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우선" 이재명의 민주당, 민생특위 연장 반대한 노림수

김효성 2022. 11. 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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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국민발언대 - 가계부채와 고금리 편'에서 발언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태원 참사가 온 나라를 덮친 사이 국회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이하 민생특위)가 지난달 31일로 100일간의 활동을 조용히 마쳤다. 국민의힘이 활동 기한 연장을 제안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이를 반대하면서다. 이재명 대표 체제 이후 줄곧 “민생 우선”을 앞세웠던 민주당이 민생특위를 종료시킨 배경은 무엇일까.


野 “민생특위는 빛 좋은 개살구”


민생특위는 지난 7월 26일 여야 합의로 출범했다. 원 구성이 안 된 상황에서 시급한 민생 법안을 처리한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특위는 유류세 인하폭 확대, 직장인 식대 비과세 확대 등 법안 2건만 처리해 성과는 미미했다는 평가다. 여야 견해차가 컸던 납품단가연동제, 대중교통비 할인법, 화물차 안전운임제 등은 처리되지 못했다. 지난 8월 직장인 비과세 확대 법안 처리 후 민생특위 전체회의는 단 세 차례밖에 열리지 않았다.
지난 7월 26일 국회에서 열린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 1차 전체회의에서 위원장으로 선출된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왼쪽)이 위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상선 기자


민주당은 “활동 기한 연장 반대”의 근거로 이 같은 민생특위의 미미한 성과를 들었다. 내부적으로는 연내 처리 목표를 세운 납품단가연동제와 화물차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 등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계산도 있다. 민생특위가 아닌 일반 상임위를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민주당 핵심 의원은 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생특위는 여야 합의로 법안을 처리하는 기구여서 169석의 민주당 의석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라며 “민주당으로선 ‘빛 좋은 개살구’처럼 겉으로는 그럴싸해 보여도 내실 없는 기구”라고 말했다.


산자위·국토위·환노위 모두 野 위원장…“법안 강행에 유리”


실제로 민생특위 활동 기간이 종료되면서 민주당의 중점 법안들은 각 상임위원회에서 다뤄지게 됐다. 납품단가연동제가 심사될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윤관석 위원장)와 대중교통비 할인법과 화물차 안전운임제가 다뤄질 국토교통위(김민기 위원장)는 모두 민주당 의원이 위원장이다.

여기에 민주당이 7대 법안으로 우선 처리 방침을 세운 ▶노란봉투법(환경노동위) ▶양곡관리법(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기초연금확대법(보건복지위)을 다루는 상임위도 모두 민주당 의원이 위원장이어서 키를 잡고 있다. 민주당 원내 핵심 의원은 “상임위에서 논의하는 게 원하는 법안 강행 처리에 좀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농해수위 소속 의원들이 지난달 19일 국회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소속 소병훈 위원장(왼쪽)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표결하려고 하자 항의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런 판단의 배경에는 법제사법위원장이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인 것도 작용했다. 상임위에서 처리된 법안을 김 위원장이 상정하지 않거나 심사를 거부하면 법사위 문턱을 넘을 수 없다. 이에 민주당은 ‘법사위가 60일 이내에 법률 심사를 마치지 않으면 소관 상임위원장은 국회의장에게 본회의 직접 부의를 요청할 수 있다’는 국회법 86조 3항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부의 여부는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달렸지만 야권에선 “최대한 설득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미 민주당은 지난달 19일 농해수위에서 여당 의원 반대에도 양곡관리법을 강행 처리하며 ‘입법 전쟁’에 시동을 걸었다. 12월 중순이 되면 본회의에 ‘직접 부의 요청’을 할 수 있다. 농해수위 민주당 간사인 김승남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법사위가 끝내 법안을 처리하지 않으면 의장에게 본회의 부의 요청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빨라진 입법 전쟁…이재명 향해 조여오는 검찰 칼날도 원인


민주당이 민생특위를 종료시키면서까지 입법 속도전을 펴는 것은 검찰의 이재명 대표 관련 수사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있다. 친명계 핵심 의원은 “불법대선자금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조만간 이 대표를 소환할 수도 있다”며 “이 대표에 대한 비판 여론이 생길 수 있어 이를 반전시킬 묘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운데)가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검찰의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에 대해 입장표명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에 ‘이재명표 민생법안’을 연내 처리하는 맞불 전략으로 여론전을 펼치겠다는 게 민주당의 셈법이다. 이 대표가 지난 8월 취임한 뒤 민주당이 단 한 건의 민생 법안도 처리하지 못한 점도 민주당으로선 아픈 지점이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말로만 민생을 외칠 것이 아니라 구체적 성과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법안 처리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일하는 민주당’을 입증해내면 검찰 수사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커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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