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야간경제, 세금·고용 늘어…혜택 본 당국이 안전책임"

박현영 2022. 11. 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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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 충돌 전문가 키스 스틸 교수 인터뷰
'푸시맨 지옥철'은 신체 접촉 있어도
시간·공간에 제약…군중 충돌과는 달라
영국 서포크대서 군중 통제를 가르치는 키스 스틸 교수와 화상 인터뷰 장면. 박현영 특파원


군중 통제 전문가인 영국 서포크대의 키스 스틸 교수는 1일(현지시간) 압사 사고의 비극은 일정 선을 넘어 통제를 잃으면 생명을 구할 길이 없다는 것이라면서 군중 쏠림(crowd crush)은 관계 당국의 사전 안전 대책을 통해서만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사람 뒤통수만 보이는 시민 눈높이에서는 시나브로 다가오는 위험을 파악하기 어려우므로 안전 대책에 대한 책임은 정부기관에 있다고 강조했다. 주최 측이 없는 상황이라도 세계적인 관광지인 이태원으로 손님을 끌어들여 '야간 경제'를 유지하는 이해관계를 가진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야간 경제(nightlife economy)는 음식점, 술집, 쇼핑 등에서 나오는 매출, 고용, 납세를 통해 형성된 지역 경제를 말한다.

또 자신이 진행한 군집 시뮬레이션 결과인 '면적 1㎡당 6명이 넘으면 위험하다'는 가설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열차에 승객을 밀어넣는 출퇴근 지하철 풍경에 대해서는 다음 역까지라는 시간적 제약이 있고 승객이 무한대로 추가 유입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군중 충돌 상황과는 차이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다음은 키스 교수와 일문일답.

Q : 이태원 참사는 주최자가 없는 상황에서 일어났다. 그래도 당국에 책임이 있는가.
A : 그렇다. 콘서트나 운동 경기와는 다를 수 있지만, 여기서는 '야간 경제' 현장이 곧 주최 측이라고 볼 수 있다. 대중을 끌어들여 지역이 혜택을 보기 때문에 안전한 환경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 깨진 보도블럭에 걸려 넘어져도 당국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과 같다. 이 지역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을 돌볼 의무가 있다. 특히 이 곳은 관광 명소였는데, 이젠 많은 사람이 그 지역으로 돌아가지 않게 될 것이다.

Q : 고객들이 개별 업소를 방문하기 위해 자연스레 모여든 것인데도 그런가.
A : 유럽 대도시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마켓과 유사하다. 마켓은 매우 좁은 골목길을 끼고 열리기도 한다. 바로 그 점이 수많은 사람과 거액의 돈을 그 지역으로 빨아들이기도 한다. 내가 관여한 프로젝트에서 지역 당국과 구조 대응팀이 지역 지도를 펼쳐 놓고 안전한 이동이 가능하도록 일부 요소를 다시 디자인해야 했다. 그러면 좁고 가파른 골목길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

Q : 사고난 골목은 좁고 경사도 꽤 있다고 한다.
A : 경사도를 정확히 모르지만, 만약 10%라면 매우 가파른 편이다. 거의 계단 수준이라고 봐야한다. 경사도 5%만 넘어도 많은 사람이 오르내리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정도다.

Q : 오늘날 기술로 인파 예측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A : 그렇다. 기술 발전으로 CCTV 카메라를 통해 상당히 유리한 지점에서 군중 집결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군중의 진입점 등이 보일 것이고, 너무 많은 사람이 밀집하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었다.

Q : 면적 1㎡당 4~5명이 적절하고 6명을 넘으면 위험하다는 당신의 군중 시뮬레이션 실험 결과가 많이 인용되고 있는데.
A : 주의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이 실험을 하면 1㎡에 3명의 덩치 큰 미국인을 배치할 수 있다면, 어린 학생은 13명도 넣을 수 있다. 군중은 팽창하고 수축한다. 면적 당 한계를 넘어 서로 몸이 사방에서 닿기 시작하면, 그리고 만약 골목에 있어 옆으로 나갈 수 없고 앞으로만 갈 수 있다면 불행히도 목숨을 잃는 이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높은 위험 상황에 놓이게 된다.

Q : 서울 출퇴근 지하철 안에서는 남과 몸이 닿는 경우가 많다. 많은 사람을 태우려고 밀어 넣기도 한다. 위험한가.
A : 이 경우는 이동 증가 추이를 모니터링 하는 통제된 환경이다. 또 기간도 짧다. 우리는 충돌 밀도라고 불릴 정도로 열차를 꽉 채우지만 그 공간으로 (추가로) 진입하는 사람이 더는 없다. 그래서 용인할 수 있다. 통제된 환경이고 모니터링을 통해 군중을 측정하므로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안전과 균형을 맞출 수 있다.

Q : 군중 충돌에 휘말리면 어떻게 행동해야 살 수 있는지 질문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A : 불행하게도 이번 참사 경우처럼 되면 무엇을 하기에 너무 늦는다. 질문을 많이 받는다. 우선, 책임있는 당국이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와서 즐기라고 사람들을 끌어들였으면 그 공간을 안전하게 해야할 책임이 있다. 일단 군중 충돌이 시작되면 할 수 있는 건 없다. 그 시점에는 무엇을 하기에도 너무 늦다.

Q : 왜 그런지 설명해 달라.
A : 이런 상황이 공포스러운 이유는 사람들이 자신이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어떤 조치를 취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당시 사고가 난 공간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은 앞에 있는 두세 사람 머리만 보이기 때문에 저 앞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모른다. 그래서 피스톤 효과처럼 바깥쪽에 압력이 증가하게 된다. 아무런 촉발 기제가 없어도 충격파(shock wave)가 지나가면서 군중이 무너질 수 있다.

Q : 그래도 개인이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A : 내 아이들이 어렸을 때 우리는 붐비는 공간에 갈 때마다 게임을 했다. 출구가 어디인지, 사람들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비상사태가 일어나면 어떻게 될지 찾아내고 얘기했다. 잠깐만 생각해 봐도 자신이 있는 공간에 대해 조금 더 파악할 수 있다. 상황 인식(situational awareness)이 작용하는 것이다. 사고 당시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즐기고 있었기 때문에 상황 인식이 없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공간은 그게 목적인 공간이다. 당국이 안전을 준비할 때는 그런 요소까지 고려해야 한다.

Q : 군중 통제, 군중 충돌 예방을 전공한 계기가 있나.
A : 나는 물리 과학, 수학, 물리학, 화학 학위를 갖고 있다. 시설 운영 계획 및 관리를 했는데, 공장을 통해 물건을 옮기는 비용을 최적화하는 분석을 했다. 군중에 갇힌 경험이 있는데 정말 무서웠다. 1992년 4월 20일 오후 4시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프레디 머큐리 헌정 콘서트에 입장하려 줄을 섰다가 군중에 갇혔다. 그 때 '힐즈보러는 5000명이 있었는데, 지금은 1만 명이니까..."라면서 군중 역학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군중 역학이란 단어도 없을 때였다. 군중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이후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위험을 이해하도록 훈련시킬 수 있을까, 일정 공간을 안전하게 지키도록 가르칠 수 있을까 하는 게 내 평생의 일이 됐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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