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마늘, 스페인에도 있다…가이드까지 욕심낸 촌동네 명물

최승표 2022. 11. 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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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마드리드 여행 ③ 가볼 만한 소도시


스페인의 17개 자치주 중 하나인 마드리드에는 매력적인 소도시가 많다. 사진은 명품 마늘로 유명한 농촌마을 '친촌'의 한 잡화점에서 현지인이 마늘을 들고 있는 모습. 마드리드 시민도 주말 나들이 겸 친촌을 즐겨 찾고 마늘을 많이 사간다.
마드리드는 스페인의 수도이기도 하지만, 광역 자치주 이름이기도 하다. 마드리드주는 17개 광역 자치주 중 가장 작다. 면적(8000㎢)이 충청남도와 비슷하다. 그렇다고 얕잡아보면 안 된다. 마드리드시 외곽에도 각기 다른 매력을 품은 소도시가 많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도시부터 스페인 최고급 마늘과 와인을 생산하는 마을도 있다. 마드리드에 간 김에 가볼 만한 소도시 네 곳을 소개한다.

절대군주가 사랑한 왕궁 수도원


펠리페 2세가 21년에 걸쳐 지은 '산 로렌조 데 엘 에스코리알'은 1984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됐다. 펠리페 2세가 로렌조 성인에게 봉헌한 왕궁으로 수도원, 도서관, 무덤 등 여러 용도로 쓰였다.
마드리드 구도심에서 북동쪽 50㎞ 거리에 스페인 제국의 영화를 볼 수 있는 왕궁 '산 로렌조 데 엘 에스코리알(San lorenzo de el escorial)'이 있다. 세계사 시간에 한 번은 들어봤던 이름, 펠리페 2세(1527~98)가 1556년 스페인 왕위에 오른 뒤 21년에 걸쳐 지은 초대형 왕궁이다. 열혈 가톨릭 신자였던 국왕은 전쟁 승리를 기념해 로렌조 성인에게 봉헌하는 건물을 짓고 은신처이자 집무실로 삼았다. 로렌조 성인은 지금의 스페인 영토인 아라곤 출신으로 3세기 석쇠 위에서 화형을 당했다. 그래서 건물 형태도 석쇠, 수도원 로고도 석쇠다. 왕궁은 수도원·대학·도서관·병원·무덤 등 다목적 건물로 쓰였는데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멋진 그림도 많다. 엘 그레코, 티치아노 베첼리오 같은 당대 최고 화가의 성화가 전시돼 있고, 건물 곳곳에 웅장한 프레스코화도 잘 보존돼 있다. 왕궁을 둘러본 뒤에는 소박한 분위기의 에스코리알 마을을 산책해도 좋다. 카페와 식당이 모여 있고, 수요일마다 벼룩시장도 열린다. 왕궁이 한눈에 들어오는 골프장도 있다.

스페인의 바르세유


마드리드 남쪽에 자리한 소도시 아란후에스는 예부터 왕가에서 농업, 축산, 원예를 집중 육성한 도시다. 지금까지 좋은 식재료로 음식을 먹는 문화가 이어져오고 있다. 사진은 '카사 델라피오' 식당의 오너 셰프인 로베르토 나비다데스. 그가 선보인 고기 요리 소스는 김치를 활용했다.
아란후에스에는 카를로스 3세 시절 만든 와이너리가 있다. 길이 250m에 이르는 거대한 와인 저장고가 있따.
남부 마드리드의 소도시 아란후에스(Aranjuez)에도 왕궁이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아란후에스 왕궁은 펠리페 2세가 지은 별궁으로, 특히 조경이 빼어나다. 기하학 원리를 담은 프랑스식 정원 덕에 '스페인의 베르사유'로 불린다. 펠리페 2세는 이곳에서 식물을 연구하고 세계 각지의 식물 종자를 수집해 실험했다. 카를로스 3세(1716~88)도 궁전 일대를 농업과 축산, 원예 연구의 터전으로 삼았다. 그 전통과 자부심을 지역 식당에서 확인했다. '카사 델라피오(Casa delapio)'의 요리는 신선한 채소 맛이 도드라졌는데, 오너 셰프 로베르토 나비다데스가 "아란후에스는 예부터 왕실 식재료를 책임진 동네"라며 "가까운 곳에서 생산한 제철 음식을 잘 먹는 전통을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궁전 인근에 왕실이 소유했던 와이너리 '보데가 데 레알 코르티호'가 있다. 동굴을 연상시키는 길이 250m짜리 와인 저장고를 보유했다.

명품 마늘과 올리브 나는 마을


중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친촌 마을. 가운데 마요르 광장은 투우 경기장으로 쓰인다.
'친촌'은 마드리드 시민이 주말에 즐겨 찾는 동네다. 구글에서 'Chinchon'을 입력하면 충북 진천군이 나오는데 친촌 면적은 진천의 4분의 1, 인구는 6%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친근하고 수더분한 촌(村)이다. 스페인 정부가 인정한 문화유산답게 중세풍 주택이 옹기종기 모여 앉은 모습이 그림 같다. 마을 중앙 '마요르 광장'도 독특하다. 초록색으로 테라스를 색칠한 3층 건물이 광장 주변을 빙 두르고 있다. 광장에서 봄·가을마다 투우 경기가 열리는데 주택 테라스를 관중석으로 쓴다. 광장 카페 노천석에선 주민들이 앉아서 노닥거리는 친근한 풍경이 펼쳐진다. 친촌은 스페인에서 가장 맛있는 마늘이 나는 동네다. 올리브와 포도 맛도 정평이 나 있다. 광장 한편 잡화점에서 마늘과 온갖 잡동사니를 파는 마리아 펠리시아나(66)는 "여섯 살 때부터 부모님의 마늘 농사를 도왔으니 평생 마늘과 함께 한 셈"이라고 말했다. 함께 마을을 방문한 가이드와 운전기사 모두 이 가게에서 마늘을 한 봉지씩 샀다.

대학 도시의 모델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알칼라 데 에나라스'. 전 세계 대학 도시의 모델이다.
마드리드 동쪽에 자리한 소도시 '알칼라 데 에나라스(Alcala de Henares)'도 흥미롭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는데 그럴 만하다. 1499년 세계 최초로 계획된 대학 도시여서다. 전 세계의 수많은 대학도시가 알칼라를 모델 삼았고, 중남미 신대륙으로 간 선교사도 알칼라를 따라 도시 공동체를 만들었다. 대학 안에는 흥미로운 볼거리가 많다. 고대 로마 유적부터 건축미 빼어난 예배당도 있다. 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개발 제한을 한 까닭에 고층 건물, 튀는 간판이 없어서 도시 전체가 단정하고 차분하다.
스페인에 여행 간다면 파라도르에서 묵으면 좋다. 수도원이나 고성 같은 건물을 활용한 전통 숙소다. 알칼라에도 파라도르가 있는데 여느 파라도르와 달리 분위기가 모던하다. 유네스코를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 건축상을 받았고,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모형 전시를 하기도 했다. 아늑한 분위기의 트윈 객실 모습.

스페인의 자랑인 『돈키호테』의 저자 미겔 데 세르반테스가 이 동네에서 나고 자랐다. 작가의 생가와 관련 유적지가 곳곳에 있고, 대학 내 소강당에서 '미겔 데 세르반테스상' 행사를 연다. 대학 인근에는 한국인도 좋아하는 스페인 고유 숙소 '파라도르(Parador)'가 있다. 파라도르는 수도원이나 고성을 활용한 숙소인데, 알칼라 파라도르는 현대적인 디자인을 접목했다. 2009년 유네스코로부터 건축 복원 관련 상을 받았고, 2006년에는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6개월간 파라도르 모형을 전시하기도 했다.

마드리드(스페인)=글·사진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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