기 국채금리 역전현상을 경기 침체의 전조로 본다. 파월 의장은 “경제 연착륙은 여전히 가능하지만 이를 달성할 수 있는 길은 좁아졌다”고 말했다.

연준 발표 이후 달러 인덱스는 상승세로 돌아섰다. 미 기준금리 상단이 4.00%까지 오르면서 한국(3.00%)과 격차는 0.75~1.00% 포인트로 다시 벌어지면서 원화 환율 절하 우려도 커졌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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