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지마세요” 외침에 모두 ‘멈춤’…달라진 지옥철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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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는 사람이 사라졌다. 9호선 출근 시간에 사람들이 밀어서 휘청거리는 순간들이 많았는데, 없어졌다. 어떤 마음으로 지하철 탑승을 하고 있을지 알 것 같아서 슬프다. 우리는 또 어떤 하루하루를 살게 될까."
퇴근길에 지하철을 이용한 네티즌 A씨는 지난달 31일 "소름 끼쳤다"며 "원래 퇴근 시간에 건대입구 환승구간 계단은 내리는 사람, 타는 사람 뒤엉켜서 지옥 같은데, 오늘은 계단에서 사람들이 일정 간격 두고 선 채 기다리면서 올라가더라"며 "직원이 통제한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모두가 약속한 것처럼 질서를 지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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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는 사람이 사라졌다. 9호선 출근 시간에 사람들이 밀어서 휘청거리는 순간들이 많았는데, 없어졌다. 어떤 마음으로 지하철 탑승을 하고 있을지 알 것 같아서 슬프다. 우리는 또 어떤 하루하루를 살게 될까.”
이 또한 트라우마의 일환일까. 아니면 긍정적 자성의 결과일까. 출퇴근 시간대 늘 혼잡하던 대중교통 풍경이 다소 달라졌다는 경험담이 줄을 잇고 있다.
3일 트위터 등 SNS에는 대중교통 이용객들이 지난달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대규모 압사 참사가 벌어진 이후 나흘간 만원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하면서 느낀 바를 적은 글이 다수 올라왔다.
퇴근길에 지하철을 이용한 네티즌 A씨는 지난달 31일 “소름 끼쳤다”며 “원래 퇴근 시간에 건대입구 환승구간 계단은 내리는 사람, 타는 사람 뒤엉켜서 지옥 같은데, 오늘은 계단에서 사람들이 일정 간격 두고 선 채 기다리면서 올라가더라”며 “직원이 통제한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모두가 약속한 것처럼 질서를 지키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네티즌 B씨는 “시민들이 이태원 참사 트라우마가 현상으로 나타난 거라 생각된다”며 “참사 현장을 떠올리며 걸었을 그 무거운 발걸음들…. 질서를 지키는 건 좋은 일이지만 한편 마음이 아프다”고 답글을 남겼다.
또 다른 네티즌 C씨는 지난 1일 “오늘 지하철 타는데 누가 계속 뒤에서 밀길래 ‘밀지 마세요!’라고 말하니까 동시에 주위 사람들 다 멈췄다”며 “싸한 분위기가 10초 넘게 유지됐다”고 했다. 이어 “보통은 밀지 말라고 해도 밀어붙이는데 남녀노소가 일제히 멈추는 것이 너무 충격적이었고 많이 씁쓸하고 조금 슬펐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네티즌 D씨도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복잡한 환승역에서 사람들이 타고 내릴 때 덜 미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서로 덜 밀어도 타고 내릴 수 있는 거였구나. 살짝 눈물이 났다”고 적었다.
네티즌 E씨는 2일 “사람들이 원래 엄청나게 붐비는 출퇴근 시간대에 자기 먼저 가려고 끼어들고 그랬는데 걸을 때도 밀지 않고 지하철도 각자 최소 8㎝ 떨어져서 서 있다”며 “매일 사람들이 떠미는 거에 파도처럼 밀려서 출퇴근했는데 최근 3일 동안 누구랑 닿지도 않았다. 뭔가 무섭고 착잡하다”고 말했다.
네티즌 F씨는 “신논현역에서 삼성역까지 360번 버스를 타는데, 문을 여닫기 힘들 정도로 항상 만원이다”라며 “어제부터 생긴 변화는 사람들이 그 정도로 껴서 타지 않고 다음 차를 기다린다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이외에도 출퇴근 지하철 탑승 시 밀침이 적어졌다는 경험담이 쏟아졌다. 다만 일부는 “여전히 공공장소에서 미는 사람들이 있다”며 더욱 질서를 지킬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보탰다.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다중이용시설 과밀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출퇴근길 혼잡도가 극에 달하는 ‘지옥철’의 개선 필요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사람이 많이 몰리는 지하철역을 대상으로 안전 문제 긴급 점검에 나섰다.
백호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2일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행정사무 감사에서 “신도림역, 사당역, 종로3가역과 9호선 주요 역사는 늘 이용하는 시민들이 불안함을 느낀다”며 “우선 시와 서울교통공사가 합동으로 혼잡도가 높은 역을 찾고 전문가와 현장을 분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분석이 끝나면) 이동 동선과 안전시설 보강, 대피 공간 확보, 모니터링 CCTV 설치 등 사업을 빠르게 추진할 계획”이라며 “이른 시일 내에 바로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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